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브라우저로 보는 생체인식의 미래

[임민철의 Webology]갤노트7 브라우저 진화

컴퓨팅입력 :2016/08/17 09:29    수정: 2016/09/22 08:00

갤럭시노트7이 세계 모바일 시장에 등판하면서 연일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삼성 스마트폰 최초라는 '홍채인식' 기능에 특히 관심이 쏠렸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낯설진 않습니다. 홍채인식을 비롯한 생체정보 인식 기술은 그간 첩보 및 SF영화 속 주요 건물이나 비밀스러운 시설물에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보안 인증 시나리오의 단골 소재였으니까요.

영화 속 홍채인식 기술은 종종 '뚫리기 위한 보안 기능'으로 연출됐습니다만, 최첨단 보안 기술이 실제로 그렇게 허술하진 않겠죠. 현실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홍채인식은 당연히 보안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갤럭시S5 모델의 지문인식 기능에 이어 또다른 모바일 생체인증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6년 8월 2일 미국 뉴욕서 진행된 갤럭시노트7 제품발표 현장의 한 장면.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제품전략 수석부사장이 새로 탑재된 홍채인식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씨넷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k04u-ZQnz2U

애플의 아이폰에도 탑재된 지문인식 기능은 단순 잠금해제시 비밀번호 입력 과정을 대체할 수 있는데요. 홍채인식은 이런 단순 잠금해제보다 중요도가 더 높은 본인인증에 쓰일 전망입니다. 이미 본인인증 서비스 '삼성패스'를 통해 각종 웹사이트 로그인이나 모바일 뱅킹 계좌조회나 이체같은 전자금융 거래를 간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하네요. [☞관련기사: 갤노트7 국내 데뷔…"모바일뱅킹 혁신"]

현재까지 홍채인식을 비롯한 갤럭시노트7 관련 뉴스는 주로 하드웨어 기반의 혁신 요소에 초점이 모였는데요. 이 글에선 세간의 조명을 미처 못 받고 있는 기기 내장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 특히 웹 기술 전문가들의 오랜 공력이 축적된 결과물이고, 모바일 웹과 서비스 업계 종사자들에겐 주목할만한 요소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죠.

■"모든 삼성 갤럭시 기기를 위한 하나의 브라우저"

소개할 모바일 앱은 '삼성인터넷(Samsung Internet for Android)' 최신 버전입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탑재되는 삼성전자의 자체 개발 브라우저입니다. 갤럭시 기기 사용자가 제품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곧바로 접할 수밖에 없는 앱입니다. 사용자가 다른 브라우저 앱을 내려받거나 시스템 설정을 건드리지 않는 한 기본 웹서핑 도구가 되거든요.

구글 안드로이드 앱 장터 구글플레이에 등록돼 있는 삼성인터넷 포 안드로이드. 구글 크롬처럼 블링크 엔진을 활용해 개발되는 삼성전자 모바일 브라우저.

삼성인터넷은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웹브라우징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탑재 되고 있는 모바일 브라우저입니다. 일반 안드로이드 플랫폼 기기에 내장된 '웹뷰' 또는 구글의 '크롬' 모바일 버전과 별개의 앱입니다. 크롬과 같은 '블링크(Blink)'엔진을 활용해 개발되고 있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제공하는 기능면에서 꽤 차이를 보입니다.

삼성전자 자체개발 브라우저는 4년전 '인터넷(Internet)'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제공됐습니다. 단말기 펌웨어 형태로만 배포되다보니 사용자들에게 최신 버전이 제공되기 어려웠죠. 삼성전자는 이걸 개발 3년만인 지난해 8월, 구글 앱 장터에 올리기로 합니다. 덕분에 갤럭시 기기의 펌웨어 업그레이드 없이도 사용자들에게 최신 버전으로 배포할 수 있게 됐어요. [☞관련기사: 삼성브라우저, 구글플레이에 조용히 입장]

2015년 8월 구글플레이에 조용히 입장한 삼성브라우저, 당시 공식명칭 '인터넷 포 삼성 갤럭시' 앱의 기능설명 이미지. 앱 명칭은 이후 '삼성인터넷 포 안드로이드'로 바뀌었다.

