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천억?"…구글, 조세회피 논란 가열

앱 매출 싱가포르로…회계관행 또 도마 위에

인터넷입력 :2017/12/15 16:23    수정: 2017/12/15 16:49

애플, 페이스북이 연이어 유럽의 압박에 굴복하면서 글로벌 IT기업들의 납세 문제가 또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 지난 해 국내에서 실제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적은 소득을 신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SBS는 지난 15일 구글이 지난 해 국내 추정 매출의 20% 가량만 소득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이 신고 소득을 대폭 낮춘 것은 주수익원인 앱 판매 매출을 싱가포르로 이전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최근 유럽연합(EU)의 압박으로 17조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기로 했다. 페이스북도 아일랜드로 통합신고하던 광고 매출을 각국 지사로 분할 계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이 소득을 적게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관리 문제도 함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구글코리아, 지난해 신고한 매출 2천671억원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를 통해 지난해 거둔 앱 판매 매출은 4조4천656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구글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30%(신용카드 기준)다.

따라서 구글이 앱 판매를 통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1조3천396억원 정도가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버는 매출로 계산된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애플은 지난해 6천61억원을 국내에서 벌었다.

그런데 SBS는 지난 15일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국내에서 신고한 매출액은 2천671억원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금액은 업계 추정치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구글이 신고한 매출이 이보다 낮은 이유는 온라인 광고 매출만 국내에 신고하고 주 매출원인 구글플레이 매출을 해외로 돌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구글코리아는 수익이 크지 않은 ‘유튜브 레드’ 매출은 아일랜드, 구글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 등 나머지 대부분의 매출은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싱가포르법인 매출은 다시 구글 아일랜드 법인으로 전달된다. 불법은 아니지만 각국의 다른 세법을 교묘히 이용해 정당하게 내야할 세금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 구글 등 국내 활동 다국적기업도 바뀔까

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

구글은 국내에서 조세 회피 관련 비판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다국적 IT 기업이다.

유튜브로 국내 동영상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데다 안드로이드 OS를 통해 국내 스마트폰 앱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만 이에 합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센 편이다.

또 국내에서 사업 규모에 맞는 고용이나 연구개발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구글은 이런 비판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당한 세금을 낼 뿐 아니라 스타트업 지원과 고용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업계에선 구글의 이런 변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다. 외산 기업들 중 구글이 대표적으로 규제와 의무는 피해가고 국내 인터넷 시장을 독식한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얼마 전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구글의 한국 내 영향력 확대와 관련해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는 작년 국감 등을 통해 지속 제기돼 왔다”면서 “하지만 구글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매출 규모를 밝히면서도 우리나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매출을 밝히지 않은 점은 의구심을 자아낸다”며 “구글이 한국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그에 따른 세금 납부액을 밝힌다면 이 같은 의혹은 더 이상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3일 인터넷사업자 대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네이버, 카카오, 구글코리아, 페이스북 등 8개 인터넷사업자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해소 등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역차별은 기업이 합의할 문제가 아니라 위원회의 규제 집행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의 문제”라며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 예정이고, 규제 수준의 적정선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외산 기업을 상대로 동등 규제 원칙을 바로 세우고, 국내 기업들이 과도하게 적용받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는 두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규제당국이 적극 나서고, 유럽에서도 애플과 페이스북이 조세회피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입장 변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아일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애플에 특혜를 줬는지 설명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자료. (사진=EC)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개별 국가가 조세문제를 풀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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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많은 논의를 거쳐 형성됐지만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개별 국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어 국가 차원의 합의와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관련 자료에서 “일반적 조세회피 규정의 역할을 강화해 다양한 조세회피에 대응할 필요가 있으나 실제로 개별 국가의 조치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OECD에서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이라는 주제로 이런 제도 및 규정의 개편, 강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므로 한국도 이런 논의에 계속 참여함으로써 보조를 맞춰 국제적으로 공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