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스팍 25주년, 영욕의 역사와 미래

일반입력 :2013/02/05 13:46

유닉스 운영체제(OS)용 프로세서 중 하나인 스팍(SPARC)이 올해로 탄생 25주년을 맞았다.

한때 세계의 IT를 지탱하며 유닉스 서버 시장을 평정했던 스팍은 고사 위기를 거쳐 오라클에서 재기를 노린다.

1982년 설립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당초 모토토라의 프로세서를 가져다 연구소에서 사용되는 CAD용 워크스테이션을 제작, 판매했다. 썬은 네트워크파일시스템(NFS)을 개발함으로써 속된 말로 대박을 쳤다.

NFS와 워크스테이션으로 종자돈을 마련한 썬은 모토로라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프로세서 개발에 돌입한다. 그리고 1987년. 마침내 스팍이 세상에 등장했다.

첫 스팍은 썬이 디자인하고 후지쯔가 제조를 맡았다. 스팍이 썬과 후지쯔 두기업에서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이미 시작단계부터였다.

첫 번째 스팍은 썬4란 워크스테이션에 탑재됐다. NFS에 최적화된 스팍 탑재 썬4는 차차 워크스테이션을 장악해 간다. 이윽고 썬4를 탑재한 스팍스테이션1은 1989년 썬3 탑재모델보다 3배 높은 벤치마크 성능 기록을 세우며 업계 최강 워크스테이션에 등극했다.

썬이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주름잡을 동안 스팍 프로세서는 새 사용처를 갖게 된다. 고성능컴퓨터(HPC) 분야 선도업체 크레이(Cray)가 1993년 스팍 64개를 이용한 서버를 개발한 것이다. 썬도 이 시기 스팍을 탑재한 2소켓 서버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1995년 썬은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를 내놓는다. 그리고 최초의 64비트 프로세서인 울트라스팍1을 출시한다. 167MHz 속도를 보였던 울트라스팍1은 첫번째 스팍 컴퓨터 대비 1천배의 빨랐다. 같은해 다음 모델인 울트라스팍2도 공개됐다.

■크레이 시스템사업부인수로 대형 서버 시장 진입

스팍이 서버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사건은 1997년 벌어졌다. 크레이가 실리콘그래픽스(SGI)에 합병됐고, SGI는 크레이의 시스템사업본부를 사업채산성을 이유로 썬에 매각한다. 이를 통해 썬은 수십개 CPU로 대용량 서버를 만드는 크레이 시스템사업본부의 개발 노하우를 고스란히 넘겨받았다.

이윽고 썬은 울트라스팍1 프로세서 64개를 탑재한 엔터프라이즈10000(스타파이어)이란 시스템을 출시한다. 스팍의 대용량 시스템 시장 진입을 알리는 첫 작품이다.

이환기 한국오라클 하드웨어사업부 부장은 “이때 썬은 메인프레임의 가용성 기술을 엔터프라이즈10000에 집어넣었다”라며 “이 기술을 통해 가상화, RAS 등에 성능을 모두 만족하는 시스템을 선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스팍은 이때부터 도메인이란 기능을 지원하게 된다. 시스템의 하드웨어를 나눠 사용하는 가상화로 당시 관리용이성에 목말랐던 기업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밀레니엄버그 폭풍이 IT업계를 휩쓸었다. 썬은 1999년과 2000년 대 호황을 누렸고, 그 과정에서 울트라스팍2가 엔터프라이즈10000에 탑재되고, 울트라스팍3와 울트라스팍4도 출시됐다.

2005년, 스팍이 또 한번 새 전기를 맞는다. 듀얼코어였던 울트라스팍이 8코어 프로세서로 거듭난 것이다. 코드명 나이아가라였던 울트라스팍 T1이 이때 출시된다. 8코어, 8쓰레드 프로세서의 첫발이었다. 2007년 썬은 후지쯔와 스팍 공동개발을 선언한다. 썬의 울트라스팍, 후지쯔의 스팍64 등 두갈래로 이어오던 스팍계열 전문회사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울트라스팍 T2가 출시됐다.

■울트라스팍 T시리즈와 썬의 몰락, 그리고 오라클

울트라스팍이 T시리즈로 거듭난 시기는 썬의 기세가 기울던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IBM의 파워, HP-인텔 연합의 아이태니엄 등 경쟁자들이 빠르게 추격하는 시간이다.

썬은 시장 상황의 변화 속에서 자만에 빠졌다. 썬은 울트라스팍3를 출시할 때까지 엔터프라이즈10000을 넘어서는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울트라스팍2에서 울트라스팍3로 넘어가는 시점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혁신을 이어가지 못했던 썬을 고객이 떠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IT 대호황기 속에서 썬의 자만을 반추할 수 있다.

결국 썬은 자금난에 허덕이다 2010년 오라클에 인수됐다. 자바, 마이SQL 등과 함께 스팍도 오라클의 손에 넘어갔다. 영광과 침체를 경험했던 스팍의 운명은 오라클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당시 IT업계 관계자들은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면서 자바를 취하고, 스팍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했다.

2010년초 썬 합병작업을 마무리한 오라클은 그해 가을 오픈월드에서 T3를 선보였다. 2011년 출시할 스팍 T4도 세상에 내놓는다. 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5개년 스팍 개발로드맵과 함께였다. 오라클은 2년마다 성능을 두배씩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스팍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공표한 것이다.

이환기 부장은 “T4와 M3 제품은 출시 후 공인 벤치마크테스트서 300~400개의 세계기록을 세워왔다”라며 “현재 20개 항목에서 벤치마크 1위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라클은 스팍 T5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후지쯔와 함께 개발하는 M시리즈도 올해 새로 출시된다.

■'SW+HW' SoC와 최적화로 부활 노린다

스팍은 이제 또 한번의 변신을 진행중이다. 단순히 서버의 기반을 이루던 것에서 엔지니어드시스템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작년부터 판매된 스팍슈퍼클러스터가 대표 상품이다.

또한, SW와 하드웨어 결합에서도 스팍은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T4는 실리콘에 DB 암복호화 같은 오라클 SW의 기능을 내재한 SoC다.

정병선 한국오라클 부장은 “2015년까지 오라클은 자사의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기능을 프로세서에 집어넣을 계획이다”라며 “오라클의 OS, 데이터베이스,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스팍 아키텍처에 최적화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라클은 엔지니어드 시스템과 함께 옵티마이즈드 시스템이란 개념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특정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서버를 제공하지 않고, 오라클의 SW별로 최적화된 스팍 기반 서버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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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기 부장은 “오라클은 DB, 웹로직, 애플리케이션 등 SW개발단계부터 스팍을 활용한 옵티마이즈드 시스템 개발과 연계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병선 부장은 “워크스테이션으로 시작해 극적으로 기업 시스템 시장에 진입하고 성공가도를 달렸던 스팍이 오라클 합병 이후 다시한번 과거의 영광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