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외면한 지경부의 야심작 '샵메일'

일반입력 :2012/12/06 08:52    수정: 2012/12/06 12:45

상용화를 예고한 공인전자주소(이하 '샵메일')기반 전자문서유통서비스가 정부와 기업간 거래에 초점을 맞춰 열린다. 일반 사용자들이 불편해할 요소는 많은데 개선될 여지는 작아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샵메일은 지식경제부가 '온라인 등기'라는 개념으로 추진중인 공인전자문서 유통서비스를 위한 사용자 전자문서 송수신 계정을 가리킨다. 오는 11일부터 공공기관과 기업이, 내년 1월15일 이후부터 개인도 신청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샵메일 기대효과들은 주로 공공기관이 개인에게 제공하는 행정서비스를, 민간사업자가 고객에게 들이는 서류관련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인 입장에선 대개 물리적인 이동거리와 시간 부담을 줄여준다는 내용이다.

이는 해당 기관이나 사업자가 업무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실현가능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기관이 외부고객에 해당하는 개인에게 등기우편을 대신해 신뢰성을 보장하는 공문서를 보내는 용도, 기관과 계약을 체결하는 개인이 방문절차 없이 업무처리가 가능한 효과 등이 있다. 그렇더라도 해외 거주 국민의 가족관계등록부 발급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부담을 줄인 경우나 대학병원의 의무기록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환자와 보험사가 발급받을 경우 유용할 수 있다.

그간 일반인들은 이미 정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항 안내와 금융기관이나 카드회사의 청구서, 각종 서비스업체들의 주요 청구사항과 이용내역을 일반 메일로 받아왔다. 해당 메일 계정은 개인이 발신자에게 자신의 것이라고 이미 알려준 것이라 신분 증명이 필요 없고, 전송시 필요하다면 표준화된 기술로 암호화할 수 있기에 성립했다. 해당 내용을 메일이 아니라 멀티미디어문자메시지 등 다른 수단으로도 제공해온 것처럼 일반 메일과 샵메일을 안내수단으로 함께 지원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메일과 호환성 없어…전용 웹사이트 들어가야

샵메일은 그 이름에 '메일'이 들어갔을 뿐, 일반 메일시스템과 호환되지 않는다. 폐쇄형 시스템으로 주로 정부조직과 거래하는 기업, 다수 고객에 민감한 정보들을 처리하는 일반 사업자의 효용에 초점을 맞췄다. 대중적인 클라이언트 '아웃룩'이나 웹기반인 'G메일' 등을 쓸 수 없어 불편하다는 반응이 예상된다. 개인 사용자가 굳이 불편을 무릅쓰고 샵메일을 써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3일 지경부 임성민 서기관은 일반 사용자들이 기존 이메일 처리기술로 샵메일 서비스를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들은 공인전자문서중계자(이하 '중계자') 웹사이트에 접속해 로그인을 하면 되고 대량발송 기능을 쓰는 등 정부기관이나 기업 사용자들은 자체 프로그램이나 조직내 서버를 통해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즉 샵메일 일반 사용자들은 중계자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샵메일 전용 설치형 프로그램이나 중계자가 아닌 사용환경 자체 서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규모 조직을 위한 방식이다. 어느 쪽이든 샵메일 개인 사용자에게 더 편리한 환경이 제공될 여지가 적다.

또 중계자 웹사이트의 샵메일 기능이 포털이나 인터넷 전문회사의 웹메일이나 전문 소프트웨어(SW)업체 클라이언트처럼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공할 가능성도 낮다. 애초에 중계자로 선정된 사업자들은 기업 조직과 공공기관 대상 사업을 전문으로 해온 곳들이다. 일반인 대상 서비스를 만들고 공급하는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실제로 현재 중계자 지정업체 코스콤, 한국무역정보통신, 한국정보인증 가운데 어느쪽도 일반 개인 사용자를 위해 샵메일 전용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공급하거나 계획한 곳은 없어 보인다. 각사 웹사이트가 모바일 사용자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PC 환경으로도 여러 브라우저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아예 액티브X를 설치해야 제대로 이용 가능한 곳도 있다.

