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스플레이의 봄날은 정녕 가버렸나

IHS "中 역전 직전…차세대 DP 빨리 키워야"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3/21 16:06    수정: 2018/03/22 16:57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급속히 커져 향후 1~2년이 한국 패널업체에 혹독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이 내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생산능력을 추월하고, 한국과의 면적 기준 점유율 격차도 단시간에 좁힐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수년간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던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봄날'이 곧 끝난다는 의미여서 주목되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2018년 한국 디스플레이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전망을 발표했다.

정윤성 IHS마킷 상무. (사진=IHS마킷)

중국 DP 굴기 성과 올해 드러난다

IHS마킷은 중국이 올해 LCD 생산 능력(CAPA)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에 주목했다. 중국이 8세대 이상의 대규모 공장에서 LCD 패널 생산에 본격 착수하면서 공급과잉 사태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정윤성 IHS마킷 상무는 "올해부터 LCD를 중심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물량 공세가 예상된다"면서 "중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추격해 오면서 시장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LCD 성장을 주도하는 건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선두였던 LG디스플레이를 따돌리고 세계 1위에 오른 중국 BOE다.

이 회사는 올해 65인치 이상의 대형 패널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로 상반기 중에 10.5세대 LCD 라인 가동을 시작한다.

또 CSOT, 폭스콘 등도 내년께 10.5세대 양산을 시작한다.

중국 BOE 로고. (사진=BOE)

■ 中, 기술도 좋아졌다…"日 앞지른 과거 한국 떠올라"

특히 주목할 만할 점은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물량 공세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이 한국과의 기술 격차도 좁히는 등 내부적으로 상당한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IHS마킷은 지적했다.

정 상무는 "55인치 이상의 대형 TV 패널 분야에서도 격차가 좁혀진 것이 보인다"면서 "내년(2019년)부터는 LCD 시장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라는 위기감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부터 대형 패널 시장에서 대수 기준으로 점유율 1위(31%)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30%)은 근소한 차이로 중국에 밀렸다. 2016년만 해도 한국은 중국에 10%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IHS마킷은 디스플레이 굴기가 패널 등 부품사 뿐만 아니라 세트(완제품) 업체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정윤성 상무는 "중국의 힘은 TV를 넘어 노트북 등 IT 패널과 전체 응용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 디스플레이 업계 최강이었던 일본이 한국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세트 사업 주도권도 한국에 넘어간 것을 생각해보면, 현 상황은 세트 업체들도 함께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생산 라인. (사진=삼성디스플레이)

■ 차세대 DP로 '차별화 전략' 펼쳐야

한국이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펼쳐야할까. 이에 대해 IHS마킷은 국내 기술만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앞서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상무는 "한국 업체들은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며 "삼성전자의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그리고 LG디스플레이의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제품이 빨리 시장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업체들이 신기술로 2천만 대 규모의 하이엔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면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일 수 있다"며 "LG전자가 오는 2020년까지 OLED TV 1천만 대 시장을 만들고, 삼성전자도 QD OLED 등을 1천만 대 규모로 생산한다면 전체 TV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10%의 점유율을 차지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의 화두인 '대형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IHS마킷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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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S마킷은 65인치 이상 패널 시장이 올해 처음으로 35인치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이 중국을 상대하려면 8K 해상도의 초대형 TV를 선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업체들은 55인치 이상 TV용 대형 패널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23%에서 지난해 25%로 증가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줄곧 감소하고 있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2016년 51%, 지난해 50%, 올해 48%로 차츰 줄어들 것이라고 IHS마킷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