이제 그 최신판인 삼성인터넷4.2 얘길 해 보죠. 삼성인터넷4.2 버전은 갓 출시된 갤럭시노트7 단말기에 선탑재됐습니다. 이 버전은 이달말 이후 시판할 다른 갤럭시 모델에도 탑재되고, 하반기중엔 구글 앱 장터를 통해 기존 출시된 갤럭시 단말기로도 배포될 겁니다. 기존 삼성인터넷 지원 기기 목록은 구글 앱 장터 공식 소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조링크: 구글플레이 Samsung Internet for Android]

기존 삼성인터넷은 가상현실(VR) 단말인 '기어VR'과 타이젠 스마트폰에도 탑재됐습니다. 삼성인터넷 새 버전도 이 플랫폼을 위해 만들어질 수 있겠지요. 개발팀은 삼성인터넷 지원 기기 범위를 웨어러블 영역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타사 안드로이드 기기에도 삼성브라우저 배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삼성의 기어VR. (사진=씨넷)

또 삼성전자 개발팀에서 귀띔한 얘길 들어 보면, 삼성인터넷은 연내 웹표준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지원을 통해 결제와 관련된 기능을 웹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진화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등장한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가 오프라인 매장의 구매나 은행 ATM거래 수단을 넘어 웹기반 온라인용 결제수단으로도 확장하길 기대해 볼만 하죠.

■웹으로 간 홍채인식, 온라인 결제-인증과 만날까

이미 대다수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삼성브라우저는 조용히 제 몫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기술업계 소식에 좀 관심이 있는 사용자라면 까칠한 시선을 가질 수 있죠. '어차피 구글의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에 의존하는 삼성전자가, 뭐 엄청나게 다른 브라우저 만들었겠어? 결국 크롬 따라하기지'같은 … 그런데 기술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와 상반된 관점, 즉 삼성브라우저의 기술적 시사점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국제기구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의 기술아키텍처그룹(TAG) 다니엘 아펠퀴스트 공동 의장이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입니다. 아펠퀴스트 공동 의장은 올초 자신의 미디엄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삼성브라우저를 크게 칭찬했습니다. 삼성브라우저가 업계에 던지는 기술적 시사점이 꽤 크다는 생각이죠. [☞관련기사: "삼성브라우저, 웹 발전에 큰 역할 할 것"]

다니엘 아펠퀴스트 W3C TAG 공동의장의 블로그 글. 삼성전자가 수년간 자체 브라우저를 개발하기 위해 들이고 있는 노력과 그 배경이 되는 웹기술 표준화 활동의 이력과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삼성전자의 수많은 갤럭시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에 배포되고 있어 전체 시장에서 일반 사용자들의 웹기술 수용도를 좌우하는 비중이 상당하고, 최신 웹표준 구현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웹기술 업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삼성 제품과의 연동을 고려한 활용 시나리오로 소비자들에게 앞선 사용성과 기능을 제공하는 노력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추켜세웠죠.

사실 삼성인터넷의 사용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데이터 같은 걸로 검증하긴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 앱이 주요 갤럭시 단말 표준 브라우저로 배포된다고 가정하면 세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3위 정도의 포지션을 차지했을 거라는 추산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전직 삼성전자 출신 SW엔지니어가 2015년초에 들려 준 얘기니까, 아주 근거가 없진 않겠죠.

아펠퀴스트 공동 의장의 호평은 갤럭시노트7 출시에 맞춰 버전을 올린 삼성인터넷4.2 버전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새로운 미디엄 블로그 글을 통해 삼성 단말기에 긴밀하게 특화된 기능을 내장한 삼성인터넷 브라우저가, 다른 브라우저 대비 차별화 요소(differentiator)를 품었다고 묘사했는데요. 글에서 강조한 삼성브라우저 특화 기능 역시 홍채인식입니다. [☞참조링크: Iris Scanning Comes to the Web]

W3C 기술아키텍처그룹(TAG) 다니엘 아펠퀴스트 공동 의장이 직접 올린 갤럭시노트7 삼성인터넷 앱의 홍채인식 기능 구동 영상 장면들. 브라우저를 실행해 홍채인식을 거쳐 비밀모드에 진입할 수 있다. 이후 웹서핑 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된다.

