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바라본 AI시대 일자리 해법

변화하는 직업 쫓고 부작용 막아야

방송/통신입력 :2017/02/16 08:33

4차 산업혁명 시대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일자리의 변화다.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 등이 혼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5일 과청정부청사에서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전문가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를 정리한다.

■ 미래 직업은 어떤 방향으로 바뀔까

김한준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미래 직업의 변화상을 두고 ▲전문화와 세분화 ▲업무 영역의 융합 ▲새로운 직업군의 창출 ▲기존 직업의 고도화 ▲고용구조 변화 등의 특징을 꼽았다.

김한준 연구위원은 “한국의 직업 수는 1만4천900개인 반면 현재 미국은 3만개의 직업이 있다”며 “한국의 직업 수가 미국보다 적은 이유는 산업별 세분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간호사라는 직종만 보면 국내에는 10가지의 직업이 있다고 한다. 반면 미국은 대상별, 진료행위 별로 30가지 정도의 세부 직업이 나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이 고도화되고 사회 구성원 수요가 다양해질수록 직업 세분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직업 세계 융합을 두고 김 연구위원은 “하나의 업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두가지 일처리 능력을 갖춘 직업이 나타난다”며 “외국인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치료나 진료를 받으려면 가교 역할을 하는 국제 의료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나오는데 의료 기술과 동시에 외국어까지 해야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신산업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직군이 생기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 위원은 이를 두고 새 직업이 생겨나고 소멸하는 등 생명체와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첨단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기후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등 사회환경을 종합적으로 새로운 직업이 나올 수 있다”며 “아직 개발중인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도로에 센서를 심는 인프라 구축 작업이 시작될텐데, 이런 것을 설계하는 스마트도로설계자라는 직업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직업의 고도화는 AI 시대에 기계가 대체하는 업무와 달리 인간이 더욱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기존 치기공사는 3D 프린팅을 알아야 하고 기존 기업의 기획 직종은 빅데이터를 다루는 디지털 마케팅 능력도 갖추는 식이다.

김 위원이 전망한 고용구조의 변화는 직업의 양극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직업의 숙련도를 따져볼 때 숙련도가 높아야 하는 직업과 아주 낮은 직업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있는 중숙련의 일자리가 대부분 기계로 대체될 것이란 점 때문이다.

그는 “어느 정도의 숙련도를 갖춘 직업을 볼 때 대표적으로 텔레마케터나 은행 텔러 등이 있는데 사무직이지만 일정한 정보를 갖고 반복된 일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직업이 인공지능 대체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이렇게 기계에 빼앗긴 일자리를 빼고 보면 고숙련공과 저숙련공으로 양분되고 소득 격차도 벌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어떻게 변하나

일자리의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곳은 기업이다. 대부분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에서 이미 기업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은 “예전에는 회사 전체를 총괄하는 HA(인사) 조직이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고과평가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중앙통제 식이었다면 몇 년 전부터는 이같은 일들이 개별 조직단위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을 조직 단위로 보면 약 300개의 팀으로 구성된 회사다. 각 팀별로 채용을 진행하고 업무 평가에 따른 보상 기준을 따지고 신규 인력의 연봉을 결정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박명순 원장은 “예전처럼 중앙집중식으로 총괄하는 문화를 가져가는 것에서 바뀐 이유로는 각 조직별로 업무가 다양해 중앙 총괄의 의미가 사라졌다”며 “다른 회사들도 이런 트렌드가 많이 반영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세분화된 직군별로 채용이 이뤄지는 식이기 때문에 입사 기준이 일정 수준의 스펙이 아니라 각 조직별로 원하는 인재상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기업문화의 변화와 함께 새롭게 요구하는 인재상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박 원장은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를 꼽자면 개인의 브랜드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SK텔레콤이란 회사 브랜드를 내세웠지만 이제 특정 분야에서 직원 개인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시대가 됐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한 회사 안에서 업무가 바뀌고 새로운 일을 맡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워 그 분야를 찾아 네이버에서 일하던 이들이 SK텔레콤에 있다가 카카오로 가는 식이라는 설명이다.

극단적인 사례로 글로벌 유명 인사를 보면 어떤 전문가가 구글로 가서 어떤 사업이 커질 것이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결국 개인의 브랜드라는 것이다.

■ 새로운 일자리 시대,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결국 변화된 일자리와 고용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위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교육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이다.

송해덕 중앙대 교수는 “새로운 일자리를 위해서 교육이 지금 잘 되지 않고 있다는 논의는 결국 학생들이 쓸모있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는 학습의 문제”라며 “그런 측면에서 교육 시스템이 학습자 중심의 혁신을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교육을 공급의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로보고 고민할 문제라는 것이다.

송해덕 교수는 “무엇보다 미래 학습자의 특성을 알아야 학습자 중심의 시스템 변화를 말할 수 있다”면서 “단순히 수업 방식이나 학사제도 개편 논의도 있을 수 있지만, 학생마다 개별화된 맞춤형 학습이 될 수 있는 ‘러닝테크’ 산업 기반이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이 미래 일자리 역량을 갖추기 위해 어느 정도를 배웠는지 진단하는 멘토링과 일자리에 연결될 수 있는 프로파일 등을 체계화하는 러닝테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미국에서 러닝테크가 일부 시도되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이 교육시스템 혁신을 하려면 먼저 러닝테크 기반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AI 시대 고용 문제, 비관론으로 접근해야

이처럼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기업문화가 바뀌고 새로운 직업의 특징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국민 모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최소한의 보수적이고 비관적인 전망을 견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어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보면 실업이 폭증하는 고용 디스토피아라는 사회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실업률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빈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을 잘 받고 시대에 잘 적응한 이들과 달리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봉착할 문제는 뻔한 상황”이라며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시대를 준비할 때 정부가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책임한 낙관론’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사회 안전망’ 수준이 아니라 ‘사회 생존망’ 수준의 복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안상훈 교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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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현재의 사회 안전망은 사회 보험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대부분 노동 시장에서 번 돈 일부를 기여한 뒤 나중에 받는 식”이라며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람이 다수인 세상이고 프리랜서의 급증이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보험으로 관리나 예측윽 못하는 시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결국 대안을 세워야 하는데 오랫동안 주장해온 것이 복지 시스템을 갖출 때 사회 빈곤층에 현금을 주는 단순 처방을 하지 않고 보육이나 방과휴교육, 요양 등 사회 서비스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며 “사회 서비스 분야에 투자를 하면 고용유발계수가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도 선진국과 비교해 이 분야의 인력 풀이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