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가 애플을 2013년으로 되돌리려 한다"

페더리기 애플 수석부사장, 수사협조 재차 거부

컴퓨팅입력 :2016/03/08 08:14

애플이 아이폰 보안시스템을 무력화할 수단을 만들어 달라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구를 재차 거부했다.

FBI는 테러 용의자의 아이폰을 확보했지만, 그가 이슬람국가(IS)에 연루됐음을 입증할만한 범행 모의 증거를 캘 수 없었다. 아이폰내 6자리 잠금화면 비밀번호를 알 수 없어서였다. 틀린 비밀번호를 계속 넣다간 예상되는 증거를 비롯해 데이터를 전부 날릴 수 있는 상황. FBI는 궁리 끝에 애플이 자신들을 돕게 해 달라고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호소했다. 법원은 애플더러 그 사정을 봐 주라 '명령'했다.

그러나 애플은 초장부터 이를 거부했다.아이폰 보안시스템을 무력화할 기술을 만들어달라는 건 결국 자사 제품 사용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애플의 이같은 대응은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사용자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중시하는 애플의 입장을 지지하는 견해와, 테러 수사에 기술적인 수단으로 협조해 달라는 FBI의 요구는 타당하다는 견해가 대립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등 글로벌 IT 관련 기업들까지 아이폰 잠금 해제를 도우라는 법원 명령을 취소시켜야 한다며 애플을 지원하고 나섰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순 공개 서한을 통해 법원 명령을 따를 수 없다는 자사 입장을 분명히 했다. FBI에 협력해 아이폰의 잠금 해제 수단을 제공할 경우, 자사 제품 사용자들의 보안과 개인 정보 보호 측면에 해가 되며, 정부 감시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번에는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 부문을 맡고 있는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부사장이 나섰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SW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사진=씨넷]

미국 지디넷은 7일(현지시각) 애플이 FBI를 도와야 한다는 사법당국의 명령에 직접 반대하고 나선 페더리기 수석 부사장의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인용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페더리기 수석 부사장은 기고문에서 아이폰 백도어를 만들어 달라는 FBI와 미국 정부(법무부)의 요구가 애플의 보안 수준을 2013년 환경으로 되돌려 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FBI가 증거물로 확보한 테러 용의자의 기기는 iOS7 버전을 탑재한 아이폰5C 모델인데, 법원 명령대로 해당 기기의 OS에 적용할 수 있는 백도어를 만들어낼 경우, 같은 환경의 아이폰을 쓰는 모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게 페더리기의 주장이다.

페더리기 수석 부사장은 팀 쿡 CEO의 서한과 마찬가지로, 연방법원의 명령이 애플에 일종의 백도어 SW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므로 부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백도어 SW는 사법당국이 이번에 목적으로 삼은 테러 용의자의 기기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아이폰 기기들에도 사용돼, 정부 뿐만 아니라 해커와 범죄자에게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뛰어난 SW는 겉으로 보기에 인류의 문제를 푸는 데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듯 하고, 이는 눈깜짝할새(in the blink of an eye) 세계 곳곳으로 퍼질 수 있다"며 "악성코드는 빠르게 움직이고, SW가 잘못된 의도로 만들어졌을 때,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수준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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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리기 수석 부사장은 또 "바로 어제까지 최선이었던 방어 체계가 오늘이나 내일 주어질 공격을 막아 준다는 보장이 없다"며 "미래 SW 혁신은 강력한 기기 보안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혼란을 야기할 목적으로 보안취약점 기술을 악용하려는 이들을 상대로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지난주 미국 연방법원 뉴욕동부지원 제임스 오런스틴 치안판사로 부터, 사측 입장에 반하는 행동을 요구하는 FBI 수사에 협조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