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 도입 법안…국내 기업에도 불똥?

"부가통신사업자에도 경쟁상황 평가 요구" 우려

인터넷입력 :2017/06/22 11:02    수정: 2017/06/22 11:18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국내에서 유한회사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도 정부가 요구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인터넷 회사들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외국계 기업 뿐 아니라 국내 인터넷 기업들도 과도한 정보를 요구하고 규제를 하는 근거 규정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구글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을 규제하려는 법안이 국내 인터넷기업들에게까지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 유한회사 노린 법안, 통상 마찰 우려로 선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오세정 의원(국민의당)은 지난 21일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오세정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의 타깃은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매출액 공시나 외부 감사 의무가 없어 정확한 세금을 내는지 파악조차 힘든 유한회사 형태의 외국계 기업이다. 구글·애플·페이스북·알리바바·넷플릭스·텐센트·블리자드 등이 대표적이다.

당초 오 의원실 측은 유한회사들만 정보 공개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WTO 제소 등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법률 자문에 따라 대상을 부가통신사업자 전체로 넓히게 됐다.

이에 따라 구글·페이스북 같은 해외 인터넷 사업자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 경쟁상황평가에 필요한 자료 제출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유한회사로 운영되는 구글 등에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 정당한 세수를 확보하고 국내 기업과의 균형을 맞추려던 법안이 오히려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법안으로 확대된 셈이다.

오세정 의원실 측은 "처음에는 유한회사들의 정보 공개를 가능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기획했으나, 명분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WTO 제소 등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법률 자문을 받아 경쟁상황평가나 시장 조사 등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그 대상을 부가통신사업자 전체로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인터넷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부가통신 영역 자체가 진입과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경쟁상황을 평가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가통신 영역은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전환 비용이 전혀 없고 시장획정에도 한계가 있는 완전 경쟁 시장이다"면서 "따라서 경쟁상황평가에 대해선 별도의 보완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 구글 규제하려다 역풍 불 수도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고민에 빠졌다. 구글 등과의 역차별 문제를 언급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오세정 의원의 법안에 완전한 찬성도, 완전한 반대로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법안이 무산될 경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과 계속된 역차별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다. 반면 법안이 통과될 경우엔 경쟁상황평가를 위한 내부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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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럴 경우엔 '경쟁상황 평가' 자료가 제재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인터넷 기업들에게 광고 등 시장 주도권을 빼앗겨 불만을 가진 통신사와 방송사들이 경쟁상황평가를 통한 제재의 목소리를 높일 경우 과도한 인터넷 사업 규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의 당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허가 산업에서 일어나는 경쟁 상황을 들여다 보기 위한 평가를 국내 부가통신사업자까지 확대하는 부분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