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애니 신분상승…픽사·디즈니 넘본다

[강소기업이 미래다⑫]韓 애니 맏형, 오콘

인터넷입력 :2017/10/10 13:44    수정: 2019/01/10 13:59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⑫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몰아낸 ‘뽀로로’의 힘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 헬로키티 등 외산 캐릭터들이 전부였던 국내 애니메이션 캐릭터 시장은 ‘뽀로로’가 탄생한 2003년부터 큰 변화와 발전을 맞는다.

지금이야 ‘꼬마버스 타요’, ‘로보카 폴리’, ‘엉뚱발랄 콩순이’ 등 다양한 유아동 애니메이션이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만약 뽀로로가 없었다면 여전히 국내 애니메이션 안방은 미국이나 일본의 독차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판교에 위치한 오콘 사옥.

그 만큼 캐릭터 중심의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뽀로로가 개척했고, 지금도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덕분에 TV, 유튜브, 대형마트, 키즈카페 등 생활 곳곳에서 개성 넘치는 뽀로로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세계 콘텐츠시장은 전년 대비 5.5% 성장한 1조8천9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네트워크 발전과 스마트 기기 보급으로 디지털 플랫폼 접근성 확대로 2020년까지 연 평균 4.4%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전망된다.

또 2015년 세계 캐릭터/라이선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1천702억3천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향후 5년 간 세계 캐릭터/라이선스 시장은 연평균 4.4% 성장한 2천115억4천900만 달러로,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콘텐츠와 캐릭터 시장의 성장세를 타고 오콘이 개발한 뽀로로 역시 2003년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금도 아이들에게 ‘뽀통령’이라 불리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미 130여개 국가에 진출했지만, 인구 15억의 대륙인 중국에는 아직 발조차 담그지 않아 확장성도 크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다.

오콘은 뽀로로와 디보 등을 통해 해외 애니메이션 시장까지 개척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해 애니메이션의 한류 열풍을 전세계에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핵심 기술과 제품: 뽀로로·디보 이어 ‘슈퍼잭’·‘토이캅’ 등 기대작 출격

오콘 회사 개요.

1996년 설립된 오콘은 애니메이션/콘텐츠 개발 및 배급사다. 설립 초기에는 주로 대기업들이나 방송사에서 필요로 하는 애니메이션방송물 외주제작사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 약 20년 간 3천800분의 애니메이션을 창작했으며, 브랜드 연간 총매출 1조원의 글로벌 자산인 ‘뽀로로’를 창작해 2003년 방영하며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판도를 바꿔놨다.

대표작으로는 뽀로로를 포함해 ‘선물공룡 디보’, ‘토이캅’ TV 시리즈가 있으며, 뽀로로를 주인공으로 한 다수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있다.

또 90년대 말 선보인 SBS 시사만평 ‘나잘란 박사’와 SBS 인기가요 댄스자키 ‘룰루랄라’ 애니메이션도 오콘의 작품이다.

이 중 뽀로로는 130개국에 수출된 오콘의 첫 TV시리즈다. 출시 후 현재까지 로열티만 1천억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전문 퍼블리셔인 아이코닉스와 공동 제작해 현재는 SK브로드밴드와 EBS가 전략적 투자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오콘은 뽀로로 총 로열티 수입 중 약 27%의 수익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오콘의 다양한 작품들.

오콘은 현재 멀티 제작 파이프라인 운영 능력을 보유, 기대작인 '슈퍼잭'을 포함해. '토이캅', '토니&키키' 등 3편의 애니메이션을 동시 제작 중이다. 토이캅은 현재 KBS2TV에서 방영되고 있다. 내년에는 6편의 작품을 동시 제작할 예정이다.

오콘의 경쟁력은 뽀로로와 같은 독창적인 IP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기획 단계부터 브랜드 사업 아이템을 결합시키는 노하우다.

즉, 기존에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인기를 끌면 다양한 브랜드 사업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작품 기획 단계부터 여러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브랜드 확산과 수익화를 모색하게 된다.

회사는 완구, 패션, 공간브랜드,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등 4개 분야에 특화된 기업과 M&A도 진행 중이다. 상반기 완료된 동양/한일합섬과의 뽀로로 이너웨어 브랜드 ‘뽀로로케어’ 공동사업 계약도 의류 분야 직접 브랜드 사업의 일환이다.

■미래비전: 할리우드 인재 영입…블록버스터 애니 제작

오콘은 할리우드 특수효과팀 인재를 대거 영입해 별도 회사(더투에이치)를 설립했다.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성공 경험을 쌓은 오콘은 앞으로 미국의 픽사나 드림웍스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 할리우드의 시각특수효과 수석 감독(이승훈)과 수석 아티스트(신동엽)를 영입, 자회사 더투에이치를 설립했다.

