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자 지망생을 위한 선배의 조언

일반입력 :2015/05/19 12:29    수정: 2015/05/19 13:54

박소연 기자

넥슨코리아 이태성 게임기획자가 19일 판교 넥슨 본사에서 열린 ‘NDC15’에서 ‘게임 기획자 지망생에게 들려주는 괜찮은 이야기’라는 주제를 통해 게임 기획자를 꿈꾸는 비전공자들을 위한 조언과 그가 신입 기획자로서 겪은 문제 및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들려줬다.

이태성 기획자는 코룸 온라인, 에이카 온라인, 드래곤볼 온라인 등을 개발했으며 지난 2010년 넥슨 입사 이후에는 버블파이터,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등을 개발 중이다.

이태성 기획자가 게임 기획자를 꿈꾸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게임이 좋았고 좋아하는 게임의 후속작을 만들어 보고 싶어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는 특히 지난 2002년 피터 몰리뉴가 만든 ‘블랙 앤 화이트’를 플레이한 경험을 터닝포인트로 꼽는다. ‘블랙 앤 화이트’가 이 게임이 왜 재미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친구가 ‘블랙 앤 화이트’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으며 시각적으로도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시작하자 급속도로 빠져들었고 게임의 재미는 기획이 결정한다고 생각, 본격적으로 게임 기획자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다.

그렇게 게임 기획자를 지망하게 됐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특별한 길잡이는 없었다. 그냥 하던 대로 게임을 많이 했으며 단순히 게임 회사에 입사 지원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에 e스포츠 경기에 출전하거나 게임 방송에 출연했다. 울산에 서울까지 게임 회사를 찾아가기도 했다.

무작정 한 경험들이었지만 다 도움이 됐다. 현직 게임 개발자를 만나고 게임 알파 테스터로 참가할 수 있었던 기회였으며 추후 회사 지원 시 차별화를 줄 수 있던 포인트였기도 했다.

이태성 기획자는 “아마추어 게임 작업 경험 및 게임 학교에 대한 경험이 없지만 다양한 게임 관련 활동으로 어필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 면접에서 그런 경험들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며 특히 게임 기획자의 꿈을 꾸게 한 ‘블랙 앤화이트’ 에피소드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포지션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와 게임 기획자로서의 고민과 해결 방안에 대한 글이 그의 무기였다.

대학 진학 대신 게임 회사 취직을 선택했던 그는 게임 기획 관련 서적도 마땅치 않던 당시 김학규 대표 개인 홈페이지 등 각종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아가며 게임 기획서 포트톨리오를 만들었다.

포트폴리오는 시스템 기획서, 콘텐츠 기획서, 레벨 디자인 기획서를 각 3개씩 준비했으며 기획서 하나면 스타일과 이해도가 파악될 거라는 생각에 지원 직군에 따라 최소한의 기획서만 제출했다. 시스템 기획자 지원시 시스템 기획서 3개와 콘텐츠 기획서 하나, 레벨 디자인 기획서 하나를 제출하는 식이었다.

온라인 MMORPG 전투 시스템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 ’지루하지 않은 게임 플레이 동선 개발 방법‘ 등 게임을 플레이하며 했던 고민들에 대한 칼럼도 준비했다. 그 결과 약 한 달 만에 게임 회사 입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어렵게 입사한 게임 회사였지만 처음 느낀 건 초조함과 당혹스러움이었다. 특별한 업무 없이 게임만 시켰기 때문이다.

이태성 기획자는 “신입 게임 기획자가 처음 하는 일은 대부분 개발 혹은 서비스 중인 게임에 대한 분석 및 피드백 제출”이라며 “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초조함을 느끼지만 이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꼭 필요한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당시 참여한 프로젝트의 모든 기획서를 다 찾아서 정독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업무 스타일을 익혔다”며 “또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이용자들의 불만이나 제안을 참고, 아이디어 회의 등에서 활용했다”고 팁을 제공했다.

입사 초반 게임 기획서 작성 시에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어차피 신입이기 때문에 쓸데없이 화려한 기획서보다는 프로세스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기획서가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는 “몸 대신 사상을 키우라는 노래 가사처럼 VBA, 프로그래밍, 그래픽 툴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기획자로서의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또한 게임을 많이 해봤다고 성공한 게임 개발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많이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다”고 전했다.

바로 기본적인 발상 능력이다. 라면을 끓여 봤어야 라면 끓이는 법을 알 수 있는 것처럼 게임을 해봤어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게임 기획에 대한 발상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을 많이 해봤던 사람일수록 디테일한 발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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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다. ‘맥심’ 같은 트렌디한 잡지를 읽으며 신선한 표현과 상품을 익히면 좀 더 특색 있는 발상과 기획이 가능해진다. ‘내셔널 지오그래피’ 등을 통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이태성 기획자는 마지막으로 “여전히 좋아하는 게임 회사가 기획 직군을 모집할 때 우대 사항을 보며 내 부족한 부분을 찾거나 좋아하는 게임 개발자의 SNS의 보며 그 분들의 요즘 고민은 뭔지 참고한다”며 “많은 분들이 꼭 게임 기획자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