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드론 오륜기, 어떻게 탄생했나

1218대 중앙 통제…쇼 장면은 사전녹화

컴퓨팅입력 :2018/02/10 11:27    수정: 2018/02/12 14:4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00명의 스키어와 100명의 스노보더가 눈덮인 슬로프를 질주한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다섯 명의 스노보더가 대열을 갖췄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 순간, 갑자기 스노보더들이 땅을 향해 힘차게 내려친다. 그 순간 현란한 불빛이 생기면서 올림픽을 상징하는 다섯개 동그라미가 평창의 하늘을 수놓는다.

동계올림픽 역사상 기억에 남을 명장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던 드론쇼 장면. (사진=SBS 중계화면 캡처)

■ "바람 등 기후 변수 워낙 많아 막판에 녹화로 급선회"

9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성화 점화 장면이었다.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주장들이 ‘피겨 여신’ 김연아에게 성화를 건네는 순간, 남북을 넘어 세계 평화를 향한 염원이 그대로 전해졌다.

하지만 성화점화 직전 이뤄진 드론을 활용한 오륜기 퍼포먼스 역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5G를 비롯한 첨단 IT 올림픽을 표방한 이번 대회의 이미지에도 잘 맞았다.

드론쇼가 시작되기 전 100명의 스키어들이 설원을 질주하면서 분위기를 달궜다. (사진=SBS 화면 캡처)

그렇다면 드론 1천218대가 동원된 오륜기 장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여기엔 몇 가지 비밀이 있다.

그 장면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그 순간 드론이 하늘을 날면서 연기를 펼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장면은 사전에 녹화된 것이었다.

잘 아는 대로 이번 개막식 행사에 동원된 드론은 인텔의 ‘슈팅 스타’였다. 지난 해 1월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 때 사용됐던 바로 그 드론이다.

다섯 명의 스노보더가 자리를 잡고 서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뒤 멋진 드론쇼가 시작됐다. (사진=SBS 화면 캡처)

물론 그 때에 비해 규모는 훨씬 커졌다. 당시엔 300대를 사용했지만 이번 행사엔 1천218대가 동원됐다.

슈퍼볼 행사 때 녹화된 영상을 사용했던 인텔은 이번엔 원래 실제로 현장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와이어드에 따르먼 이 계획은 막판에 변경됐다.

강렬한 바람을 비롯한 여러 변수들 때문이었다. 결국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 장면은 실제(스키어와 스노보더 질주 장면)와 녹화 영상(드론 비행 장면)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었다.

(사진=SBS 화면 캡처)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와이어드는 인텔 측 관계자를 인용, “드론 비행이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사전 녹화는 어쩔 수 없었다”면서 “메달 시상식 때는 실제로 300대 드론이 비행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SBS 중계화면 캡처)

■ 바람 경로 예상해 디자인 최적화…핀란드서 배터리 성능 테스트

또 다른 궁금증은 드론이 어떻게 일사분란하게 오륜기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워낙 많은 드론이 날기 때문에 자칫하면 충돌 사고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떠올릴 수 있는 게 ‘드론 간의 통신’이다. 드론들끼리 서로 소통하면서 비행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모든 드론은 중앙통제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여기서도 또 다른 궁금증이 뒤따른다. 어떻게 그 많은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것도 한 사람이.

올림픽 상징인 오륜기 장면을 연출하는 데 사용된 인텔의 드론. (사진=인텔)

와이어드가 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공연을 맡은 인텔의 애니메이션 팀은 드론이 비행할 경로를 정교하게 그렸다. 그런 다음 드론들이 그 경로를 따라 비행하도록 했다.

이 때도 1천218대 드론은 자신만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배터리 수준과 각 드론의 GPS 감도 등을 고려해 적절한 역할을 부여했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수준으로는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20분 남짓이다. 따라서 이런 한계 내에서 최적의 쇼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어진 과제였다.

인텔 드론팀이 사전 연습하는 장면. (사진=인텔)

또 다른 변수는 바람을 비롯한 기후 상황이다. 드론은 몸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바람이나 기류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인텔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론의 디자인을 바꾸진 않았다. 대신 여러 가지 가능한 바람 방향을 사전 시뮬레이션한 뒤 드론의 회전통 디자인을 조금씩 변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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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역시 변수였다.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갈 경우 배터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인텔은 핀란드에서 슈팅 스타를 사전 테스트했다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그 실험 과정을 통해 올림픽 개막식 때 공연할 시간만큼 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