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파워'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BIS 논문과 중국 규제

데스크 칼럼입력 :2017/09/19 14:36    수정: 2017/09/20 11:0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장면 1]

폭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급반등했다. 19일 들어 또 다시 4천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5일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힌 직후 3천 달러 선이 무너진 지 불과 며칠 만에 40% 가까이 상승했다.

[장면 2]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의미 있는 보고서를 하나 발표했다. 이제 중앙은행들도 가상 암호화폐(cryptocurrency) 발행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다. (☞ BIS 논문 바로가기)

BIS의 이번 논문은 신용평가 전문화사인 JP모건과는 상반된 논조를 담고 있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비판한 적 있다. 그런데 제도금융권의 핵심인 BIS가 비트코인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단 논문을 발표했단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비트코인

언뜻 보기에 두 장면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상당한 유사점이 엿보인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일회성 열풍이 아니란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 백년 동안 유지돼 왔던 막강한 금융 패러다임에 균열을 가할 수도 있다는 신호탄일 수도 있단 의미다.

■ "중국 정부 규제는 그만큼 블록체인 기술 중요하단 의미"

장면 1부터 한번 따져보자. 잘 아는 대로 중국은 최근 비트코인 열풍의 진원지다. 한 때 비트코인 거래량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최근 들어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전체 거래량의 19%로 큰 비중을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거래소에 대해 규제 칼날을 들이댔다. 당연히 비트코인 거래장엔 악재가 아닐 수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닌 중국 정부이기 때문이다.

중앙집중형 원장(왼쪽)과 분산원장 기술 개념도. (사진=BIS)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보란 듯이 반등세로 돌아섰다. 제 아무리 중국 정부라 할지라도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DLT)’을 넘어서진 못한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이번 반등에 대해 "중국 내 비트코인 거래자들이 다른 거래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규제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믿음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한 발 더 나갔다. 중국 같은 강력한 정부가 규제 의지를 보였다면 그만큼 해당 기술의 파괴력이 엄청나단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통제를 벗어날 경우엔 정부의 손길로부터 자유로운 거래 공간이 될 수 있단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그만큼 급진적이란 얘기다.

물론 비트코인 시세는 또 폭락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올 들어서도 급반등과 폭락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 규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분산 기술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 BIS, 체제 밖 암호화화폐 수용 필요성 언급

BIS의 논문은 더 눈길을 끈다. 중앙은행들이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 화폐 발행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문에선 '중앙은행 발행 암호화폐(CBCC)'를 "P2P 같은 탈중앙 방식으로 교환될 수 있는 전자형태의 중앙은행 화폐"라고 개념 규정하고 있다. CBCC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DLT다. CBCC를 사용할 경우 중앙 중개자 없이 직접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논문에선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도매(wholesale) CBCC와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게 될 소매(retail) CBCC의 두 가지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논문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로 소개하기로 하자. 여기선 BIS가 왜 중앙은행이 가상화폐 발행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자.

가상화폐(왼쪽)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개념도. (사진=BIS)

표면적으론 화폐 이용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스웨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구 절반 이상이 모바일 앱을 통해 거래를 하면서 오히려 현금을 받지 않는 곳도 등장할 정도다.

P2P 전송의 장점과 중앙은행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 가능성 등도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이런 논거를 토대로 “스웨덴처럼 (물리적) 화폐 사용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나라들 뿐 아니라 다른 곳의 중앙은행들도 도소매 CBCC 발행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물론 결정 과정엔 CBCC 발행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복지 향상과 보안 같은 긍정적 요인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과 화폐 정책에 미칠 부정적인 요인까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다른 듯 같은 두 사건이 '비트코인'에 던지는 메시지

이런 설명을 토대로 다시 한번 따져보자.

BIS는 왜 중앙은행에 가상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고했을까? 아니 BIS가 권고한 CBCC, 즉 중앙은행 발행 암호화폐와 비트코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다른 기능은 똑 같다. 다만 비트코인은 중앙 발행 기관이 없다. 완벽한 P2P 형태다. 반면 CBCC는 발행기관이 존재한다. 따라서 분산원장을 체제 내에서 구현하겠다는 복안이라고 봐도 된다.

발행주체와 형태, 그리고 유통 범위에 따른 화폐 종류. (사진=BIS)

그래서 난 중국 정부의 금지령 이후 다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사실과 BIS가 중앙은행에 가상화폐 발행에 관심을 가지라는 내용의 권고를 한 것이 ‘다른 각도에서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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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은 제 아무리 중국 정부라 하더라도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을 막진 못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여준다. 또 한 쪽은 분산원장 기술을 방치할 경우 거대한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걱정을 담고 있다.

다른 관점, 같은 시각을 보여주는 두 가지 그림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