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코인-가짜 코인, 어떻게 구분해낼까

ICO에 투자하기 전 알아야 할 최소 조건들

인터넷입력 :2017/10/11 17:32    수정: 2017/10/12 09:52

손경호 기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투자받는 통로인 이른바 'ICO(Initial Coin Offering)'에 대한 열기가 국내외에서 뜨겁다.

코인스케쥴닷컴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10월9일 기준으로 175건의 ICO가 진행됐고, 이를 통해 27억1천975만8천302달러 자금이 쏠렸다.

암호화폐 전문 웹진인 코인데스크가 운영하는 ICO 트래커는 9월27일 기준 누적 ICO 펀딩 자금을 23억7천752만달러로 집계했다. 한화로 따지면 2조원~3조원 규모의 투자금이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된 셈이다.

■ IPO 보다 크라우드펀딩에 가까운 ICO

ICO는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IPO 보다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과 비슷한 형태를 띈다.

성장 가능성만 보고 투자해야하는 탓에 위험성이 높은 대신 이더리움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잠재력을 인정 받게 되면 그만큼의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국내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ICO 중 제대로 된 ICO와 눈 먼 돈을 쓸어가려는 가짜 ICO를 구분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ICO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지 않은 채 '카더라'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11일 국내외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진짜-가짜 ICO를 구분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더리움 서울 밋업 운영자이자 ICO 관련 정보공유 웹사이트인 'ICOKR.info'를 개설해 운영 중인 이준희씨는 "ICO 과정이 일종의 개념증명(PoC) 단계에서 이뤄지다보니 이 팀이 해낼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실히 모르는 단계에서 투자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사기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만 27억1천975만8천302달러가 ICO에 투자됐다.(자료=코인스케쥴닷컴)

■ ICO에 투자 전 체크리스트, 프로젝트 개발팀-백서 제대로 살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할 체크리스트는 존재한다.

글로벌 ICO 관련 컨설팅을 진행 중인 아케인베어는 '어떤 것이 좋은 ICO를 만드나(what-makes-a-good-ico)'라는 블로그를 통해 크게 6가지를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봐야하는 것은 ICO를 진행하려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개발 팀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됐는지 면밀히 살피는 일이다.

팀 구성원들이 어떤 이력을 가졌는지, 해당 프로젝트가 어떤 조직이나 개인과 연계됐는지 등에 대해 꼼꼼히 확인해야한다. 아케인베어는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의 말을 인용했다. "그가 투자하는 것은 해당 팀의 매니저와 리더이지 그들이 진행 중인 비즈니스나 기업이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이준희씨 역시 "투자하려는 팀이 블록체인 업계에서 원래 사업을 하던 사람들인지, 그동안 보여준 실적이나 활동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케인베어가 두번째 판단기준으로 삼은 것은 백서다.

ICO는 당장 실체가 없다보니 새로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한 백서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판단해야한다.

"백서는 프로젝트에 대한 핵심 포인트에서부터 로고 디자인까지 많은 것을 말한다. 여기에 담긴 내용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단순해야하며 누구나 프로젝트가 제시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코인 조달 방법-로드맵 확인도 필수

세번째는 코인 조달이다.

ICO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금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화폐단위인 이더와 같은 암호화폐를 받는 대신 이에 비례해 해당 프로젝트에서 자체 발행한 토큰(혹은 코인)을 준다.

해당 토큰은 주식과 달리 일종의 프로젝트에 대한 사용권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이에 더해 프로젝트가 몇 년 내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그에 따라 가치가 상승한 토큰을 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더리움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아케인베어는 "프로젝트에 대한 선임 투자자나 창업가가 얼마나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가, 코인 가치가 급락하는 인플레이션 가능성, 토큰이 즉시 지급되는 것인지, 정해진 기간이 지나서 이뤄지는 지 등을 파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네번째는 로드맵이다. 타임라인에 따라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초기 ICO를 진행한 뒤에 어떤 이정표를 갖고 프로젝트를 이행해 나갈지에 대한 현실적인 계획이 마련됐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별다른 목적없이 ICO를 통해 발행한 토큰의 가치를 올리는데에만 집중할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다섯번째로는 토큰을 활용해 뭘 하려는 것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ICO 과정에서 투자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해당 토큰을 다른 어떤 사람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가치는 0원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끝으로 커뮤니케이션이다. ICO 과정과 이후에도 해당 팀이 내외부 사람들과 얼마나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ICO만 대대적으로 한 뒤에 프로젝트에 대한 업데이트 상황, 마케팅 계획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면 가짜 ICO를 의심해야 한다.

■ 소스코드 공개 안 하면 사기 의심해야

이에 더해 이준희씨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코드를 공개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며 "공개를 안 할 경우에는 실체가 없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ICO를 진행하려는 팀이라면 오픈소스 플랫폼인 깃허브에 소스코드를 올려 검증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그가 운영 중인 ICOKR에는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ICO에 대한 상세 정보가 올라온다. 다만 이 역시도 투자자가 어느 정도 암호화폐, 블록체인, ICO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고 있는 상태라야 옥석을 분간해 낼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인들을 통해 뭔지도 모르고 ICO에 투자하는 경우들이 종종 나오는데 투자자가 알아보려고 해도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백서가 영어로 된 탓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ICOKR을 운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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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한국블록체인학회, 핀테크플랫폼포럼이 주최한 'ICO의 미래-리스크 VS. 기회'를 주재로 한 세미나에서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인호 교수는 "새로운 코인을 앞세워 미사여구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ICO의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해 관련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정제된 규제환경을 바탕으로 국내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ICO를 활용해 글로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것은 결국 ICO를 진행하는 팀과 기술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