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브라우저, 구글플레이에 조용히 입장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자 겨냥

컴퓨팅입력 :2015/09/08 09:40    수정: 2015/09/09 08:41

루머로만 알려진 일명 '삼성브라우저(Samsung Browser)'의 존재가 확인됐다. 향후 삼성전자 플랫폼 전략의 첨병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모바일 브라우저 '인터넷 포 삼성 갤럭시(Internet for Samsung Galaxy, 이하 삼성브라우저)'를 등록했다. 앱 배포를 시작한지 2주가 지났지만, 회사측은 이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링크)

삼성브라우저는 삼성계정 또는 파이어폭스계정을 통해 갤럭시 시리즈 기기간 열린 탭과 북마크 동기화를 지원한다. 삼성계정으로 동기화시 웹페이지 저장 내역도 동기화된다. 즐겨 찾는 사이트에 빠르게 접속하는 퀵액세스 기능과 바탕화면에 추가하기, 모바일에 특화된 사이트를 간편하게 이용 가능한 내비게이션페이지, 지문인증을 통한 웹사이트 간편 로그인, 삼성녹스 보안플랫폼 환경 대응, 절전모드, 데이터절약모드 등을 지원하는 게 앱 소개란 특징으로 제시됐다.

이 32메가바이트(MB)짜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전용 모바일 브라우저다. 확산세는 빠른 편이다. 등록 리뷰 건수가 지난주 20여회에서 40회 가량으로, 주말새 2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1만~5만건'으로 표시되던 다운로드건수 구간도 '10만~50만건'이 됐다.

그런데 사실 이 삼성브라우저는 최근 새롭게 개발된 게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개발, 출시돼 이미 꽤 쓰이는 앱이다. 그 정체는 지난 2012년부터 갤럭시 단말기에 '인터넷'이란 이름으로 들어 있던 운영체제(OS) 내장 브라우저다. 3년째 개발되고 있는 앱이 구글플레이에 갓 등록됐을 뿐이란 얘기다.

구글 공식 안드로이드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 삼성전자 갤럭시 단말기용 자체 브라우저 앱이 등록됐다. 2주째 배포되고 있지만 삼성전자에서는 사용자들에게 이에 대해 별도 홍보나 안내를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구글플레이 소갯말을 통해 자사 앱이 "2012년 이래로 기존 삼성 갤럭시 단말기의 안드로이드 내장 브라우저(웹뷰)를 대신해 기기에 최적화된 브라우저로 제공돼 왔다"면서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최적화한 모바일 웹브라우저"이자 "모든 삼성 갤럭시 기기를 위한 단일 브라우저"라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브라우저를 갤럭시 브랜드 기반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출시된 모바일 기기에 선탑재(preload) 형태로 제공해 왔다. 회사측이 이 앱을 사용자들이 구글플레이에서 직접 내려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배포하기 시작한 배경엔 모바일 전략에 모종의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다.

삼성전자가 굳이 이런 변화를 시도한 근본 이유는 최신 브라우저를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구글플레이에 등록하면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자동업데이트' 방식으로 기기 사용자들에게 앱을 배포할 수 있게 된다. 이 방식은 사용자들에게 최신 앱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준다.

삼성전자의 자체 브라우저 개발 움직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브라우저도 플랫폼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버전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 삼성은 지금까지 브라우저 앱만 업데이트할 수 없었다"며 "브라우저 앱의 최신 버전 유지를 위해 단말기 OS 전체를 업데이트해야 했는데 이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안드로이드 앱은 개발사에서 새 버전을 배포시 사용자 기기에 자동업데이트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반면, 구글플레이에 등록되지 않은 선탑재 앱은 그 기기를 만든 제조사라 할지라도 자동업데이트로 배포할 수 없다.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삼성브라우저, 공식명칭 인터넷 포 삼성 갤럭시 앱의 기능설명 이미지.

제조사가 자동업데이트로 배포할 수 없는 앱에 최신 기능을 적용하거나 보안 취약점을 해결한 새 버전을 배포할 방법은 OS업데이트 또는 신규 단말기 판매, 이 2가지 뿐이다. 둘 다 사용자 입장에선 필수적이지도 않은 앱의 최신 버전을 쓰기 위해 선뜻 결정하기 부담스러운 경로다. 삼성전자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부담이 적은 자동업데이트 방식을 통해 자체 브라우저를 배포하기로 한 것이다.

이 소식통은 "구글 크롬이 자동업데이트 기능을 제공하는 것처럼 (삼성전자도) 브라우저 자체 업데이트만 하면서 지속적으로 (여러 사용자 기기의 내장 브라우저가 최신의) 같은 버전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왜 자사 모바일 기기 사용자에게 애써 삼성브라우저의 최신 버전을 제공하려는 것일까?

우선 제조사가 기기의 기본 브라우저를 최신 버전으로 제공할 경우 제품과 서비스를 연계한 차별화 내지는 플랫폼 생태계 강화를 꾀할 수 있다. 구형 단말 사용자에게 자체 신규 서비스 이용을 유도할 수 있고, 브라우저 자체 보안 취약점 대응에도 유리하다.

또 삼성전자는 자체 브라우저를 장기적으로 자사 모바일 기기뿐아니라 다른 범주의 사용자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다. 브라우저를 플랫폼 삼아 타사 모바일 기기 사용자, 또는 TV나 웨어러블 기기 등 삼성전자의 다른 단말 환경에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갤럭시S6 기기에서 삼성브라우저 앱을 구동한 모습. 삼성전자 갤럭시 기기의 OS를 한국어로 설정했을 때 터치위즈 UI 환경에서 이 앱 명칭은 인터넷으로 표시된다.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프리로드(선탑재) 형태로만 배포했던 방식에서 앞으로 다운로드 가능한(downloadable) 방식으로 가면서,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도 (삼성브라우저를 쓸 수 있도록) 고려할 것 같다"면서,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삼성브라우저의 구형 갤럭시 또는 타사 단말기 지원 여부와 그 시점을 확언하기 어렵다. 지금 구글플레이에서 '3.2.38.83-0_100601_694607' 버전으로 배포되고 있는 삼성브라우저 앱은 '갤럭시S6'와 같은 삼성전자 자체 신형 단말기 위주로 제공되는 듯하다.

모바일 기기를 넘어선 다른 형태의 단말기 지원 여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 소식을 주로 다루는 블로그 '삼모바일'이 지난 3월말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뿐아니라 TV용 삼성브라우저가 출시될 것이란 '타이젠인도네시아' 루머통신을 인용 보도했지만, 그 세부 사항을 보면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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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타이젠인도네시아 보도는 삼성브라우저가 애플의 브라우저 렌더링 엔진 '웹킷(Webkit)'을 사용 중이며 향후 구글의 '블링크(Blink)'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13년 출시된 갤럭시S4의 내장 브라우저에 블링크 엔진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도에서 앞으로 이뤄질 일로 다룬 내용이, 실은 이미 삼성전자 내부에서 진행된 사안이었단 얘기다.

다만 삼모바일이 인용한대로 삼성전자가 TV용 삼성브라우저를 만들 경우, 이는 TV뿐아니라 타이젠OS를 탑재한 다른 유형의 기기에도 삼성브라우저 탑재를 시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면서 타이젠의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자체 플랫폼의 불씨를 살릴 방안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