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운명 가를 '美 특허법 289조'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이익 배상 근거 조항

홈&모바일입력 :2016/06/08 11:22    수정: 2016/06/08 13:0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특허법은 왜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라고 했을까?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소송 상고심 절차가 시작되면서 미국 특허법 289조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역사적인 두 회사간 특허소송 상고심 핵심 쟁점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미국 특허법 289조는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을 경우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이 애플과 1차 특허 소송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부과받은 것도 이 조항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 간 디자인 특허 상고심이 열리게 될 미국 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항소심에서 부과된 5억4천800만 달러 중 디자인 특허 관련 배상금이 3억9천900만 달러에 이른다. 전체 배상금의 73% 수준이다. 3억9천900만 달러를 최대한 많이 낮추는 게 상고심에 임하는 삼성의 목표인 셈이다.

■ 1887년 미국 의회가 첫 제정

삼성이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대법원에 제출한 준비 서면(opening briefs)에서 특허법 289조를 집중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법 조문 자체만 놓고 보면 항소법원 판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1심 배심원들은 ‘전체 이익 상당액을 기준으로’ 배상하라는 취지에 따라 평결했으며, 항소법원 판사들 역시 특허법 289조를 근거로 1심 판결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의 생각은 다르다. 삼성은 준비서면에서 289조는 입법 취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289조 디자인 특허 배상 관련 조항이 등장한 배경과 역사를 정리했다.

(사진=삼성 대법원 준비 서면)

대법원에서 디자인 특허 배상 관련 공방이 벌어진 것은 1885년이었다. 카펫 디자인 특허가 쟁점이 됐던 이 재판은 새로운 배상 규정까지 만들어냈다.

이 재판 원고 측은 처음엔 특허침해자의 수익에다 자신들이 잃어버린 이익을 합한 배상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잃어버린 이익으로 범위를 좁혔다. 당시 피고가 카펫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상액 산정 과정에도 공방이 거듭됐다. 당초 원고 측은 자신들의 마진에다 피고가 판매한 카펫 개수를 곱한 금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이 이 금액이 과하다면서 개당 6센트 배상액을 부과했다.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던 이 재판은 대법원에서 다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 2년 뒤인 1887년에 미국 의회가 특허법을 제정했다. 여기서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한다는 기준이 확정됐다.

■ 삼성, 289조는 폭리 취하란 규정 아니라고 주장

삼성은 준비 서면에서 1887년 법은 크게 세 가지 취지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첫째. 이 법은 카펫이나 화장지, 유로(oil-cloths) 같은 장식적 물품에 적용된다.

둘째. 카펫 같은 디자인 특허 보유자들이 입증의 어려움 때문에 ‘침해 행위에 대한 효과적인 금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점을 우려했다.

셋째. 일반적인 인과관계나 형평성 원칙에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 주장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특허법 289조는 카펫처럼 디자인이 사실상 제품 전체나 마찬가지인 물폼에 적용되는 규정이란 주장이다.

총 9명으로 구성된 미국 대법원 판사들. 앞줄 가운데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왼쪽에 있는 사람이 최근 별세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다. (사진=미국 대법원

더 중요한 부분은 그 다음 주장이다. ‘전체 이익 상당액’이란 규정은 원래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었다는 것. 다시 말해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기 힘들다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규정이란 주장이다.

스마트폰 같은 첨단 IT 제품에서 일부 디자인 특허 때 제품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한 배상을 통해 ‘폭리’를 취하도록 해주는 규정은 아니란 얘기다.

이후 이 규정은 몇 차례 개정이 됐다. 이 중 특히 1952년 특허법 개정이 중요하다고 삼성은 강조했다.

일단 1952년 개정 법률은 250달러를 웃도는 제품에 한해 전체 ‘제조물품성’에 적용된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도록 한 점은 1887년 특허법과 동일했다.

하지만 이 법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전 법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첫째. 1887년 특허법 당시 논란이 됐던 고의 침해 조항을 삭제했다.

둘째.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 제조 혹은 판매를 통해 얻은 전체 이익’이란 부분을 삭제했다. 대신 ‘전체 이익 상당액’이란 문구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1952년 개정으로 인해 전체 이익은 ‘제조물품성’과 ‘침해 행위로 얻은 이익’에 한정해야 한다는 지침이 확정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 미국 대법원은 289조를 어떻게 해석할까

조금은 복잡한 얘기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디자인 특허가 핵심 쟁점인 삼성과 애플 간 1차 특허 소송에서 삼성은 거액의 배상금을 부과받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특허법 289조의 ‘전체 이익 상당액’이란 배상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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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은 이 조항은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애초 입법 취지 자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와 함께 항소심 재판부의 해석대로 289조를 적용할 경우 혁신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