■전용사이트, 개인 사용자를 위한 개선여지 작아

지정된 중계자들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제시하는 '공인전자주소기반 전자문서 유통체계 규격'의 4.3.2 항목 '유통클라이언트'에 제시된 메시지관리, 연계관리, 주소와 문서열람관리 등 샵메일의 기본기능을 구현하는데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중계자들은 그 과정에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추진중인 액티브X 걷어내기와 웹표준화를 거의 신경쓰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IE 대체 브라우저로 인기를 끄는 파이어폭스에서 각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위 이미지처럼 보안상 신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보낸다.

해당 메시지가 나오는 이유를 설명한 모질라 파이어폭스 기술지원정보에 따르면, 이는 브라우저가 보기에 사이트의 신분증 역할인 '인증서'가 어떤 이유로든 의심스럽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각 중계자들은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브라우저 환경에 맞춰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IE같은 특정 시스템 환경을 통해 이용하라고 권고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넘어서 일반 사용자 입장의 인터페이스(UI)의 편의성이나 디자인 측면을 고려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일반 사용자들이 중계업체가 제공하는 클라이언트 기능을 쓰면서, 대중화된 메일 서비스나 프로그램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고 불평해도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중계자들이 공공과 법인 사용자에 비해 개인을 상대로 얻는 수익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소홀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중계자로 지정한 업체들은 모두 기업시장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반 사용자의 요구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는 입장이다. 결국 특별히 개인 사용자들의 활용을 장려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일반 메일서비스나 기술 제공업체를 넘어서는 투자를 하지 않는 한, 샵메일 서비스 수준이 크게 향상되길 기대하긴 어렵다.

■공공-정부기관과 민간 거래처 중심 강제 도입?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외부거래시 민간업체를 상대로 샵메일을 쓰도록 강제할 경우, 대중적 인기와는 무관하게 지정된 중계자들의 수익성을 보장해줄 수 있을 전망이다. 더불어 개인이 아닌 법인 사용자의 경우 반드시 샵메일 주소등록시 본인확인 절차상 법인용 공인인증서를 쓰게 돼있어, 공인인증기관들의 인증서 수수료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샵메일 중계자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연간 주소등록비, 건당 문서송신료와 유통증명서 등으로 대부분 개인을 제외한 기업과 공공조직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국가와 법인이 연간 15만원씩, 개인사업자는 2만원씩을 주소등록비로 낸다. 문서송신료 대부분은 지역주민을 상대로하는 지방자치단체, 전국민을 상대로하는 정부부처 등이 내게 된다.

반면 개인이 샵메일 중계자에게 만들어줄 수 있는 수익은 제한적이다. 일단 내용증명이나 등기발송같은 유통증명서를 필요로할 경우 건당 100원인데 그나마 이용 기회는 흔치 않을 듯하다. 전담기관 등의 주소조회에 동의할 경우 등록 및 유지비를 무료로 적용받는다. 대부분은 계정을 갖고있을 경우 문서를 수신하는 입장이 되는데, 사업자가 그 송신자의 건당수수료 100원가운데 30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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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정부 기관 상호간 또는 그들과 직접 소통해야 하는 기업체 상당수가 샵메일을 쓰게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우편 전달하던 지방세 고지서를 샵메일로 발송할 방침이다. 한전을 포함한 지경부산하 60개 공공기관도 내년부터 민간기업과 체결하는 계약서를 샵메일로 처리할 예정이다.

이 경우 조직 구성원들은 중계자 웹사이트에 들르지 않고도 업무용으로 설치된 프로그램이나 자체 서버를 통해 샵메일을 쓸 수 있다. 최소한 샵메일 전용 클라이언트나 내부 시스템을 처음 구축할 때 편의기능이나 생산성을 고려할 기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