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 사태...규제가 능사일까

[백기자의 e知톡] “여론의 표출은 막을 수 없다”

인터넷입력 :2018/04/23 17:37    수정: 2018/04/23 18:03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드루킹’ 댓글조작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온라인 광장 역할을 해온 뉴스 댓글을 없애거나, 실명제를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 노출을 포털 내에서 뉴스가 소비되는 ‘인링크’ 방식에서,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댓글조작이 일어나고 있으니, 포털 사업자를 규제하고 온라인 여론 광장을 개별 언론사 사이트로 분산 시키자는 의견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아웃링크 뉴스, 댓글공작 사라질까?

댓글에 실명이 노출되고, 댓글 공간이 각 언론사로 분산되면 댓글 공작은 사라질까요. 또 하루에 달 수 있는 댓글 수를 축소하고, 바로 댓글을 달 수 없도록 제한 시간을 늘리면 댓글 조작은 얼마나 줄어들 수 있을까요.

문제가 되니 일단 바꿔보자는 접근보다, 바꿨을 때 무엇을 얻고 잃는지 실질적으로 따져볼 필요 또한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먼저 포털 뉴스 100% 아웃링크가 도입되면 댓글조작은 얼마나 줄어 들까요. 결국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 매체에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넘칠 테고, 한겨레나 경향과 같은 진보 매체에는 보수세력에 대한 비난 댓글이 많아질 겁니다. 상대 진영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들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이뤄지던 확증편향적인 글들이 사라지지 않고, 주요 매체로 옮겨가 더욱 양극화 되는 결과가 우려됩니다. 결국 보수 매체는 야당에 대한 공격이 불편할 테고, 진보 매체는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을 악성댓글로 간주, 적극 삭제 조치함으로써 여론은 결국 또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인터넷 실명제, 효과vs부작용

이미 위헌 결론이 난 인터넷 실명제를 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개인의 실명을 노출하고 댓글을 달면 악성댓글이 줄어들 것이란 계산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2012년 8월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 제한의 우려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실명제는 악성댓글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건전한 개인의 의견과 소수의 목소리를 제한하는 역효과를 낳습니다.

권력자에게 불이익을 받거나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 “여론은 어디로든 흐르고 분출된다”

드루킹 사건의 본질은 특정인이 불순한 목적을 갖고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하려고 한 행위 그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경찰 조사를 통해 범죄 행위와 수법이 드러났고, 수사 결과에 따라 법적 처벌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여론을 조작하려는 세력이 국가든, 개인이든 사업자와 수사기관이 공조해 촘촘히 모니터링하고 위반 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벌하면 되는 사안입니다.

자동차 사고가 났다고 자동차를 없애거나 자동차 제조사를 문 닫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자동차 사고에도 운전자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안전 대책들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소셜로그인 사업자인 시지온의 김미균 대표는 “댓글을 없앤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다른 커뮤니티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여론은 어디로든 흐르고 분출되게 돼 있다”는 생각입니다.

■ “사전규제보다 사후규제...기술로 풀어야”

전문가들은 댓글조작 문제를 기술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김미균 대표는 평판을 중시하고 친구 간의 관계로 엮여 있는 소셜로그인을 이용해 댓글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고, 소셜계정의 생성 시점과 활동 내역을 분석해 이를 수치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악성댓글 목적으로 급조된 소셜계정을 변별해 댓글 이용을 차단하거나, 노출 순위를 낮추는 등의 기술적인 조치가 지금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김 대표는 네이버 뉴스 댓글을 해당 언론사 뉴스에도 똑같이 노출시킴으로써 각 언론사들이 포털사와 함께 댓글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언론사들도 책임을 지고 뉴스 콘텐츠에 대한 질을 높이게 되고, 비정상적인 댓글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한국교원대학교 정필운 교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와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가 얼마 전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면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규제로 가야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교수는 “애초에 악성댓글을 달 생각이 없는 사람은 규제가 없어도 달지 않고, 조직적으로 악성댓글을 일삼는 사람은 사전규제가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적인 규제를 하고 뉴스 댓글 공간을 없애더라도 악의를 가진 이용자들은 어떻게든, 어디서든 댓글조작 시도를 하게될 것이란 뜻입니다.

■ 네이버 댓글정책 개편 고심...“정치권 다툼에 휘둘리지 말아야”

네이버는 댓글조작 논란 등을 계기로 한 계정이 하루 동안 남길 수 있는 댓글 수를 지금보다 줄이거나, 연속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방안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댓글 공간 또는 소셜로그인 기능을 아예 없애거나, 뉴스 노출 방식을 아웃링크로 전환하는 방식은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밖에 현재 1인 당 ID 3개를 만들 수 있지만, 댓글 작성 시에는 3개의 아이디 중 하나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댓글 나열 방식을 순공감순으로 할지, 최신순으로 할지 등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관련기사

드루킹 사태를 계기로 6월 지방선거에 유리한 고점에 서기 위한 정치권의 공방에 한 발 물러나, 온라인 여론 광장을 우리가 어떻게 잘 지켜내고 발전시켜 나갈지 고민할 때입니다.

고름은 짜내야겠지만, 정치적인 목적에서 다양한 여론의 목소리를 빼앗길 우려는 없는지 냉정하게 짚어보는 것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