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촛불혁명과 포털의 댓글

[이균성 칼럼] 시민을 믿으라

데스크 칼럼입력 :2018/03/20 16:59    수정: 2018/11/16 11:23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 등이 20일 정책토론회에서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 댓글 기능을 없애는 방안까지 고려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 이유로, 댓글 기능을 통해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혐오·차별 표현이 넘쳐나며, 여론 조작까지 횡행한다는 점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주장은 시대착오적이고, 반(反)민주적이며, 위헌적일 수도 있는, 한 마디로 가벼운 생각이라 할 수 있다.

댓글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가짜뉴스도 있고, 입에 담지 못할 험담도 있으며, 여론을 조작하려는 행위 또한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댓글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세상 모든 곳에는 반드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신 의원이 속해 있는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그렇다고 국회를 없애야 하는 걸까.

포털-SNS 정책 토론회(사진=지디넷코리아 김민선 기자)

신 의원은 이 질문에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국회를 없애는 게 답이 아니라 혁신하고 개선하는 게 답 아니겠는가. ‘광장(廣場)’도 좋은 예다. 포털의 댓글처럼 광장은 여론을 표출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가끔 위험한 폭력이 난무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광장을 다 없앨 수 있는가. 이태 전 겨울 우리 시민은 정치인이 그렇게 우려하던 광장을 얼마나 아름답게 물들여보여줬는가.

신 의원은 폭력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성숙한 시민에게서 광장을 빼앗을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비유는 숱하게 할 수 있다. 난폭 운전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도로를 막아야 하나. 술 먹고 행패부리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금주령을 내려야 하나. 해킹이라는 녀석을 도대체 뿌리 뽑기 쉽지 않으니 아예 인터넷 공간을 폐쇄해야 하나. 또 노래방 다 없애?

신 의원은 이 모든 질문에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의원은 자신의 주장이 이 모든 질문과 같은 수준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세상이 그렇게 단도직입적이고 해법이 단순하다면 정치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답이 없는 데서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정치다. 온갖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기왕이면 더 많은 것을 살리면서 합의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노력이 곧 정치다.

마음에 안 든다고 단박에 밀어버리려는 태도와 생각은 정치가 아니라 권력이 자행하는 폭력이다. 그 점에서 신의원의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위헌의 가능성도 높다. 이미 우리는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실명제마저 위헌이라는데 댓글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법이 어떻게 위헌이 아닐 수 있겠는가. 위헌을 회피하려면 이번에 헌법을 고쳐 표현의 자유로 삭제해야지 않겠나.

신의원의 생각은 시대착오적이고 위헌의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당연히 반(反)민주적이다. 그가 토론회를 주최한 것으로 봐 민주적 절차란 요식행위를 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의견을 들을 준비가 됐는지는 의심스럽다. 그가 진정으로 댓글 문화를 개선하고자 했다면 댓글 폐쇄 운운할 게 아니라 헌법과 현행 법률에 따라 문화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 제시하고 아이디어가 없으면 머리를 빌려야 했다.

그게 민주적인 해법이다. 댓글 중 현행 법률에 위배되는 게 있다면,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행정부와 사법부를 독려하고, 민간기업인 포털도 여기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부터 찾는 게 순리다. 농사로 예를 들면 논에 제초제부터 뿌릴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공들여 피 뽑아내는 일부터 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피 뽑는 일이 댓글문화도 살리고 범죄도 줄여나가는 길일 수 있는 거다.

구글에 댓글문화가 없다고 우리 댓글문화가 문제라는 생각도 옳다고 볼 수만은 없다. 산업의 출발부터 문화까지 모든 게 다른데 어떻게 구글은 맞기만 하고 우리는 틀리기만 하겠는가. 그나마 우리는 우리의 방식이 있어 글로벌 빅브라더 구글을 조금이나마 막아내고 있다. 우리 말고 구글을 막아낸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포털 댓글문화가 있었기에 이태 전 겨울 촛불혁명도 가능했을 거다.

그건 신 의원도 “인터넷과 모바일이 촛불혁명의 기술적 배경”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나. 그러므로 이제 부탁하려고 한다.

신의원이 포털 및 SNS 관계자들과 마음을 열고 조금 더 진지하게 토론했으면 한다. 국회로 불러 위력으로 윽박지르지 말고 직접 찾아가 겸손하게 묻고 또 물었으면 한다. 댓글을 폐쇄하지 않고도, 현행법으로 분명히 위법일 것으로 판단되는, 가짜뉴스 유포 행위와 매크로 따위의 기술적 여론 조작행위 등을, 논의 피처럼, 가려내고 뽑아낼 방법이 진짜 없는 것인지, 그것부터 연구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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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발 시민에게서 광장을 빼앗으려 하지 마라.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