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완전자급제’…요금대책 어디로?

국감서 단통법-4이통 등 실종…"쏠림현상 우려"

방송/통신입력 :2017/10/16 17:56    수정: 2017/10/17 11:34

정치권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가계통신비 인하의 만병통치약으로 떠받들고 있다. 이 때문에 알뜰폰을 비롯한 다양한 제도 개선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선 이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완전자급제를 가계통신비 인하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앞 다퉈 도입을 촉구했다.

이처럼 완전자급제로 통신비 인하 이슈가 집중되는 것에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분리공시 등 단통법 개정, 제4이동통신 추진, 알뜰폰 활성화 방안 등 현행 제도 개선이나 경쟁 활성화 정책을 우선 추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 업계 한 전문가는 “그동안 통신비 인하를 위해 발의된 단통법 개정안 논의는 뒷전으로 미뤄뒀던 정치권이 완전자급제가 새로운 대안인 것 마냥 호들갑”이라며 “새 정부 역시 기본료 폐지로 통신비 인하 정책의 스텝이 꼬이면서 신중론을 견지하는 것 외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에 따른 위약금 이슈나 분리공시부터 국회가 논의를 해야 한다”며 “또 정부가 연말까지 개정안을 준비 중인 제4이통 등록제 전환이나 SK텔레콤과 알뜰폰 업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도매대가 이슈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에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민주당-한국당 “찬성” vs 국민의당 “우려”

현재 완전자급제법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했다. 또 민주당의 김성수, 신경민 의원이 법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김성수 의원은 “완전자급제에 대한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은 이해하지만 더 복잡한 문제는 현재의 시장 구조”라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일은 완전자급제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당에서는 완전자급제가 이동통신 시장의 급격한 제도변화를 촉발시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고 자칫 제2의 단통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김경진 의원은 완전자급제를 ‘단말 강제 분리제’라며 “완전자급제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사용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며 “자칫 삼성의 독무대로 갈 수 있고 오히려 현재의 구조가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단말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의 신용현 의원도 “완전자급제는 20대 국회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5G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장기적 접근을 해야 한다”며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제4이동통신 추진, 분리공시 도입, 할부수수료 폐지 등으로 가계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지원금-선택약정할인 혜택 없어질 수 있다”

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사는 서비스 가입만 하도록 하고, 단말 판매는 제조사나 판매점이 유통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통신사는 요금 경쟁, 제조사의 단말 가격 경쟁을 유도해 가계통신비를 낮추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반면, 통신사가 단말 판매를 하지 못할 경우 공시지원금과 25% 선택약정할인도 함께 사라진다. 단말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금을 제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 역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에 해당된다.

정부가 선뜻 완전자급제에 대해 찬성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인한 효과를 장담할 수 없고, 중소 유통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도 신중론을 견지하는 이유다.

김용수 과기정통부 2차관은 “완전자급제는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단통법이 폐지되면 지원금이 사라는 것 외에 할인율을 25%로 상향시킨 선택약정할인도 모두 사라진다”며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영민 장관은 “완전자급제를 유통 구조 분리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한국시장의 특수한 독과점 구조도 있기 때문에 요금인하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휴대폰 구입과 서비스 개통을 따로 하는 불편한 문제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 가계통신비 인하, 중-단기-장기적 투트랙 필요

현재 발의된 완전자급제법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또 이통사, 제조사, 유통점 등의 이해관계자가 있고 이통사별로, 제조사별로, 유통점의 종류에 따라 입장도 다르다. 특히 향후 이동통신서비스 개통과 휴대폰 구입이 이원화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어서 소비자의 의견수렴도 중요 이슈다.

또 단통법을 폐지할 경우 앞서 언급한 지원금이나 선택약정할인이 없어지는 등의 문제에 대한 대안도 내놔야 한다. 때문에 완전자급제법은 단순히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법 제정에 버금가는 일이다.

따라서 향후 논의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동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행태를 감안하면 언제쯤 논의가 마무리될지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완전자급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 과제로 풀어가야 할 이슈이고 단기적으로는 그 이전 단계에 해당하는 분리공시 도입이나 위약금 상한제 등 단통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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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 연말 정부가 입법을 준비 중인 보편요금제와 제4이동통신 등록제 전환에 따른 해법도 국회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가계통신비 인하에 긍정적 역할을 한 알뜰폰의 위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유통 구조를 바꾼다고 가계통신비 이슈가 해결될 문제로 보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며 “유통 혁신 외에도 경쟁 촉진과 이용자보호 정책 등 여러 이슈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하는데 지금은 완전자급제에 너무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