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진흥법 통과, 대기업SI 공공사업 참여 못한다

일반입력 :2012/02/08 17:21    수정: 2012/02/08 17:24

김효정 기자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들이 공공부문의 정보화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8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하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오는 10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회부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통과 후 16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사실상 통과된 것으로 보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국내 IT서비스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핵심이다. 대기업의 공공부문 사업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중소 IT서비스 업체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도다.

주된 내용은 정부의 공공정보화사업에 참여하는 IT서비스 업체를 매출액으로 구분해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즉 매출액 8천억원을 기준점으로 삼아 8천억원 이상 대기업은 80억원 이하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8천억원 이하 대기업은 40억원 이하 규모의 사업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40억원 이하 사업은 중소기업(종업원수 300명 이하)만이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들은 이러한 기준과 상관 없이 참여 자체가 제한된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행되므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삼성SDS, LG CNS, SK C&C, 포스코ICT 등 해당 기업들은 공공정보화 사업 입찰이 금지된다.

■공공 IT사업 품질 저하 우려, 중소SI "환영은 하지만..."

개정안 통과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생태계를 교란시킬 정도의 극단적인 방식이라는 의견과, 이와 반대로 중소기업을 위한 대범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기존 대기업 IT서비스 업체들이 독식하다시피 해왔다. 대기업들이 과열 경쟁을 한 결과, 입찰 단가는 내려가고 이들의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싼 값에 일을 해왔다. 구조적인 악순환이 반복돼 온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금번 SW산업진흥법의 추진은 어느 정도 필요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이나, 향후 공공 IT서비스 품질의 하락 우려 등 산더미 같은 숙제가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계 IT업체의 공공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입찰 프로세스 자체가 문제가 있는데, 이는 개선하지 않으면서, 서비스 품질에 대한 확신도 없이 매출액 별로 제한을 두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 업체별 경쟁력과 정부의 사업규모에 따라 시장 친화적으로 입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소 IT서비스 업체는 조심스러운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정섭 KCC정보통신 사장은 "이번 개정안이 중소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만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나가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사업 수행이나 유지보수에 있어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번을 계기로 중소 IT서비스 업체가 지속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정부가 공공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원격지 개발'을 수용하고, RFP를 구체화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최저 발주'와 같은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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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개정안 통과로 공공사업 참여가 제한되는 대기업들은 입장 표명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미 개정안이 상정됐고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시장에 대해 미련을 갖고 있기 보다 해외진출 및 신사업 발굴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한 대기업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분명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구체적인 법안을 알 수 없어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라며 "국방 부문이나 유지보수에 있어 대기업에 대한 예외조항이 적용될 수도 있는 만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