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가 PC 지배?…리눅스는 세상 삼켰다

모바일-사물인터넷 등 신규 영역서 절대 강세

컴퓨팅입력 :2017/02/23 18:10    수정: 2017/02/23 18:11

리눅스 진영이 '뮌헨의 배신' 때문에 충격에 빠졌다. 리눅스 도입 대표주자였던 독일 뮌헨시가 윈도로 회귀하겠다고 선언한 때문이다.

그 동안 뮌헨시는 리눅스 데스크톱이 윈도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로 널리 거론됐다. 그런 만큼 뮌헨시의 윈도 회귀가 리눅스 진영에 안긴 상처는 적지 않아 보인다.

리눅스 공동체는 '뮌헨의 변심' 때문에 실의에 빠져 있을까? 꼭 그렇지 만은 않아 보인다. 그 사이에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뮌헨시 사례에서 보듯 윈도는 PC를 지배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리눅스는 윈도 너머에 있는 세상을 지배했다.

윈도가 지배하고 있는 PC 시대는 저물고 있다. 대신 모바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 분야에서 리눅스의 활약은 어느때보다 활발하다.

뮌헨시가 리눅스에서 윈도로 다시 돌아간다

리눅스 천국 뮌헨시의 변심

뮌헨시는 2003년부터 윈도를 걷어냈다. 대신 우분투를 개조해서 만든 리묵스(LiMux)란 운영체제를 광범위한 시 업무에 도입했다. 리묵스는 리눅스와 뮌헨을 합친 작명이다.

2003년은 쓸만한 데스크톱용 리눅스가 본격 등장하며, 데스크톱 분야에서도 리눅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가 한창 싹트던 때다. 리눅스 진영에게 뮌헨시는 리눅스 데스크톱의 성패를 가름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나 다름 없었다.

뮌헨시는 당시 리눅스 데스크톱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를 도입하는 건 비용 절감 때문이 절대 아니라고 밝혔다. "특정 소프트웨어(SW) 공급업체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란 게 뮌헨시의 리눅스 전환 출사표였다.

뮌헨시는 그렇게 2013년까지 진행된 이 사업을 통해 1만5천여 PC를 전환했다. 투입된 비용만 총 3천200만 달러(약 367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사업 완료 단 1년만인 2014년 뮌헨시 시장이 바뀌면서 다시 윈도로 회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디터 라이터 시장은 취임직후 윈도로 회귀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자문단에 관련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자문단은 보고서에서 시정부 직원들이 윈도10과 MS오피스 사용이 가능하도록 선택권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뮌헨시 행정당국과 인사위원회는 윈도 재 채택에 무게가 실린 권고안을 내놨다. 이제 인사위원회가 윈도전환을 최종 승인하면, 뮌헨시 데스크톱은 결국엔 윈도로 바뀌게 된다.

리눅스 데스크톱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던 뮌헨시가 윈도로 돌아간다고 하니, 리눅스 지지자들에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뮌헨시가 10여 년간 사용해 온 리눅스를 버리고 윈도로 돌아가는 이유를 두고도 말이 많다. 리눅스에서 작동되지 않는 상용 소프트웨어(SW)가 많아 시직원들이 불만이 많았다는 얘기도 있다. 반면, 시직원들의 불만은 사실 리눅스와 오픈소소스SW의 문제가 아니라 IT총괄 부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상용SW와 호환성 때문에 불만이 높았다는 주장은 윈도로 재전환을 검토하는 연구 보고서에 실렸는데, 연구를 실행한 기관 중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트사인 엑센추어도 포함돼 있어 공정성 시비도 일었다.

넷마켓셰어가 발표한 1월 데스크톱 시장 조사에서 리눅스는 단 2.27%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리눅스 데스크톱은 실패는 인정!…하지만 데스크톱이 중요한가?

뮌헨시의 행보와 관계없이 리눅스 데스크톱은 이미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전체 PC 사용자 중 리눅스를 선택한 비율은 2.27%에 불과하다. 일반 사용자들이 보기에 리눅스 데스크톱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윈도의 위세는 여전하다. 90%의 PC가 윈도로 작동되고 있다.

하지만 리눅스가 데스크톱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도 없다. 최근 영국 지디넷의스티브 레인저 지디넷 영국 편집장은 ‘윈도는 PC에서 이겼지만, 리눅스는 세상을 지배한다’는 글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스티브 레인저 편집장은 이 글에서 “리눅스는 스마트폰 전쟁에서 이겼고 또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전쟁에서도 잘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도 리눅스 커널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커널로 만들어졌다. 그런 점에서 전세계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 5대 중 4대는 리눅스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또 IoT 디바이스의 상당수는 리눅스 기반이다. IoT기기 제작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컴퓨터 기기 라즈베리파이도 다양한 리눅스 배포판을 지원한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 코드의 변형으로 만들어졌다. 리눅스 기반의 AWS 위에서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MS도 AWS를 따라잡기 위해 자사 퍼블릭 클라우드 애저 리눅스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애저 위에서 운영되는 가상머신(VM) 중 30%는 리눅스가 됐다.

스티브 레인저 편집장은 또 “데스크톱의 지배력이 이전과 달라졌으며 이제 데스크톱은 여러 컴퓨팅 플랫폼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기기와 OS에서 독립해 클라우드에서 작동되고 있고 PC는 그런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킬 수 있는 기기 중 하나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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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윈도로 재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뮌헨시도 윈도로 전환하더라도 OS와 독립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웹앱, 가상화된 앱, 원격데스크톱서비스 등을 함께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티브 레인저 편집장은 “뮌헨시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충분히 이목을 끌만 하지만 (리눅스의 성패를 보여주는) 전체 이야기는 아니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