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디자인 특허, 과도하게 보호"

[삼성, 애플 소송 대법원 상고신청서 분석-중]

홈&모바일입력 :2015/12/17 14:40    수정: 2015/12/17 14:4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특허 소송 중인 삼성이 디자인 특허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삼성이 이번에 대법원에 접수한 문건은 총 215쪽 분량이다. 이 중 상고 신청 관련 부분은 총 39쪽이다. 지디넷은 앞으로 3회에 걸쳐 삼성의 상고 신청 문건을 분석한다. (편집자)

미국 디자인 특허 제도의 한계를 지적한 삼성은 본격적으로 애플 특허권에 대해 비판했다. 삼성은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기 전 이미 몇몇 업체들이 “큰 평면 터치스크린 화면에 둥근 모서리 모양의 사각형” 스마트폰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 중 삼성과 LG는 2006년에 애플 디자인 특허와 비슷한 모양의 제품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은 2007년 1월 공개한 뒤 그해 말 출시한 F700의 핵심 디자인 컨셉은 아이폰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아이폰이 나온 뒤 디자인을 베낀 게 아니란 얘기다.

삼성은 상고신청서에서 애플이 아이폰을 준비할 때 삼성, LG 등이 둥근 모서리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별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왼쪽부터 삼성 Q-BOEL, LG 프라다, 그리고 아이폰.

■ "삼성 점유율 는 건 디자인이 아니라 기능 때문"

스마트폰 시장 성장과 디자인간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2007년 1억2천200만대 수준이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2014년엔 12억4천만대 늘어났다. 불과 7년 사이에 꼬박 10배 수준으로 증가한 셈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특허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미국 특허청이 2012년 부여한 스마트폰 관련 특허는 25만 건에 달했다. 미국 전체 특허의 16%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은 이처럼 단기간에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한 것은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성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은 2010년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적용한 이후 시장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애플 디자인 특허에 무임 승차해서 이뤄낸 성장이 아니란 얘기다.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677 특허권 개념도. (사진=삼성 상고신청서)

이런 문제제기를 한 삼성은 애플 특허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삼성이 상고 대상으로 삼은 애플 디자인 특허권은 크게 세 가지 종류다.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D677 특허권을 비롯해 베젤을 덧붙인 D087, 검은 화면에 아이콘 16개를 배치한 D305 특허권 관련 침해 부분이 상고 대상이다.

삼성에 따르면 쟁점이 된 애플 특허 세 건은 모두 “그림에 묘사된 장식적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세 건 모두 “스마트폰 기능의 부분적인 기능을 주장할 뿐”이라고 삼성은 지적했다.

둥근 모서리에 베젤을 덧붙인 D087 특허권. (사진=삼성 상고신청서)

이를테면 D677 특허는 둥근 모서리 모양의 검은색 사각형 전면 모양을 묘사하고 있다. 반면 D087 특허는 D677과 유사한 모양에 베젤을 추가한 형태다. 반면 D305 특허권은 검은 화면에 16개 아이콘을 배열한 형태를 규정하고 있다.

애플은 1심에서 삼성이 디자인 특허를 도용했을 뿐 아니라 ‘트레이드 드레스’까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제품 특유의 분위기를 의미하는 용어다.

아이콘 배열 범위를 규정한 애플 D305 특허권. (사진=삼성 상고신청서)

■ "1심 재판부, 장식적 디자인 개념 규정 안했다"

삼성은 1심 재판부가 디자인 특허와 관련해 큰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장식적인 디자인’을 특허권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개념 혹은 기능적 측면’과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 게 문제라는 것. 배심원들은 1심 재판부의 이런 지침에 따라 외부 형태 상의 유사성만 놓고 유죄 여부를 판단했다.

특히 삼성은 1심 재판 과정에서 ‘둥근 모서리’ 모양이 휴대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으며, 직사각형 모양으로 하는 것이 화면을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또 애플 측 증인조차도 ‘화면에 아이콘을 배치하는 방법’은 독점하기 힘들 것이란 점을 인정했다고 삼성 측은 강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최종 판결 때 특허권에서 보호받는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을 구분하길 거부했다는 것이 삼성 주장이다. 배심원 지침에서 단순히 디자인 특허는 “특정 전자 기기의 장식적인 디자인을 요구할 권리”라고 규정함으로써 ‘장식적’이란 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애플간 1차 특허 소송 법정 스케치. (사진=씨넷)

특히 1심 재판부가 배심원들에게 “삼성 폰과 애플 디자인 특허의 전체적인 모양이 같을 경우” 특허 침해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지시한 부분도 문제라고 반박했다. 사실상 배심원들이 ‘장식적’이란 규정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만들어줌으로써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디자인 특허 관련 배상금 산정 기준도 잘못됐다고 삼성은 주장했다.

1심 재판부가 “특허 침해 스마트폰 판매로 인한 삼성 수익 전부”를 배상금으로 산정했다는 것. 그러면서도 애플 측에 디자인 특허가 해당 제품 판매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 지 입증하도록 요구하지도 않은 것은 문제란 얘기다.

이런 기준에 따라 삼성은 디자인 특허권 세 개 침해로 3억9천900만 달러,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로 3억8천200만 달러 배상금을 부과받았다. 나머지 1억4천900만 달러는 핀치 투 줌을 비롯한 상용 특허 침해와 관련된 것이다. 삼성은 이 부분에 대해선 상고하지 않았다.

■ "항소법원, 전체 이익 환수 대법원 판례 역행"

항소법원에선 트레이드 드레스 부분은 기각됐다. 삼성이 1심에서 부과받은 배상금이 5억4천800만 달러로 줄어든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 특허 부분에 대해선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했다. 1심 재판부가 디자인 특허는 “그림에 나타난 ‘장식적 디자인’을 의미한다”고 지시한 것은 합당했다고 판단했다.

삼성은 항소법원의 이 같은 결정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장식적’이란 게 무슨 의미인지 한번도 설명해준 적 없는 데 어떻게 제대로 된 평결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게다가 1심 법원은 애플 디자인 특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은 점 역시 중대한 흠결 사항이라고 삼성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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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 항소심이 열렸던 연방항소법원. (사진=연방항소법원)

항소법원은 1심 재판부가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부과한 부분도 그대로 수용했다. 항소법원은 당시 “법률 용어는 인과관계 법칙을 적용하는 걸 금하고 있다”면서 1심 재판부가 특허법 289조를 토대로 적용한 배상금 산정 기준이 합당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 부분이 대법원의 판례와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상고신청서에서 “대법원은 디자인 특허 침해에 대해 특허 침해자의 전체 이익을 배상금으로 부과하는 것은 현재 사회에선 맞지 않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