"넷플릭스가 들어 와야 정신차리지"

[기자수첩]넷플릭스에 끌리는 몇가지 이유

기자수첩입력 :2016/01/08 14:18    수정: 2016/01/10 17:21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넷플릭스는 어제 하루 동안 주요 포털 검색어 1위 자리를 차지할 정도였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다. 만원 정도의 월정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원하는 비디오를 볼 수 있다. 자체 제작한 시리즈, 미국 드라마(미드), 쇼, 다큐멘터리, 최신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월정액으로 비디오를 무제한 보는 모델은 그다지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LG유플러스가 월 1만2000원에 1만2000 편의 영화와 미드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있다. 다른 IPTV 업체들과 케이블TV 업체들도 무제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해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넷플릭스의 인기가 '1만원의 무제한’ 덕분 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에 소비자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선방송 사업자들과 넷플릭스의 차이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넷플릭스를 이용해 보면서 놀란 점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입이 너무 쉽다는 점이다. 메일 계정, 비밀번호와 신용카드 결제정보만 입력하면 끝이다. 이용자 가이드를 보니 해지를 원하면 언제든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크롬캐스트를 이용해 모바일 앱에서 스트리밍되는 영상을 TV로 전송해봤다. 영락없이 TV에서 VOD를 보는 것 같았다. 차이가 있다면 넷플릭스에는 광고 없이 바로 영상이 나온다. IPTV와 케이블TV에서 VOD를 보려면 유료 결제한 VOD도 광고부터 봐야한다.

이런 점이 대단한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같은 서비스 정책에도 ‘고객’ 먼저 생각했다는 느낌이든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가입자를 늘릴 수 있던 비결도, '고객 만족'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4년 리디 헤이스팅스 CEO는 가입자 만족을 얼마나 넷플릭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가입자들이 진짜 만족할 때, 이들이 친구들에게 우리 서비스를 전파하고 본인도 서비스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독점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이 두 요소가 결합됐을 때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빠져들게 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가입자들의 만족”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이 현실화된 지금, 국내 방송 사업자들은 고객 만족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생각해 봤다. 가입만큼 해지가 쉬운지, 공짜 인것 처럼 포장했지만 따져보면 아닌식의 마케팅은 없는지, VOD 광고로 생긴 수익을 광고를 봐준 고객들에게 얼마나 되돌려 줬는지, 업체들 스스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지상파 VOD가 중단된 사태는 국내 방송 사업자들이 시청자 만족에 어느 정도의 공을 들이고 있는지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 진영과 케이블TV 진영간 힘겨루기로 피해를 보는 것은 시청자이지만, 정작 국내 미디어 업체중에 이같은 점을 심각하게 고민한 곳은 없는것 같다.

지상파 VOD 중단 사태 뿐만 아니다. 과거에도 케이블TV, IPTV, 지상파 등 국내 미디어 업체들은 고객 불편을 담보로, 지루한 '밥그릇 공방'을 벌여왔다. 지상파 재전송에 이어 VOD 공방이 재연되자, 최근 인터넷에는 이러한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들어 와 봐야 정신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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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을 위한방송을 지향하는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사들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IPTV, 케이블 업계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앞세우기 이전에 '고객만족'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다.

넷플릭스의 시장 진출이 국내 유선방송 사업자들에게 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미풍에 그칠 것인가 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적어도 소비자들이 넷플릭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 즉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 정신은 국내 미디어 업체들도 본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