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통신 음성-문자 보존 강제하는 법 시행

수사기관 요청시 제공…10월부터 인터넷트래픽도 보존

컴퓨팅입력 :2018/07/03 10:27

러시아에서 통신사업자에게 30일간 이용자 음성 및 문자 메시지 보존을 강제하는 법이 발효됐다. 3개월 이후부터는 인터넷사업자들이 이용자를 통해 발생하는 인터넷 트래픽까지 저장해야 한다. 현지 정부 검열과 감청을 강화해 민간의 통신자유를 침해하고 첩보기관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통신사 타스(Tass) 영어판은 지난 1일부터 '야로바야 패키지'라 불리는 이용자 통신내용 보존법 규제요건 대부분이 시행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은 러시아가 자국 첩보기관의 이익을 위해 통신사업자에게 사람들의 통신 상세내역을 저장하게 강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현지 통신사와 인터넷업체에 이용자 통신 및 트래픽 수집과 저장을 강제하는 법 시행에 들어갔다. 러시아 관광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기사와 무관함. [사진=Pixabay]

야로바야 패키지 법의 취지는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의 통신내용을 사법기관이 요구할 때 제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요약된다. 메가폰(Megafon), 빔펠콤(VimpelCom), 텔레2(Tele2) 로스텔레콤(Rostelecom) 등이 일단 이달부터 법에 따라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통신사업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7월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지디넷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출신으로 NSA의 불법감청 기밀문건 폭로 후 2015년부터 러시아에 체류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당시 법안 "모든 러시아인의 안전은 개선되지 않은 채 돈과 자유만 앗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3일 모스크바타임스는 당시 아고라인권그룹 등의 활동가들도 이 법을 '러시아 빅브라더 법'이라며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빅브라더는 소설가 조지 오웰의 전체주의에 장악된 미래사회를 그린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독재자다.

법에 따라 통신사업자들은 1일부터 이용자들의 음성 메시지 및 메시지를 30일동안 보존해야 한다. 또 오는 10월 1일부터는 '대용량' 인터넷 트래픽까지 저장해야 한다. 보도는 이 법에서 인터넷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요건의 세부 내용은 불과 며칠 전에야 공개됐고, 그마저 뭘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엔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야로바야 패키지는 지난 2016년 여름 러시아연방의회 하원의 이리나 야로바야(Irina Yarovaya) 의원, 상원의 빅토르 오지로프(Viktor Ozerov) 의원이 발의한 테러방지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기업과 전문가들은 그 모호한 법조항을 놓고 통신사업자의 이행 비용을 예측한 결과 수차례 번복 끝에 5년간 '수백억루블'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100억루블은 약 1천800억원이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 28일 공포한 인터넷 사업자 대상 법령 세부내용에 따르면 그들 또한 이용자들의 통신내용을 저장해야 한다. 정부는 법에 따라 저장하는 데이터의 최장 보존 기간을 6개월로 잡았다. 이 기간동안 인터넷 사업자들은 텍스트 메시지, 음성 정보, 이미지, 음향, 영상 및 기타 이용자의 전자적 메시지를 저장해야 한다.

현지에서 모든 인터넷사업자들이 이 법의 규제를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현지 통신기술규제기관 '통신정보기술매스컴관리국(Roskomnadzor)'에 정보제공사업자(information disseminators)로 등록된 업체들만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예를 들면 메일닷러(Mail.ru) 그룹이 운영하는 메일, 소셜네트워크, 메신저,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와 포털사 얀덱스(Yandex)의 메일 및 디스크 서비스가 포함된다.

러시아 정부 관점에서 외국계 업체로 분류되는 대형 인터넷사업자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과 그 메신저 왓츠앱 및 인스타그램을 예로 들 수 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VoIP) 및 메신저 업체 '바이버'나 마이크로블로그 트위터,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포함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 G메일을 포함한 구글 서비스도 제외된다.

현지 인터넷사업자가 법의 규제요건을 충족하는 데 드는 정확한 비용 산정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3일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메일닷러그룹의 이행 프로젝트로 최초 지출 금액이 12억~20억달러 가량 발생하고 이후 연간 8천만~1억달러 가량 운영비 소요가 추가되며 이용자 정보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유지보수하는 비용으로 3~5년마다 3천500만~4천만달러가 따로 들거라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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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인터넷서비스 이용자를 러시아연방 영토에 사용되는 네트워크 주소를 사용하는 등록 또는 인가된 이용자 및 현지에 거주하는 동안 사용하는 러시아 여권 또는 전화번호로 식별되는 이용자로 정의한다. 이용자 통신을 저장하는 규정은 러시아에서 위치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기 또는 특별 대상으로 보고된 러시아 소재 서비스에 적용된다.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사업자에게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강제하는 감청관련 규제는 유럽 지역의 다른 나라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영국은 수사권한규제법(Regulation of Investigatory Powers Act)을 통해 이를 규정했다. 법은 통신으로 오간 내용, 연락을 주고받은 당사자와 그 시점 등 메타데이터에 모두 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