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 중국" 삼성 전략회의 최대 화두

폰·반도체·TV 부문별 中 따돌리기 대책 숙의

디지털경제입력 :2018/06/26 17:39    수정: 2018/06/28 10:26

삼성전자가 중국 기업들의 전방위적인 공세 속에 국내외 시장 현황을 공유하고 경영 전략을 점검, 각 사업부문별로 솔루션 찾기 위해 나섰다. 매년 6월과 12월 개최되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프리미엄 시장의 경쟁 심화와 중국의 추격 등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수원 본사에서 진행된 TV와 생활가전 담당 소비자가전(CE) 부문 회의를 끝으로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마무리한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서 부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회의가, 25일에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 회의가 수원 본사에서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는 각 사업부를 담당하는 김기남 DS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김현석 CE부문장(사장)의 주재 하에 국내 사업부 임원과 전세계 각지에서 일하는 해외 법인장이 소집돼 해외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전략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대한 대응 전략을 구상하는 동시에 중국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사업부 전반적으로 기술 투자를 높여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면서도,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놓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IM 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중국 광저우 하이신샤에서 열린 제품 발표회에서 '갤럭시S9' '갤럭시S9+'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IM 부문은 길어지는 교체 주기와 경쟁 심화 등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중저가 제품의 보급률도 확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에 대한 고민이 담긴 의견으로 풀이된다.

중국 제조사들은 정부 지원금 등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 최초 타이틀을 단 기술들을 선보이며 선두인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의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또 삼성전자는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자는 데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중국 시장 점유율은 1.3%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이후 중국에서 연이은 1위를 기록했지만 중국 제조사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한자릿수 점유율을 기록,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회의에서는 중국 지사 담당자가 나서 현지 시장 전략에 대한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부진 속에서도 중국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기 때문이다. 길어지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와 기술 혁신 한계와 맞물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연간 규모가 4억대를 훌쩍 뛰어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규모 면에서 한국 시장의 20배에 이른다.

특히 오는 8월 공개를 앞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의 마케팅 전략도 주요한 의제로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시장 선점을 위해 갤럭시노트9의 공개 시기를 전년 대비 앞당길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최대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뿐 아니라 삼성과 애플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중국 화웨이의 대화면 스마트폰 메이트 신제품도 출격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출하량 점유율 확대 등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주요 업체들이 프리미엄 기술 선도를 위해 벼르고 있는 차세대 제품으로 꼽힌다.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전자나 애플보다도 조기에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는 상황이다.

QLED TV 앞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사진=삼성전자)

이날 진행된 CE 부문 회의에서는 전반적으로 글로벌 TV 시장의 저조한 수요 속에 판매 부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판매와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업체 간 기술 경쟁 심화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내세운 중국 업체의 추격 속에 영업이익률이 점차 하락하며 사업부 내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프리미엄 시장에서 전략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QLED TV의 점유율을 높이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QLED TV는 경쟁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영과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꾸준히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부터는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업인 마이크로 LED TV를 앞세워 기술 선도에 나설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도 역시 중국 업체의 추격에 따른 대응책과 전략이 논의됐다. 삼성전자 DS부문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사업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올해 말부터 중국 업체의 추격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대하고 초미세 공정 기술 경재력을 높이는 등 전략으로 장기적으로 우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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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 산하 반독점국의 메모리 가격담합 조사에 대한 의제도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반독점 당국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D램 업체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위법행위로 판정될 경우 높은 과징금이 부과되며 수출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AI, 전장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유럽, 아시아 등지 비즈니스 거래선과의 미팅을 위해 잇따라 해외 출장을 떠나며 보다 굵직한 현안을 두루 챙기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