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징역 5년…위기의 삼성, 어디로 가나

경영공백 불가피..."슬기롭게 극복해나가야"

디지털경제입력 :2017/08/25 17:31    수정: 2017/09/02 14:22

법원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함에 따라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장기 경영공백과 리더십 부재 사태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재판부가 특검이 제기한 뇌물공여, 재산국외도피, 횡령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을 이끌었던 최지성 전 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 등 전직 미래전략실 경영진은 당분간 영어의 몸이 됐다.

연간 매출 약 200조원 중 9할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도 크게 요동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당장에 국제적으로 오너 3세의 경영승계를 위해 최고 권력과 비선실세에게 뇌물을 건넨 '뇌물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대외 이미지와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자칫 어제(24일) 미국 뉴욕서 발표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삼성 로고

경영 체제는 지난 2월 17일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이어온 각 계열사 전문 경영인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자율경영 체제를 지속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각 사업부문별 권오현 부회장(DS), 윤부근 사장(CE), 신종균 사장(IM), 이상훈 사장(CFO)의 4인 공조 체계를 중심으로 사업 방향과 일상적인 의사결정, 투자계획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평택공장 반도체 라인 증설을 위한 14조4천억 원을 포함한 약 3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에 맞춰 현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총 4억 달러 규모의 생활가전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투자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인도 시장에서도 생산설비를 늘리는 등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향후 5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신성장 사업 발굴과 장기 투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만(자동차 전장), 비브랩스(인공지능), 스마트싱스(스마트홈), 조이언트(클라우드서비스), 데이코(럭셔리가전), 유니키(IoT), 8i(가상현실) 등 글로벌 혁신기업의 인수와 투자를 활발히 단행했다. 작년 여름엔 세계 1위 전기자동차 업체인 중국 BYD에 5천억원을 들여 지분 투자도 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이후 국정 농단 사태로 올해 현재까지 신규 투자 계획이나 대형 M&A 건은 전무한 상태다.

다른 한편에서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답게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 최고의 IT 전자회사로서 삼성전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성장해야 하는 만큼 사업에 차질 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재계 및 IT 업계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인 만큼 총수의 부재 속에서도 중·단기 투자를 중단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의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다. 최선이 무죄, 차선이 집행유예였기 때문에 1심 선고 결과가 상당히 충격적이다"면서도 "그러나 삼성 전체가 마냥 충격에 휩싸일 수만은 없는 노릇이고 각 사업부는 사업과 각자의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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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고 공판을 지켜 본 전자 업계 관계자는 "과거 다른 그룹의 경우 총수가 구속되거나 부재시 모든 신규 사업 계약을 중단하던 것과 달리 삼성은 이럴 수록 중장기 사업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회사로서의 삼성전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멈춰서선 안 된다"며 "그래야 대외적인 우려와 신뢰 실추를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