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입법화 위해 짚어야 할 쟁점 4가지

국회 토론회서 개념규정-규제 범위 등 놓고 열띤 공방

컴퓨팅입력 :2018/01/29 19:41    수정: 2018/01/30 08:14

암호화폐 입법화를 위한 국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 부처 간 조율되지 않은 입장이 흘러나오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자, 국회가 투자자 보호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나섰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법 테두리 안으로 가져오려면 풀어야 할 쟁점이 많다. 암호화폐 혹은 가상통화의 개념을 정립하는 일이 가장 큰 숙제다.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법 적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 거래소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규제해야 할지, 암호화폐 공개를 통한 자금 조달(ICO)은 계속 금지할지 등도 주요 논의 사항이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29일 국회본청에서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실과 공동으로 ‘암호통화 어떻게 입법화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법안 발의에 앞서 암호화폐와 거래소의 정의, 법적 인-허가 방안 및 보안대책 수립·시행, 시세조종행위 금지 등 암호화폐의 안전성, 신뢰성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규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법무법인 충정의 안찬식 변호사와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형중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국회입법조사처 원종현 조사관, 케이씨에이 황도연 수석, 법무부 정책기획단 심재철 단장, 금융위원회 가상통화대응팀 강영수 팀장이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29일 국회 본청에서 암호통화 입법화 정책토론을 열었다.

■ [쟁점1] 암호화폐 혹은 가상통화,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현재 암호화폐, 암호통화, 가상화폐, 가상통화, 가상증표까지 다양한 용어가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 안에 존재한다는 의미가 강하고, 가상통화나 가상증표는 실제하지 않고 화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도 각자 시각에 따라 다른 용어를 사용했다. (이하, 토론회 주제로 사용된 '암호통화'로 통일해 적었다)

암호통화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법률상 정의가 달라지기 쉽다. 정의를 한번 잘못 내리면 첫단추를 잘못 꿰는 격이될 수 있다. 정의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안찬식 변호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한단계 진보된 기술을 사용한 암호통화가 등장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신기술"이라며 "정의해 놓으면 (시간이 지나)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렇다고 넓게 정의할 경우 불명확 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해석의 여지를 두되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흐르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형중 교수 역시 "국민의 수용도가 낮은 상태에서 개념을 잘못 정의하게 되면 법 적용의 경직성, 작위적 법 적용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어느 법에서 다룰 것이냐는 부분도 암호통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안 변호사는 "암호통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유사수신법,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적용 법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법에서 다뤘을 때 장단점에 대해 "유사수신법에 넣는 다는 것은 화폐로 볼 수 없다는 뜻이고 암호통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전자금융거래법에선 기존 전자화폐라 개념과 비슷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개정을 통해 다룰 수 있다. 자본시장법은 지나치게 제도화, 공식화 된다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법을 만들 수도 있지만, 역시 암호통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김 교수는 "별도 법을 만들려면 개념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 일이 너무 어렵다"며 "기존 법에서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고 본다. 전자금융거래법이나 자본시장법을 확대하는 것이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재철 법무부 단장은 "암호통화의 개념부터 생각해보면, 본질적인 가치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폐나 금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거래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싸이월드 도토리나, 네이버 캐시 등 종래 전자화폐들은 발행 주체가 그 증표의 가치를 명확히 보장하고 책임을 지는데, 암호통화는 법적 책임 주체가 없다. 그래서 가치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논의를 원천 봉쇄한다는 점에서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반박이 나왔다.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은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개념으론 설명이 안 되는 것"이라며 "기존 개념 속에서 설명하면 (심 단장의 말이) 맞는데,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운천 의원도 "(암호통화 투자에) 300만 명이 참여하고 있고 77조 판이 벌어졌다"며 "기존 개념으로 보면 가치 없는 투기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하는 만큼 어떻게든 제도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2] 무엇을 규제할 것인가

규제 대상이 암호통화 자체인지, 암호통화 거래 이상과열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이성적인 투기 과열을 잡기 위함이면, 이미 암호통화에 대한 투자를 인정해 준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차 조사관은 "정부 발표를 보면 이 두가지가 혼재돼 있다"며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몰라 (암호통화 관련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영수 금융위 팀장은 암호통화가 P2P 기반의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와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를 나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현재 정부는 "P2P 기반의 지급수단일 때 암호통화를 규율하고 있지 않다"고 논의에서 제외했다. 이어 "투자 대상이 되면서 상당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김치프리미엄(한국가격이 높은 현상)이 50%까지 붙고, 탈세 등 불법행위가 존재하는 현실에 대해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3] 암호통화 거래소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암호통화 거래소에 대한 규제 수위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형중 교수는 암호통화 거래를 제도권으로 들여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점"이라며 "비트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 정책이) 시장에 약간 충격을 주겠지만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투자정보 제공, 투자 적격업체 지정, 거래소 등록, 실명제 도입, 보안 감사원 제도 확립"이라며 "정부는 불공정. 불투명한 암호통화 거래를 규제해아 한다. 암호통화를 제도권으로 흡수해야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산업을 진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영수 금융위 팀장은 "암호통화 거래, 또는 거래소를 '제도화'한다는 말은 조심스럽게 써야한다"며 "제도화는 공신력을 부여한다는 의미기 때문에 가격이 폭락했을 때 정부와 국회에 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규율체계를 도입한다는 관점에서, 거래소를 아예 못하게 할지, 등록제, 허가제, 인가제로 할지 고민해야 한다. 코인은 모두 거래할 수 있게 할지, 아니면 적격코인만 할지도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찬식 변호사는 "거래소 규제가 필요하다는데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졌지만 수위에 대해선 엇갈린다"며 "암호통화 규제의 수위와 방법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이뤄져아 한다"고 제언했다.

■[쟁점4] ICO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암호통화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으는 행위인 ICO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화두로 떠올랐다.

안찬식 변호사는 "다단계 판매가 잇따라 발생해 ICO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암호통화 탄생의 근간이 되는 ICO를 금지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실한 ICO의 선별이 입법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사기 ICO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심사 기구를 만들어 허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중 교수는 "ICO 평가를 국가가 아닌 민간에서 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투자 수단으로 생각했을 때 나중에 국가 책임을 물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평가를 굉장히 엄격하게 평가할 것이다. 실제 살아남는 ICO가 거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CO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이런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ICO가 지분투자 형태로 변형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영수 금융위 팀장은 "(현재처럼) ICO 자체를 통해서 투자 자금을 모으는 게 맞는지, 아니면 ICO 기술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이 기술로 발전하는 기업을 보면서 배당을 받는 게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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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법무부 단장도 "암호통화는 블록체인을 만드는 회사와 관계가 전혀 없다. 팔면 끝이다"라며 "암호통화가 화폐가 되고 금이 될 것이라고 얘기 하니까 사람들이 사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말고 주식이 변형된 온라인증권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기술이면 많은 사람이 살 것이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하태경 의원은 "만들어 놓은 법안 안에 오늘 논의된 내용으로 살을 붙이고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발의하고 나서도 여러 법안을 가지고 논쟁하기 때문에 책임있는 공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문제를 지혜롭게 타결하는 것이 정치권의 숙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