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상통화 '조건부'로 허용한다

실명의무 등 조건 부여…'ICO 금지'는 유지

인터넷입력 :2017/12/13 15:27    수정: 2017/12/13 18:39

손경호 기자

정부가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가상통화)에 대한 투자 과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대신 몇 가지 조건을 갖추면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거래를 원천봉쇄하는 규제방안은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키울 가능성이 큰 탓이다.

13일 오전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통화 관련 긴급 차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법무부 차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 공정위원회 사무처장, 국세청 차장 등이 참석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가상통화 관련 대응 방안 회의에서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보는 대신 일정 요건을 맞추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 나왔다.

거래소 통한 거래=유사수신행위…조건부 운영 허용

이 자리에서 정부는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해 원칙적으로 유사수신행위자로 규정하되 일정한 조건을 갖춰 운영하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입법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 거래 자체를 유사수신행위로 보는 대신 거래소의 경우 자금세탁방지, 사용자 실명확인, 예치금 별도 예치, 설명의무 등 조건부로 거래를 허용하는 법안 발의를 검토해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거래소는 암호화폐를 저장하고 있는 전자지갑을 쓸 수 있는 열쇠 역할을 하는 개인키를 분산보관하고 가상통화 매도매수 호가와 주문량을 공개하도록 했다.

대신 가상통화로 자금을 모집하는 ICO나 신용공여는 종전 입장대로 금지된다.

추가로 외국인(비거주자)이나 미성년자의 계좌개설과 거래는 금지된다.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가상통화를 보유하거나 매입, 담보취득, 지분을 투자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 4일 열린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에서 법무부는 가상통화 대책TF를 발족했다. 법무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규제방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가상통화 거래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거래에 은행 가상계좌 금지? 시스템 연동 작업 때문

그동안 국내 주요 은행들은 투자자가 보유한 계좌와 연동된 가상계좌를 발급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몇몇 은행들이 이런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와 달리 비트코인 등 거래 대금을 주고 받는데 가상계좌를 사용하는 것을 원천 금지한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시중은행들에게 가상통화 거래용 가상계좌는 본인계좌를 가진 사용자 당 하나씩만 발급해주도록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와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은 시스템 연동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2년 전부터 준비해 온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기존 가상계좌는 연말까지만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가상계좌를 앞으로 계속 서비스할지 여부는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 "블록체인 기술 지원-육성 계속할 것"

정부는 가상통화가 일종의 투기수단으로 쓰이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면밀히 조사해 엄중히 다루겠다면서도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지원,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정부는 "정부조치가 블록체인 등 기술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은 가상통화를 운영하기 위한 근간이 되는 기술이지만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기술인 만큼 국내 기술개발과 산업진흥을 위해 지원·육성해나가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