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상 AI로 승부 건 한국 스타트업 3총사

딥러닝 활용…보조기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컴퓨팅입력 :2017/08/16 16:44    수정: 2017/08/17 10:19

손경호 기자

의료 분야에 쓰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은 당장 의사를 대체할 수준은 못된다. 그보다는 의사를 보조하는 도구로서 앞으로 몇 년 내에 실제로 도입될 수 있을 만큼 기술 수준이 올라갔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분야는 의료영상 쪽이다. AI 연구하는 방법 중 하나인 딥러닝 덕분에 이미지 인식 기술 성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때문이다.

이에 따라 X-레이, CT, MRI 등 의료영상 분야에서 AI가 의료보조기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의료영상 AI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3개 스타트업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로부터 100대 AI기업에 꼽히기도 한 루닛과 자체 딥러닝 엔진을 활용해 의료영상, 생체신호 분석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뷰노, 조직샘플을 분석해 암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을 가진 딥바이오 등이다.

■ 루닛, 유방암서 폐암 영상분석까지…글로벌서 기술력 인정

지난해 10월17일 의료영상처리학회(MICCAI)가 주최한 유방암 병리진단을 위한 종양확산정도를 예측하는 대회인 'TUPAC2016'에서 루닛은 3개 평가 분야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의료영상 AI 스타트업 중 선도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 대회는 참가팀들에게 종양 관련 슬라이드 이미지를 담은 데이터셋을 준 뒤에 종양확산정도를 점수형태로 예측하게 한다. 가장 정확도가 높은 팀이 우승하는 식이다.

루닛이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종양 확산 정도를 분석하는 모습.(자료=루닛)

루닛은 총 세 개 미션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 IBM리서치-취리히 등을 제치고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루닛 이정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유방암에 대한 진단 외에도 폐암 등 분야에서 흉부 X-레이, 유방 촬영 영상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임상실험에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력을 높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회사는 자사가 개발한 딥러닝 기술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임상실험, 인허가 신청을 했다.

의사들이 딥러닝 기반 의료영상분석기술을 활용해 질병에 대한 판독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돕는다는 계획이다.

■ 뷰노, 자체 개발 딥러닝 엔진-플랫폼으로 승부수

삼성종합기술원(SAIT) 출신들이 주축을 이룬 뷰노는 자체 개발한 딥러닝 엔진인 '뷰노넷(VunoNet)'과 이를 활용한 의료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뷰노메드(VuneMed)'를 제공한다.

뷰노넷이 구글 텐서플로처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엔진이라면 뷰노메드는 이를 통해 개발한 각 질병 분야별 상품을 말한다.

뷰노 공동창업자인 김현준 이사는 "의사들이 쓰는 도구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며 "기존 (의사들의) 역량이 50이라면 이를 100까지 끌어올리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뷰노메드-본에어를 활용해 사람 손 뼈의 나이를 측정하는 모습.(자료=뷰노)

뷰노 역시 의료영상 분야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시켰다. 이 회사는 뷰노메드-본에이지라는 진단보조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제품은 사람 뼈 모양을 촬영한 X-레이 사진을 보고 뼈나이를 판단한다. 실제 나이보다 성장이 느리거나 빠를 경우 생기는 여러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키나 몸무게를 잰 뒤 1차 진단을 한 다음 보다 세밀한 진단을 위해 X-레이를 찍는다. 대형병원에서는 하루에만 수 십 개에 달하는 사진을 보고 판별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김 이사에 따르면 2차 병원에서는 개인병원이나 소아과 의사가 직접 이 같은 판별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과정이 시간이 걸리고 번거로운 작업이다보니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김 이사는 "1차적으로 대학병원을 목표로 뷰노메드-본에이지를 공동 개발했다"며 "병원에서 임상작업과 함께 데이터를 제공하고, 우리는 딥러닝 모델에 수 만 개 X-레이 사진을 학습시키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공동개발에 참여한 이진성 교수는 "비슷한 영상을 확인하는데 5분 정도가 걸렸으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5초 정도로 작업 시간을 단축해 빠른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뷰노는 2개 팀을 독립적으로 운영 중이다. 의료영상분석팀에서는 뼈 사진에 더해 CT촬영상을 보고 폐암을 탐지하는 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환자실 환자의 심정지 시간을 예측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혈압, 맥박 등을 포함한 다양한 생체신호를 딥러닝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위급한 순간에 의사를 호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딥바이오, 2020년 전립선암 분석 시스템 상용화

딥바이오는 전립선암을 분석하기 위한 딥러닝 솔루션을 개발했다. 생체검사를 통해 확보한 이미지를 분석해 암의 크기, 위치, 중증도 등을 분석해 진행 추이를 확인한다.

암 전이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생체검사가 필요하다. 몸 안 특정 부위 조직을 미세바늘로 떼어낸 뒤 이를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딥바이오는 전립선암 조직샘플에 대한 영상분석에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다. 관련 제품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최근 이 회사는 지노바이오라는 영상의료장비회사와 손잡고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립선암 진단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의료영상 분야 AI 스타트업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CB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영상을 포함한 헬스케어 분야는 산업용 AI 중 가장 활발하게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2012년 이후 270건의 투자를 통해 18억달러(약2조196억원)가 이 분야에 투자된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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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의료영상 분야 AI 스타트업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