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가능성' 보여준 '저커버그 굴욕샷'

관객 기어VR에 몰입…"저커버그 웃고 있을 것"

데스크 칼럼입력 :2016/02/23 10:53    수정: 2016/02/24 10:4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어느 스타의 공연에 갔다.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해서) 인기 배우 한효주 씨 행사라고 가정해보자. 한효주 씨가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 그런데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이런 장면이 가능할까? 당연히 환호하고, 손을 내밀고 난리를 치는게 자연스러운 장면 아닐까?

그런데 지난 21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실제로 이런 장면이 연출됐다. 첨단 IT 기술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모여든 관객들이 ‘IT업계 최고 스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굴욕을 당한 IT업계 최고 스타는 바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저커버그는 이날 삼성의 갤럭시S7 언팩 행사에 깜짝 등장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은 ‘굴욕샷’에 가깝다. 누구 한 명 저커버그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이 없다.

갤럭시 언팩 행사장에 들어서는 마크 저커버그. 하지만 기어VR을 착용한 관객들은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사진=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페이지)

■ VR, 삼성 같은 단말기업체에게도 희망될까

그 시간 관객들은 삼성 기어VR로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기고 있었다. 수 많은 관객들은 ‘IT 최고 스타’의 등장을 눈치조차 채지 못할 정도로 VR 세계에 푹 빠졌다. 어딜 가나 ‘환호’에 익숙했던 저커버그 입장에선 색다른 경험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대에서 VR의 미래에 대해 얘기한 저커버그는 행사가 끝난 뒤 ‘굴욕 샷’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그는 이 사진을 올리면서 “기어VR이 올해에만 수 백 만 명의 손에 들어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세계 최고 IT 스타에게 굴욕샷을 선사한 VR. 하지만 미국의 IT 전문 매체 슬레이트는 “(굴욕을 당한) 마크 저커버그는 (입장 사진을 보면서) 지금 빙그레 웃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년 전 VR 전문 기업 오큘러스를 인수한 승부수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저커버그 굴욕샷’은 삼성에게도 나쁘지 않은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최강’ 삼성은 최근 시장 포화로 고민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S7과 결합된 기어VR이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가질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삼성 언팩 행사 무대에 오른 저커버그가 'VR은 차세대 플랫폼이다'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저커버그 페이스북)

VR은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MWC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 LG 등 최신 폰을 선보인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VR 기기도 함께 내놨다. 그들 뿐이 아니었다. HTC 역시 밸브와 손잡고 바이브란 VR 기기를 공개했다.

저커버그 역시 삼성 언팩 행사에서 “VR은 가장 뛰어난 소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VR 분야는 최근 몇 년 동안 수면 아래에서 빠르게 진화해왔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구글이 카드보드를 선보이면서 조금씩 꽃망울을 틔워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이번 MWC에서 완전히 꽃을 피우는 분위기다. ‘저커버그 굴욕샷’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진으로 두고 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많다.

■ VR기기 벗은 관객들, 열띤 환호로 화답

이쯤되면 독자들은 당연히 궁금할 것이다. 기어VR을 벗은 관객들은 눈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저커버그의 모습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많은 외신들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등장한 저커버그 때문에 현장은 엄청난 환호성과 소란 속에 휘말렸다. 취재 기자들과 사진 기자들이 무대 쪽으로 몰려들면서 저커버그가 하는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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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가 저커버그 등장 이후 벌어진 풍경을 “(미국 팝스타인) 저스틴 비버 광적인 팬들과 비슷한 장면”이라고 묘사했을 정도였다.

그 광적인 장면조차 잠시 유보시킨 게 바로 VR 기술이었던 셈이다. 과연 VR이 페이스북 뿐 아니라 삼성 같은 스마트폰업체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저커버그 굴욕샷’은 이 질문에 희망섞인 답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