갤럭시노트7에 탑재되는 삼성인터넷4.2 버전은 홍채인식 기능을 어떻게 활용했을까요? '비밀모드(secret mode)'라는 개인정보보호 동작 모드와 웹 자동로그인 기능에 연동해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지문인식 기능을 처음 탑재했던 갤럭시S5과 함께 출시된 삼성인터넷4.0 버전이 지문인식 기반의 비밀모드와 지문인증 웹 자동로그인 기능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처럼, 기존 사용자들의 보안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죠.

아펠퀴스트 공동 의장은 글 말미에 "이런 기능이 웹 결제(web payment)와 웹 인증(web authentication)같은 신흥 웹기술과 결합되면 훨씬 더 흥분할만하다"며 "그 때 우리는 발전된 바이오메트릭 기술이 흥미로운 형태로 개발자들에게 제시되는 방식을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우저에 연동되는 홍채인식은 실용성을 갖춘 모바일 생체인증 기반 서비스 시나리오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네요.

■"웹 검색기록·사이트 활동 이력 노출, 안심하세요"

갤럭시노트7에 들어가는 최신 삼성인터넷이 기기 독보적 요소인 홍채인식 기능을 적극 연동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삼성전자 개발팀의 업그레이드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웹에 연동될 삼성페이 서비스의 온라인 결제 시나리오를 위한 보안 및 인증 기술로 홍채인식이 활용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삼성인터넷4.2의 모든 변화가 '기승전홍채인식'은 아닙니다. 개발팀이 강조한 총론은 '프라이버시 강화'입니다.

홍채인식 기능을 제외하고 삼성인터넷4.2에 추가된 프라이버시 강화 요소는 어떤 것들일까요? 크게 모바일 기기 사용자의 웹 검색기록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검색엔진 옵션을 제공하는 것, 일반적인 웹브라우징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기록을 보호하기 위한 브라우저 확장, 2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갤럭시노트7처럼 홍채인식 센서를 탑재하지 않은 다른 기기에서도 제공될 요소입니다.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서비스되는 검색엔진 덕덕고.

갤럭시 기기 사용자들은 삼성인터넷4.2 버전부터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빙(Bing) 외에 사생활 보호에 강한 검색엔진 '덕덕고(DuckDuckGo)'를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덕덕고는 검색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공유하지 않는 정책을 취하고 있어서, 웹서핑중 만들어지는 쿠키나 사용자 검색 이력을 온라인 광고업체에 넘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삼성인터넷4.2 버전 사용자들은 웹서핑 기록을 보호하는 '디스커넥트(Disconnect)' 확장을 쓸 수도 있습니다. 디스커넥트는 '갤럭시앱스' 꾸러미에 포함돼 별도 설치를 해야 하는 앱인데요. 그 기반 기술은 삼성인터넷4.0 콘텐츠차단(Content Blocker) 기능과 동일합니다. 사용자 추적SW 또는 악성SW를 차단해 사용자의 웹서핑 환경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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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인터넷 포 안드로이드 4.2 버전의 홍채인식 관련 기능을 제외한 신기능 목록. 홍채인식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에서도 개선이 이뤄져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편의성과 재미요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삼성인터넷4.2는 몇몇 편의 기능의 변화도 포함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만 지원했던 QR코드리더 기능이 글로벌 대응하고, 서드파티 앱이 사용자에게 관심을 끌만한 콘텐츠를 추천케 해주는 '웹콘텐츠제공' 확장이 지원되며,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때 다른 화면으로 전환하는 동작을 더 편리하게 해주는 '비디오어시스턴트'가 추가됐고, VR헤드셋 콘텐츠로 알려진 '360˚ 비디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기기를 만들면서도 구글 생태계와 차별화한 서비스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공들여 만들고 있는 모바일 브라우저에 관심이 좀 생기셨나요? 모바일웹 서비스 구현에 관심이 많은 개발자분들께, 갤럭시노트7 출시에 맞춰 업데이트된 개발자용 삼성인터넷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 보시길 권합니다. [☞Samsung Internet for Android Overview

삼성전자 서드파티 개발자 지원 공식사이트. 갤럭시노트7 출시 시점에 맞춰 업데이트된 삼성인터넷 포 안드로이드 관련 기술정보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