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비트코인-비트코인 캐시, 돈 대신 쓸수 있을까

채굴자-개발자 등 이해관계 얽혀 분열 가중

인터넷입력 :2017/11/14 17:53

손경호 기자

암호화폐 생태계를 만든 원조 격인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의 블록 처리 용량을 확대해 거래 처리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나온 비트코인캐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초 비트코인은 금융위기에 취약한 중앙은행 혹은 정부 주도 화폐의 한계를 극복해보겠다는 취지로 등장했지만 현재로서는 돈을 대체한다기 보다는 일종의 투자 혹은 투기 수단처럼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2일 1 비트코인(BTC) 당 거래 가격이 5천500달러선으로 떨어지는 동안 1 비트코인캐시(BCC)는 2천500달러까지 치솟았다.

■ 심하게 요동치는 비트코인-비트코인캐시

그 사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1 BTC가 11월5일 기준 860만원까지 폭등했다가 12일 650만원까지 폭락했다.

지난 10일 기준 7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1 BCH는 12일 오후 기준 28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틀만에 약 4배가 오른 셈이다.

12일 하루 동안 빗썸은 10월 평균 대비 8~9배 이상 거래량이 폭증해 평균 대비 2.25Gbps~3Gbps 수준 트래픽, 평균 동시 접속자 수 대비 16배~17배 가량이 해당 거래소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결국 거래소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에 준하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긴급서버점검에 나섰다.

비트코인 시세(자료=빗썸)
비트코인캐시 시세(자료=빗썸)

지난 주말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가 급등락은 거듭한 것은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그동안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논의들이 제대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처리용량-속도문제 해결하기, 채굴자-개발자 등 이견 차 좁히지 못해

원조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거래내역을 담는 블록에 최대 1MB 용량까지만 거래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이런 탓에 거래 처리가 이뤄져 블록체인 상에 블록이 올라가기까지 10분이 걸리며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는 채굴자들에게 지불되는 수수료도 그만큼 비쌌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비트코인캐시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따르면 비트코인캐시는 2천100만개 발행량을 갖고 SHA256 암호화 알고리즘, 채굴자들을 통해 블록을 블록체인이 연결하는 작업증명(PoW) 방식을 쓴다는 점에서 기술구조는 동일하다. 다만 블록 용량을 8MB로 확장해 거래 처리 속도를 높이면서 수수료를 낮출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정통성을 유지하자는 진영에서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컨센서스2017' 컨퍼런스에서 채택된 '세그윗2X(BIP-91)'다. 일명 '뉴욕 합의'라 불리는 이 방안은 블록용량을 2MB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56개 주요 업체들이 찬성했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세그윗2X는 비트코인 코어라 불리는 핵심 개발자들이 'NO2X'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반대의사를 표시하기 시작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세그윗2X로 인해 비트코인캐시처럼 또 다른 암호화폐가 분리되서 나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높은 거래 비용, 해킹에 대한 취약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여기에 150여개 업체들이 참여하면서 세그윗2X가 이행될 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비트코인 투자자들 사이에 비트코인캐시가 나올 때처럼 세그윗2X가 진행되면 또 다시 새로운 암호화폐가 발행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으나 최근 세그윗2X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비트코인캐시에 쏠리기 시작했다.

빗썸 서버가 마비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미 비트코인은 기술적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비트코인캐시로 인해 한번 분열을 겪게 됐다. 그 과정에서 가격이 급등락을 보이면서 과도한 투자로 인해 심각한 손실을 본 투자자도 존재한다.

빗썸 사태와 관련해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제 때 암호화폐를 매수하지 못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집단소송까지 예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 비트코인, 투자 수단 이상 본래 목적 가져야

2013년 초부터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인맵에 따르면 현재 전국 1만580개 가맹점이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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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맹점이 늘었다고 해도 비트코인으로 결제한다는 사용자들을 찾아보기란 힘든 실정이다.

비트코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트코인캐시가 등장하고 비트코인골드라는 또 다른 암호화폐까지 등장했지만 시세가 급등락하는 투자 수단이라는 것 외에 어떤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비트코인 사용자들이나 채굴자, 거래소 역시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