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세상] SW강국, 대통령과 개발자

기자수첩입력 :2017/12/20 10:54

이런 생각을 해본다. 순전히 '소프트웨어(SW) 강국 코리아'를 위해서다. 장소는 청와대, 시간은 미래의 어느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등을 불렀다. 공약으로 내세운 '세계에서 SW를 가장 잘하는 나라, SW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구현할 실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유 장관을 비롯해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최재형 감사원장 내정자 등이 초대됐다. 모두 공공시장의 SW발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무 장관들이다.

윗옷을 벗어 던진 대통령이 장관들한테 말한다. "우리 끝장 토론 한번 해봅시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왜 SW 후진국인지, 아직도 왜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글로벌 SW가 없는지, 아직도 왜 SW개발자들한테서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과기정통부가 19일 서울 엘타워에서 유영민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SW산업 육성을 위한 공공SW사업 혁신방안' 발표회를 개최했다.

생각은 꼬리를 문다. 위 시나리오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본다. 등장인물은 대통령과 유 장관 등 같다. 장소는 200명 정도를 수용하는 코엑스다. 청중석에는 SW기업인과 개발자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다. 중앙무대에 앉은 대통령 등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아 경제부국을 위한 세계최고 디지털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룰 건지, 또 이를 위한 SW강국과 공공SW 발주는 어떻게 개선할 지 등을 토의한다. 때때로 대통령은 객석의 SW기업인과 개발자들에게 의견을 묻기도 한다

너무 낭만적 이야기인가. 어제 과학기술정통부가 유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SW산업 육성을 위한 공공SW 사업 혁신방안 토론회'를 지켜 보면서 기자가 떠올린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한 건 과기정통부가 마련한 '5대 공공SW 발주 혁신안'이 과기정통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달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례로 혁신안에 들어간 과업 변경 및 추가시 적정대가 지급은 기재부가 예산을 편성해줘야 가능하다. 그런데 기재부는 SW와 IT에 호의적이지 않다.

기재부 관심은 '복지' '일자리' '국방'에 쏠려있다. 정보화 예산은 '어떻게 하면 깍을까' 하는게 주된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 증액이 수반되는 공공SW 혁신 방안을 과기정통부 혼자 힘만으로는 실행하기 힘들다. 대통령과 기재부 장관 등이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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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 유영민 장관은 "(공공분야 5대 SW발주 혁신안이 실현되도록) 끝까지 추적하고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개발자 출신 첫 장관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장을 했지만 중앙부처 경험은 처음이다. 그의 다짐이 실현되도록 모든 IT 및 SW인들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특히 월화수목금금금에 신음한다는 개발자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개발자라고 '개발'만 해서는 안된다. 주위도 돌아봐야 한다.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좋은 정책에는 박수를 치고 힘을 보태야 한다. 개발자들의 이런 태도 또한 우리가 SW강국으로 가는데 필요한 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