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꺾은 알파고, 얼마나 강했나?

"예상보다 빨리 기량 급상승"

인터넷입력 :2016/03/09 17:44    수정: 2016/03/10 09:59

황치규 기자

"알파고가 잘했다기 보다는 이세돌 9단이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패인같다."

9일 이세돌 9단에 구글 딥마인드 인공 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에게 충격의 불계패를 당한 이후 관전평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세돌 9단 답지 않은 실수들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알파고의 기량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것이 바둑 기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10월 벌어진 판 후이 2단과의 대국때와 비교해 기량이 일취월장했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얘기가 많다.

지난해 10월 판 후이 2단과 대결했을 때 알파고는 프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운 장면도 연출했다. 그러나 이후 훈련과 학습을 통해 기량을 크게 끌어올렸음을 이번 대국을 통해 입증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장면

알파고는 이번 대국을 위해 이세돌 9단의 바둑 습관을 따로 분석하지는 않았다. 특정 사례가 아니라 수많은 연습 게임과 강화학습을 치면서 실력을 다듬었다.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특히 계산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보였다. 케이블 방송 K-바둑에서 이번 대국을 중계한 백대현 9단은 "사실 알파고가 오늘 정도의 수준을 낼거라고 생각치 못했다"면서 "예상보다 훨씬 기량이 좋아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대국 전부터 알파고를 분석해온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추형석 선임연구원은 “알파고는 상대가 2단일 때는 그 수준에서 경기를 펼치고 9단으로 올라서면 그에 맞게 바둑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며 “(판후이 2단과의 경기 후) 5개월 동안 학습을 많이 했다기보다 원래 알파고 실력이 좋았던 것으로 보는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알파고 실력이 상대 실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추 선임연구원은 “알파고가 의도해 상대에 따른 맞춤형 실력을 보인다기보다 최적의 수를 계산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강해지면 더 좋은 수를 둘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알파고의 약점도 상당 부분 포착됐다. 계산 능력에 비해 전투 감각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했다. 프로 기사라면 당연히 봐야할 쉬운 수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고 백대현 9단은 전했다.

관련기사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은 5차례 진행된다. 다음 대국은 이세돌 9단의 심리 상태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백대현 9단은 "이세돌 9단이 평소 실력을 낸다면 다음 대국에서 승리할 것이다"면서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숙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변칙적인 바둑을 구사하는 이세돌 9단의 스타일을 학습할 수 있게 된 알파고의 바둑 기량은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 딥마인드가 첫번째 대국에서 확보한 데이터로 알파고 실력을 하루아침에 업그레이드하기는 쉽지 않다. 딥러닝의 특성상, 트레이닝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개월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세돌 9단을 상대로 확보한 데이터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알파고가 판단을 하는데 의미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강해진 알파고의 등장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