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망 사용료 논란 ‘저커버그’ 알고 있을까

김태진 기자2017.10.31

  • 글자 작게
  • 글자 크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씨넷)

국내 통신사 증언…페북코리아는 ‘본사 탓’만

“페북코리아는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시장에서 얻는 이익만큼 책임이 있어야 한다. 통신사와 문제가 되고 있는 캐시서버 비용 분담은 상식적인 부분에서 분담하는 게 맞다.”(유승희 의원)

“본사에서 협의해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계약한대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30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는 국내 통신사와 페이스북 간 망 사용료 갈등 이슈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5월 페이스북이 사전 동의나 안내 없이 KT 캐시서버에 연결된 SK텔레콤 라우터를 차단해 발생한 ‘접속경로 임의변경’ 사태가 반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국정감사에서까지 문제가 된 것이다.

■ 페이스북, 국회서 거짓 증언?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변경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접속경로 임의변경을 페이스북과 KT 두 사업자 중 누가 결정했느냐와 페이스북이 정당한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느냐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증인들의 답변과 업계의 얘기를 종합하면,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했다는 KT 주장의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심지어 지난 12일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이 증언한 내용이 위증이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당시 박 부사장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캐시서버의 접속경로 변경은 KT가 요청해 발생한 일”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날 황창규 KT 회장은 “접속경로 변경은 페이스북의 권한이지 KT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13일 국정감사 때 (KT가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가) KT로 돌아온 것만 봐도 알 수 있고 이는 페이스북의 결정이지 KT가 결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본사 인프라팀에서 관리하고 있어서 자세히는 모른다”면서 “비용부담에 대한 KT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변재일 의원은 “캐시서버 관련해 KT가 요청한 것은 정부의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되서 망 사용료 문제를 다시 협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며 “이렇게 얘기했을 뿐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서 라우팅을 변경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박대성 부사장이 KT가 접속경로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은 위증에 해당된다”며 “본사 답변이라고 하고 (회피하는) 답변은 부적절하고 (다만 박 부사장의) 국감법상 위증죄는 묻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 망 사용료 논란 역차별 이슈로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돼 통신사간 데이터 접속료가 무정산에서 종량제를 기반한 상호정산체계로 바뀌었고 KT가 페이스북으로 인해 추가 발생하는 접속료 때문에 망 사용료를 요청했다”며 “통신사와 CP간에는 법상 접속료 정산을 할 수 없어 KT가 망 사용료를 요청한 것인데 페이스북이 임의적으로 접속경로를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역시 페이스북에 캐시서버 구축과 KT에게 지불하는 정도의 망 사용료를 제안했는데 페이스북이 이를 거절하고 접속경로를 변경했다가 정부 조사에 이어 국회까지 이를 문제 삼자 이를 복구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페이스북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법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국내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망 사용료를 회피한 셈이다. 역차별 이슈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날 유승희 의원은 “(해외에 서버를 둔)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사업자에게는 인터넷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고 그것도 부족해 서버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 사업자들은 외국 업체들과 비교해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접속경로 변경이나 공정하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대부분 “본사가 담당해 자세히 모른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때문에 이날 국정감사장에 나와 있던 관계자들은 “국내 통신사 대표들은 어렵게 증인으로 출석해 성실하게 답변을 하고 있는데 페이스북은 지사장이 나와 본사 차원의 일이라고 남일 얘기하듯 한다”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가는 한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 페이스북 CEO는 아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범정부 “대책 마련하겠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변경 사태는 애플과 구글 등 해외 IT 공룡들도 국내사업자들과 똑같이 형평성 있는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이들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정상적으로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법제도 정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승희 의원은 “국내 포털이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현실적으로 캐시서버를 두는 것이 어려운데,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망사용에 대한 국내외 사업자에 역차별 이슈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가상현실이나 라이브방송 등이 주요 서비스가 되고 있기 때문에 조속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는데 시장에서 책임지는 사업자가 돼야 한다”며 “트래픽 비용도 상식적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용범 대표는 “본사에서 협의해서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한다”며 “지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계약한 대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조용범 대표를 비롯해 리차드 윤 애플코리아 대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등은 김경진 의원이 “한국에서 기록하고 있는 매출을 파악하고 있는가”라는 질의에 모두 “모른다”다고 답변했다.

김경진 의원은 “페이스북, 애플, 구글 모두 본사에서 세금을 신고한다고 하는데 국내 지사장들은 매출을 모른다고 한다”며 “국내 법질서를 외국의 거대 IT 공룡들에게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중국은 이용자의 개인정보 수집 등 서버를 반드시 중국 내에 두도록 한 사이법안전법이 도입됐고 애플이 자료를 중국에 두겠다고 한 보도가 나왔다”며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처럼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하던지 법을 강제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영민 장관은 “당장 중국의 사이버안전법을 준용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EU가 거대 글로벌 관련 기업에 대한 세금 징수 논의하는 것을 공부하고 분석해 대비하겠다”며 “과세당국에서도 조세회피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과기정통부도 공유해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 tjk@zdnet.co.kr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