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페북, 그리고 플랫폼 종속의 우려

뉴스 서비스 직전 알고리즘 광고정책 변경 이유

데스크 칼럼입력 :2015/06/11 10:14    수정: 2015/06/11 11:0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은 아이폰 이용자들이 쉽게 광고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페이스북은 ‘친구의 친구’들이 쏟아내는 소음을 줄여주겠다고 선언했다.

참 아름답고 고마운 일이다. 역시 최고 IT 기업들답게 이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적어도 그 사안만 놓고 보면 그렇다.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인 인스턴트 아티클. (사진=페이스북)

그런데 시점이 참 묘하다. 두 기업 모두 인링크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서비스 우산을 좀 더 넓게 펴기 위한 정지작업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뉴스 서비스 앞두고 알고리즘-광고정책 변경

찬찬히 한번 따져보자. 페이스북은 지난 4월말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즘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앞으론 ’친구의 친구’가 활동한 내역들은 뜨지 않도록 하겠다고 것. 또 자주 소통하는 친구들의 글이나 활동 내역을 좀 더 많이 노출해주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알고리즘 변경 조치가 있은 지 20일 뒤 ‘인스턴트 아티클’이란 인링크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스턴트 아티클은 언론사들에게 광고 매출과 트래픽이란 두 가지 선물을 동시에 안겨주는 대표적인 상생 모델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다 독자들의 콘텐츠 이용 관련 데이터까지 제공해주는 파격적인 서비스다.

애플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가을 출시될 iOS9부터 ‘콘텐츠 차단(Content Blocking)’ 확장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OS용 사파리에서 ‘콘텐츠 차단’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잔 프레스콧 부사장이 애플 뉴스 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씨넷)

물론 애플이 광고 차단 기능을 처음 제공하는 건 아니다. 맥용 사파리에서는 이미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iOS용 사파리에선 이 기능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걸 iOS9부터는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광고로 도배된 모바일 웹 콘텐츠에 지친 독자들에겐 분명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점이 참 묘하다. 지금까지 가만 있다가 왜 이제야 적용하는 것일까, 란 의구심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애플이 iOS9부터 인링크 방식 ‘뉴스’ 앱을 내놓기로 했다는 사실에 시선이 쏠린다.

물론 애플의 이번 조치가 ‘뉴스’ 앱만 겨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모바일 광고 매출을 독식하고 있는 경쟁자 구글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미국 지디넷을 비롯한 일부 외신들은 애플의 이번 조치로 구글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구글 못지 않게 언론사들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상당수 언론사들의 모바일 트래픽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쪽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모바일 매출 비중이 10% 남짓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른 곳은 그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태다.

■ 자꾸만 떠오르는 '여우와 원숭이' 우화

그래서일까? '여우와 원숭이'란 일본 우화가 자꾸만 뇌리에서 맴돌았다.

어느 산속에 여우와 원숭이가 살고 있었다. 여우는 원숭이와 친해지고 싶다면서 접근해 왔다. 그리곤 왕처럼 대접해 줬다.

그러던 어느 날. 여우는 원숭이에게 꽃신을 하나 선물했다. 꽃신을 받은 원숭이는 뛸듯이 기뻤다. 딱딱한 산길을 걸을 때 한결 편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흘러 꽃신이 다 헤어졌다. 그래서 원숭이는 여우를 찾아가서 “꽃신 새 것을 하나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우는 안면을 싹 바꿨다. “앞으로 꽃신을 얻어 신으려면 내가 시키는 일을 전부 해. 그렇지 않으면 줄 수가 없어.”

깜짝 놀란 원숭이. 하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원숭이의 발바닥은 이미 딱딱하고 곳곳에 가시가 도사리고 있는 산길을 걷기 힘들 정도로 저항력을 상실한 뒤였기 때문이다. 그 때 이후 원숭이는 여우가 기침만 해도 눈치를 보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페이스북과 애플의 화끈한 상생. 분명 언론사들에겐 큰 선물이었다. 광고 차단 조치 역시 독자들에겐 참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 둘을 연결하는 순간 자꾸만 엉뚱한 불안감이 밀려온다. 파격적인 뉴스 서비스 출범 직전에 적용한 조치라는 점이 자꾸 신경을 거슬린다.

관련기사

게다가 두 조치 모두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이나 애플의 '뉴스' 앱에 게재된 콘텐츠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생각이 미치면 더 그렇다. iOS9의 광고 차단 기능은 사파리에서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꽃신 신고 웃음짓는' 미디어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된다. 물론 내 과민반응일 것이다. 그럴 게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어쩌면.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