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가로수길 때문에 리셀러들 '시름'

프리미엄 잃어…할인-접점 확대로 활로 모색

홈&모바일입력 :2018/04/09 17:49    수정: 2018/04/10 17:36

애플의 첫 직영 매장인 애플 가로수길이 운영에 들어간 지 석 달째에 접어들면서 리셀러들이 울상이다.

프리스비와 에이샵을 비롯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취급하던 프리미엄 리셀러들은 애플 가로수길 등장 이후 네임밸류와 상징성에서 더 이상 이점을 지니지 못하게 됐다.

궁지에 몰린 업체들은 가격 할인이나 점포 확대 등으로 활로 찾기에 나섰다.

■ "1호 구매 노린 소비자들, 앞으로 가로수길로 몰릴 것"

애플은 가로수길 매장 개장 이전까지만 해도 프리스비와 윌리스, 에이샵 등 총판 역할을 하는 리셀러에 유통과 교육, 서비스를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특히 일부 점포는 플래그십 스토어 취급을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프리스비 명동점이었다. 명동점은 서울 시내 중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강점 덕분에 소비자들은 물론 언론에서도 선호하는 매장으로 꼽혔다. 신문과 방송에도 자주 등장했다. 1호 구매자를 노리는 이들의 첫 번째 목표도 바로 이 곳이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가 아이폰 국내 판매 첫날 소비자 반응을 보기 위해 심심찮게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애플 가로수길 개장 이전까지 '플래그십 스토어' 대접을 받았던 프리스비 명동점.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애플 가로수길이 문을 연 올해부터 이런 양상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새 아이폰 1호 구매자의 위치를 노리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인지도나 상징성 면에서 기존 리셀러 매장보다는 애플 가로수길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가로수길 오픈 첫 날에도 400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맹추위 속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던 것이 좋은 예다.

■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들 불러 모은다

직영점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애플 가로수길은 모든 제품을 정가에 판매한다. 면세 혜택도 해외 관광객에게만 주어진다.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쓰던 노트북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애플 가로수길에서 매입하고 그만큼 크레딧을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는 방학이나 새 학기를 맞아 주기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거나 상품권을 증정해 왔다. 애플 가로수길 개장 이후에는 할인 혜택을 보다 강화하는 추세다.

윌리스 신사점은 애플 가로수길 개장 직후부터 할인 행사를 실시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애플 가로수길에서 직선 거리로 약 5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윌리스 신사점은 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약 한 달간 단독 이벤트를 진행했다. 맥북프로나 아이맥 등 컴퓨터 제품은 최대 32만원 할인 판매하고 아이폰X은 언락폰을 최대 100대 한정으로 5만원 할인해 판매했다.

프리스비도 3월 말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맥 컴퓨터 제품 할인 판매를 실시했다. 맥북프로 기본형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무선 헤드셋인 이어팟을 무료로 지급하거나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프리스비 관계자는 "전국 프리스비 지점에서 행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해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 애플 오소라이즈드 리셀러 샵 늘리는 프리스비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애플 가로수길은 현재 국내 단 하나 뿐이다. 유동 인구나 임대료, 상징성 등 애플이 매장을 세우기 전에 고려하는 여러 요인으로 볼 때 두 번째 직영 매장이 생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반면 애플 가로수길 이전부터 애플 리셀러를 담당했던 여러 업체들은 입지 선정에서 보다 자유롭다. 독립된 건물이 아닌 별도 매장 안에 입주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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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개장한 프리스비 영등포점. APR이 아닌 AAR 매장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프리스비는 지난 5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안에 9번째 매장을 개설했다. APR(애플 프리미엄 리셀러) 매장만 오픈했던 프리스비는 이번 매장을 AAR(애플 오소라이즈드 리셀러) 매장으로 만들었다. 애플 가로수길과 비슷한 나무 소재 테이블을 배치하고 기존 매장과 달리 앉을 수 있는 의자도 배치했다.

프리스비 관계자는 "기존 APR 매장에 비해 애플의 가이드라인보다 유연한 배치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픈 행사에 참여한 프리스비 고위 관계자 역시 "보다 공격적으로 매장을 개설하겠다"고 밝혀 AAR 매장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