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잠금해제 공방...美 IT업체들, 소송서도 애플 지원

여론 향방 바뀔지 주목

홈&모바일입력 :2016/02/27 09:29    수정: 2016/02/27 09:47

황치규 기자

아이폰 암호화를 놓고 애플과 FBI로 대표되는 미국 정부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애플을 지원하기 위해 법정 싸움에 동참하려는 미국 IT업체들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페이스북이 애플을 지지하는 공동 법정 조언 의견서를 다음주 제출할 예정이다. 트위터도 MS, 알파벳, 페이스북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이들 업체 외에 아마존도 법정 조언 의견서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버즈피드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야후도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회사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클라우드 스토리지 업체인 박스도 MS, 알파벳, 페이스북, 트위터와 공동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슬랙도 동참을 검토 중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애플과 FBI 간 갈등은 애플이 지난해 캘리포니아 샌버나디오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용의자로 밝혀진 무슬림 부부 중 남편인 사이드 파룩이 사용한 아이폰에 걸린 잠금장치를 FBI가 풀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연방 법원의 명령을 최근 거부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애플은 FBI에 협력하게 되면 아이폰 사용자들의 보안을 약화시킬 수 있고, 향후 정부 감시에 전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반대 명분으로 내걸었다. 다수 IT업체들이 애플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잠금해제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소장을 미국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애플이 아이폰 비밀코드를 우회할 수 있도록 iOS 버전을 제공해달라는 FBI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는 법정 싸움으로 가려지게 됐다. 공판은 오는 3월 22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다른 업체들은 3월 3일(현지시간)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법정 조언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법정 조언 의견서는 소송에 직접 포함되지 않은 기업들도 해당 사건에 대해 의견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관련기사

유력 IT회사들의 애플 지원 사격은 의미있는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애플과 직접 경쟁하는 회사들까지 공개적으로 애플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테러 용의자가 쓴 아이폰에 접근하게 해달라는 FBI의 요구를 애플이 거절한 상황에서 애플 지지는 정부 당국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일반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럼에도 IT업체들의 애플 지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은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FBI가 소송에서 이긴다는 것에 담긴 의미를 많은 IT기업들이 우려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이 기업이 테러 조사에 협조하고 안하고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