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때린 '5억弗 폭탄' 제거해줄까

스마트플래시 특허 재심 끌어내…성공 땐 애플도 수혜

일반입력 :2015/04/06 15:08    수정: 2015/04/07 14:0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과연 삼성이 애플에 투하된 ‘5억 달러 배상금 폭탄’을 제거해줄 수 있을까?

삼성이 특허 전문 기업 스마트플래시의 특허권에 대한 유효성 심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특허청 심사위원회는 지난 주 스마트플래시 특허권이 실제 발명이 아니라 추상적인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예비 결정을 했다. 특허청이 최종적으로 무효 판결을 할 경우 삼성이 스마트플래시와 진행 중인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삼성이 재심사 결정을 이끌어 낸 특허권은 라이벌인 애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 2월 이번에 쟁점이 된 특허권 침해 혐의로 5억3천300만 달러 배상 평결을 받았다.

따라서 미국 특허청이 스마트 플래시 특허에 대해 무효 결정을 할 경우 삼성 뿐 아니라 애플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애플, 지난 2월 같은 사안으로 스마트플래스에 완패

애플은 지난 2월 아이튠스의 저작권관리시스템(DRM)과 데이터 스토리지 및 지불 시스템 관련 기술이 스마트플래시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평결을 받았다. 텍사스 지역법원 배심원들은 특허권을 침해한 애플에 5억 달러를 웃도는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평결했다.

스마트플래시는 애플을 공격할 때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취득한 세 가지 데이터 저장 및 접속 시스템 관련 특허(720, 221, 772)을 사용했다. 애플은 소송 당시 스마트플래스 창업자인 패트릭 래츠가 중학교 중퇴자일 뿐 아니라 시골 출신이란 점을 주로 거론했다가 배심원 평결에서 완패했다.

스마트플래시는 애플 뿐 아니라 삼성, 구글 등도 같은 특허권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스마트플래스 특허권에 대한 재심 결정을 받아냄에 따라 1심에서 완패한 애플도 본의 아니게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전 심의를 토대로 할 때 스마트플래시가 특허권 재심에서 이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물론 스마트플래시는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소송 대리를 맡은 캐사다&커리의 제이슨 캐사디 변호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리뷰 과정에 불과하다”면서 “다른 사안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자신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의 이번 재심 결정은 지난 2012년 도입한 이의 절차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특허청은 등록돼 있는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이의 제기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등록 후 재심, 당사자계 무효심판, 그리고 특정 영업장식에 대한 과도기적 등록 후 재심 등 세 가지 새로운 절차를 추가했다.

지난 해 대법원이 ‘추상적 아이디어’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 역시 삼성의 이의 신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특허법 101조' 삼성-애플 동시에 구해줄까

미국 대법원은 지난 해 6월 CLS은행이 앨리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특허권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만장일치 판결을 했다. 당시 대법원은 “앨리스의 애스크로 기술은 일반적인 컴퓨터를 단순 실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특허권을 부여할만한 발명으로 발전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의 중요한 근거가 된 것은 미국 특허법 101조였다. 특허법 101조에서는 어떤 아이디어가 지나치게 추상적일 경우에는 특허권을 부여해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하급법원들도 연이어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판결이 나온 직후 4개월 동안 특허법 101조와 관련된 20개 소송 중 15개에서 무효 판결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 예비판결에서도 스마트플래스의 특허권이 추상적인 아이디어인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최종 판결도 비슷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물론 삼성이 애플을 위해 재심 청구를 한 것은 아니다. 삼성도 오는 8월 애플과 같은 쟁점으로 스마트플래시와 소송을 벌일 예정이다. 따라서 삼성 입장에선 일종의 ‘자위권’을 발동한 셈이다.

하지만 삼성이 발동한 자위권은 스마트플래시와 1심에서 패소한 애플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은 상황이다. 한 때 법정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상대에게 혜택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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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애플이 무조건 수혜를 입는 건 아니다. 1심 최종 판결에서 배상금이 확정될 경우엔 물릴 수가 없게 된다.

블룸버그통신 지적대로 “결국 특허청의 재심은 애플과 스마트플래스 두 회사에겐 시간을 다투는 쟁점이 됐다”고 봐야 한다. 특허청 재심 전에 애플과 스마트플래시 간 1심 최종 판결이 나올 경우엔 최소한 1심에선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