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의 IS 공격, 왜 성과 못냈나

일관된 지휘체계 없어…엉뚱한 사이트 공격도

인터넷입력 :2015/11/26 10:18    수정: 2015/11/27 08:3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을까?”

국제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가 파리 테러를 주도한 이슬람국가(IS)와의 사이버 전쟁을 선포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해킹 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어나니머스가 ‘IS와의 전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세계적인 해킹 그룹 어나니머스가 IS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했다. 사진은 어나니머스 공식 홍보 영상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 이슬람 관련 연구자 사이트 공격하기도

어나니머스가 ‘IS와 사이버 전쟁’을 선언한 것은 파리 테러 하루 뒤인 지난 14일이었다. 당시 가이폭스 가면을 쓴 어나니머스 대변인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강력한 사이버 공격을 기대하라. 전쟁은 시작됐다.”고 선포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어나니머스는 “IS로 의심되는 트위터 계정 5천500개를 폐쇄했다”고 공언했다. 현재까지 어나니머스는 2만 개 이상의 친 IS 트위터 계정을 폐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어나니머스는 IS 공격 방법을 담은 매뉴얼을 배포하는가 하면 공격 타깃을 담은 목록도 공유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할 때 ‘IS와의 사이버 전쟁’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나니머스가 멤버들에게 공지한 'IS 공격 방법' 매뉴얼.

일단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공격 목표 자체가 부정확한 것들이 적지 않았다. BBC에 따르면 어나니머스가 IS 의심 계정이라고 배포한 목록 중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도 포함돼 있었다.

더 황당한 사례도 있다. 이슬람 성전(jihad) 관련 연구를 하는 학자가 운영하는 사이트 최소 두 개가 어나니머스의 공격을 받는 일도 발생했다. 어나니머스의 ‘IS 공격’이 체계적으로 수행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 "정보 수집한 뒤 관련기관과 협력한 '고스트섹'이 효율적"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에 대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어나니머스가 결성된 방식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나니머스는 누구나 신규 가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다 일관된 명령을 내릴 중앙 지도부도 없는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 분산형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 자체가 대형 재난 같은 것들에 대응하는 데는 효율적인 측면이 있지만 ‘IS와의 사이버 전쟁’ 같은 집중적 사안에선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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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어나니머스의 한 분파인 고스트섹(GhostSec)의 활동은 주목할만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IS 웹 사이트나 트위터 계정을 폐쇄하는 대신 관련 정보를 수집한 뒤 정부 기관에 제보하는 쪽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스트섹은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IS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보다는 공격을 멈추도록 하는 쪽에 더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