이승훈 감독은 미국 VFX 전문기업 ILM사에서 ‘아바타’, ‘어벤저스2’, ‘트랜스포머’ 등 VFX 제작에 참여해온 베테랑감독이다. 신동엽 수석 아티스트는 환경 재난 블록버스터 ‘투모로우’를 비롯해 어벤저스와 트랜스포머 등 수많은 할리우드 작품에 참여했다.

회사는 기존 콘텐츠와 미디어환경이 혁명적 변화를 겪는 과도기인 만큼, 기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방식의 제작을 실행한다는 구상이다.

더투에이치는 단기적으로 오콘이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가상현실(VR) 라이더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 올해 말부터 전문 VR라이더 업체와의 사업 제휴를 통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인데, 전용 플랫폼 개발과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주요 콘텐츠 공급자(Main Contents Provider)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승훈 감독.

오콘은 아시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IP 홀딩스를 꿈꾸고 있다. 글로벌 합작을 통한 신작 출시는 물론, 경쟁력 있는 국내 스튜디오와의 제휴를 통해 경쟁력 있는 IP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9월 방영을 시작한 토이캅을 비롯해, 기획 단계부터 ‘제2의 뽀로로’로 기대를 모으며 해외 파트너들의 러브콜을 받아온 슈퍼잭, 그리고 토니&키키 등 신작 TV 시리즈가 내년부터 연달아 출시될 예정이다. 슈퍼잭은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도 동시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배달의민족 회사인 우아한형제들과 협력해 아이들을 위한 식품까지 판매할 계획이다.

디보의 경우 외국의 파트너들과 함께 판권 매각 및 TV 시리즈 3편을 공동 제작하는 계약을 논의 중이다. 이에 내년에는 새로운 시리즈의 방영을 바탕으로 큰 폭의 판권/라이선싱 매출이 기대된다.

TV시리즈와 별도로 뽀로로는 매년 에피소드를 달리하는 극장판 신작을 낼 예정인데, 올해는 ‘뽀로로 극장판 공룡섬 대모험’이 12월 개봉한다. 내년부터는 매년 두 편씩 극장판 뽀로로 애니메이션을 선보일 방침이다.

뽀로로 극장판 공룡섬대모험.

오콘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넘어 경쟁력 있는 작품들을 전문적으로 발굴 육성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유통하는 플랫폼 회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을 늘려 IP를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뛰어난 스튜디오를 인수합병하고, 유능한 파트너와 더욱 긴밀히 협조한다는 전략이다.

또 오콘은 지난 5월 미래에셋증권과 상장을 위한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제작비용뿐 아니라, 다양한 IP를 한 데 묶어 협상력을 강화한 뒤 해외로 진출해 국내 애니메이션의 글로벌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김일호 오콘 대표는 “할리우드 인재 영입과 파이프라인 확대 등으로 블록버스터 패밀리 무비를 만들어 픽사나 드림웍스 영역에 도전하려 한다”며 “드림웍스, 중국파트너, 인도 파트너 등과 협력해 투자 리스크를 줄여 500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드는 아이스에이지급 애니메이션을 2년 반 정도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김일호 대표의 꿈과 철학…“창의력이 최우선”

김일호 오콘 대표.

김일호 대표는 오콘을 ‘크리에이티브 회사’로 규정한다. 핵심 기술 전략, 마케팅 모든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겠지만, 창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대학시절 극장에서 ‘토이스토리’를 본 뒤 큰 충격에 빠진다. 영상이나 영화를 좋아해 서클 활동도 했지만, 당시 토이스토리는 만화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 때 그는 이런 신기하고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하지만 김일호 대표는 대학 졸업 후 LG전자에 입사해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뭐였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품 디자인만 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여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퇴직금보다 비싼 매킨토시를 구입해 원룸 오피스텔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해 컴퓨터 그래픽과 영상 외주제작일을 시작한다. 당시에는 애니메이션을 한다고 하면 아무도 투자를 해주지 않던 시절이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뽀로로가 2003년 말 탄생하면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3D로 한다는 것 자체가 전례가 없었고, 이에 대한 우려도 컸지만 김일호 대표는 뽀로로를 결국 국내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다. 그가 ‘뽀로로 아빠’로 불리는 이유다.

오콘 사옥 로비에 설치된 뽀로로 캐릭터.

이런 성공 경험이 그에게 무엇보다 창의력과, 무언가 만들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와 꿈이 중요하다는 경영 철학을 갖게 만들었다.

창업 초기 뽀로로를 만든 모든 구성원들이 “한 번은 우리 애들이 기억하는, 인생의 페이지를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열의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일호 대표는 “자본과 기술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창의력이 동반되지 않은 기술은 무의미 하다”면서 “지금까지 뽀로로의 성공이 있기까지는 구성원들이 가진 열정, 꿈, 순수한 동기, 상상력과 창의력 등이 큰 뒷받침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살려, 진정한 글로벌 IP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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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항공모함형 밸류체인’이란 표현을 빌어, 국내 300여개에 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모아 해외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한 방송사의 편성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모아,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산업으로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원대한 계획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