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에 블록체인 활용? 아직 무리"

호가 데이터 처리 속도 높여야 하는 기술과제 남아

인터넷입력 :2016/02/04 17:57    수정: 2016/02/04 18:02

손경호 기자

미국 금융권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시장에도 이러한 기술을 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증권거래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는 한국거래소, 코스콤 등은 비용을 절감하면서 보안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이 기존 시스템 일부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아직은 몇 가지 해결해야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매도, 매수 등 주문을 내는 매매시스템 보다는 뒷단에서 거래내역을 관리하는 용도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금융시장=복잡하고 낡은 시스템

지난달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자본시장을 구성하는 인프라는 크게 4가지 제약이 따른다.

먼저 자본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시스템이 여러 개 버전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기존 레거시 시스템들이 최신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래된 시스템 일수록 공격자들이 많은 연구를 거쳐 취약점을 찾아내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세번째는 수십년 간 유지돼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다는 점이다. 주식거래를 포함해 청산, 결제, 자산관리 등에 대한 시스템이 제각각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목적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표준을 통해서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글로벌화 시대에도 불구하고,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호화 화폐인 비트코인의 거래내역을 담는 분산네트워크 기반 거래장부 역할을 했던 '블록체인(분산원장)'이 획기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과거와 달리 분산화된 네트워크에 각종 거래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거래 등을 포함한 실시간 금융거래에 활용할 수 있고, 버전별로 서로 다른 수많은 복잡한 레거시 시스템을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해 뭘 얻나?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이렇게 효율성이 높은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나스닥처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분위기는 아니다. 점진적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이러한 효율성 높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블록체인의 현황과 자본시장에 활용' 세미나에서 한국거래소 IT전략부 신재룡 상무는 "거래소 관점에서 블록체인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보안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가 매년 증권거래업무를 위해 시스템에 투자하는 비용은 1천억원에 달하며 이중 8%~9%가 보안에 지출되고 있다.

이어 신 상무는 "매매체결이나 청산결제 등과 함께 시장감시 차원에서도 하루 동안 3천만건에 달하는 호가데이터(증권 매도, 매수 가격을 담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블록체인을 각종 시스템에 응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보안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는 검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진=코인데스크)

■블록체인, 속도 문제 해결해야...

그러나 아직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남아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증권거래와 연동된 호가데이터를 100만분의1초 수준의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하지만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사용되는 블록체인은 거래내역을 10분마다 검증해 블록체인 상에 올리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스콤 기술혁신단장을 맡고 있는 강태홍 상무는 "지급결제, 송금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은행과 달리 자본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고속처리가 가능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이 보안성을 높이면서도 비용을 절감하고, 실시간으로 거래를 하고, 거래 내역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초당 7건의 거래가 가능하고, 10분마다 거래내역들을 기록한 블록을 만들어서 검증을 받아야하는 등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이어 그는 "종이문서 없이 전자적으로만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면서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까지 전향적으로 검토된다면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증권거래시스템 구축, 운영하고 있는 한국거래소는 오는 4월 중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9월까지 블록체인 관련 사업 로드맵을 구상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