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생태계에 '테더 폭탄' 터질까

김익현 기자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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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더)

생태계 고리 역할…美 당국 조사착수 관심

1비트코인은 1만 달러에 육박한다. 그것도 최근에 많이 내린 가격이다. 그런데 거래 가격을 1달러에 고정시킨 암호화폐가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안정된 코인(stablecoin)’으로 통하는 화폐가 있다. 테더(tether)다.

언뜻 보기엔 비트코인 같은 다른 암호화폐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규제 당국이 테더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 거래가격까지 폭락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테더는 동명의 코인발행업체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다. 테더는 암호화폐를 발행할 때마다 같은 금액을 예치해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더가 기축통화인 달러와 연동될 수 있는 건 이런 믿음 때문이다.

■ "발행량 만큼 달러 비축해 놓은 것 맞냐" 의구심 대두

최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테더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테더와 함께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비트파이넥스에도 소환장을 보냈다.

CFTC가 테더 뿐 아니라 비트파이넥스까지 조사한 건 두 회사 경영진이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소와 테더 코인 발행 주체는 한 몸이다.

그렇다면 CFTC는 왜 테더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테더가 명분이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테더는 발행 코인 액면가만큼의 달러를 비축해놓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트위터나 레딧 같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짜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트코인 비트코인

테터가 마음 먹기에 따라선 이런 의구심을 간단하게 해소할 수 있다. 제3의 기관을 통해 감사를 받으면 된다. 그도 아니면 “여기 여기에 돈을 비축해뒀다”고 밝히면 된다. 그런데 최근 행보는 살짝 의구심을 키우게 만든다.

테더는 초기엔 웰스파고 같은 은행들이 테더와 공조작업을 했다. 그런데 지난 해 초 테더를 지원했던 대만은행과 웰스파고가 관계를 끊었다. 회계감사를 맡고 있던 프리드먼(Friedman LLP)도 지난 주 테더와 계약을 종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달러 비축이 사실이 아닐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까? 테더는 코인을 원하는 만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신뢰구조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 테더 조사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암호화폐 거래가격까지 들썩이는 건 왜 그럴까? 테더의 신뢰구조는 단순히 테더에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 "최근 들어 지나치게 많은 물량 발행" 지적도

미국 디지털 문화 전문매체 와이어드를 비롯한 외신들은 테더가 다른 암호화폐 구입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예를 들어보자. 달러로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건 살짝 까다롭다. 은행 계좌도 있어야 하고, 승인절차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똑 같이 1달러 가치를 인정받는 테더를 이용하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굳이 은행 계좌가 없어도 된다. 암호화폐끼리 바꾸는 것이다.

암호화폐 규제를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은행계좌 개설 금지란 점을 감안하면 테더와 왜 그렇게 인기를 끄는 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테더는 또 여러 거래소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장점이 가능한 건 ‘달러와 직접 연동’이란 점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테더에 공개돼 있는 발행 규모. (사진=테더) 테더에 공개돼 있는 발행 규모. (사진=테더)

의심의 근거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최근 들어 지나치게 많은 양이 발행됐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테더는 지난 해 9월 달러 예치 사실을 주장하는 문건을 공개했다. 물론 은행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그 때까지 발행된 테더 양은 총 4억5천만개였다. 그런데 1월말 현재 총 발행량은 22억8천만 개에 이른다. 무려 다섯 배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1월달에만 8억5천만 개의 새로운 테더가 발행됐다.

단기간에 많은 암호화폐를 발행하면서 테더의 동기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등수학을 동원한 의문도 제기됐다. 테더 거래 샘플을 임의추출해 조사한 결과 ‘벤포드의 법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벤포드의 법칙은 숫자로 된 데이터에선 1로 시작하는 것이 다른 숫자보다 더 많다는 원칙이다. 2, 3, 4로 올라갈수록 빈도가 떨어진다는 게 벤포드 법칙의 골자다. 그런데 테더 거래를 분석한 결과 이 법칙과 상반된 모습이 드러난다는 연구도 있다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 테더 악재 확대 땐 암호화폐 생태계에 직접 영향

테더와 비트파이넥스는 ‘외부 감사’를 통해 이런 의구심을 떨쳐버리면 된다. 그런데 오히려 지난 주에 프리드먼과 관계를 해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테더가 현재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원화를 사용하는 한국은 크게 관계가 없지만, 달러 사용지역에선 암호화폐 거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와이어드가 제시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런 상황이다.

테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재빨리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하려고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다른 암호화폐 가격은 폭등하게 된다.

테더에 대한 신뢰구조가 무너질 경우 자칫하면 암호화폐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단 얘기다.

여기에다 테더와 소유주가 같은 최대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의 운명 역시 걱정거리다. 이런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익현 기자 / 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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