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사, 엔터 기획사 눈독...왜?

CJ ENM 등 잇단 행보…"스타 확보·글로벌 진출 포석"

인터넷입력 :2018/08/03 14:54

콘텐츠사업자나 인터넷전문회사들이 연이어 스타를 양성하는 엔터테인먼트회사(기획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획사와의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국경과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스타들을 쉽게 섭외하고, 이들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면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는 점도 콘텐츠 제작사와 기획사들의 협력을 더욱 끈끈히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CJ ENM이다. CJ ENM은 최근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매니지먼트와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CJ ENM이 52%, 빅히트가 48%를 투자해 총 70억원 규모 합작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CJ ENM 측은 아직 합작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제2의 방탄소년단을 만든 뒤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외에도 CJ ENM은 AOMG, 하이라이트레코즈 등의 일부 지분을 확보해 소속사로 두고 있으며 스톤뮤직, 스윙엔터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플레디스 엔터사 인수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과 광고 계약을 맺은 아이돌그룹 '워너원'(사진 왼쪽)과 KB국민은행과 계약한 방탄소년단.(사진=각 사 제공)

CJ ENM 만이 아니다. 기획사이자 음원 플랫폼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카카오M으로 사명을 바꾸고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이후 카카오M은 다수 엔터사의 지분을 확보하거나 전략적 제휴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엔 BH엔터, 제이와이드컴퍼니, 레디엔터의 일부 지분을 인수했다. 또 숲엔터와는 전략적 제휴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페이브, 크래커, 플랜에이, 스타쉽, 문화인 등 엔터사들도 거느리고 있다.

■ "스타 영입 어려움 해소하기 위해 기획사에 눈독"

대표적인 콘텐츠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기획사 쪽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콘텐스 사업자들이 스타 영입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엔터사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곽규태 교수(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는 “성공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 제작사나 플랫폼 회사들은 자신들 갖지 못한 것을 다른 업체와의 전략적 투자, 인수를 통해 보유하려 한다”며 “콘텐츠 제작사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의 원천인 스타를 확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이상우 교수(연세대 정보대학원)는 CJ ENM과 빅히트의 합작사 설립과 관련해 “CJ ENM은 콘텐츠에 주력하는 회사로,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강해지니 콘텐츠 회사로서 더 성장하기 위한 핵심 콘텐츠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플랫폼들이 점점 많아지며 활로가 넓어지니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면 유리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카카오M의 전략적 투자에 대해 “기존 포털 사업자들은 검색이나 뉴스 서비스, 자체 상품 서비스로 사업을 운영해왔다”면서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면서 새로 또 유입시키기 위해 콘텐츠 투자로 이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카카오M은 bh엔터테인먼트 등과 전략적 협업을 하기로 했다.(이미지=bh엔터테인먼트 캡처 편집)

콘텐츠 제작사나 플랫폼 사업자와 기획사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면서 YG, SM, JYP 등이 주도하던 연예 기획 시장 판도에 변화에 생길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YG, SM, JYP는 탄탄한 스타 군단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사를 설립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제작사로 각각 YG스튜디오플렉스, 콘텐츠케이, JYP픽쳐스를 보유했다.

또한 이종 사업자들과 전략적 지분 관계를 맺으며 시너지 창출도 꾀한다. YG엔터는 지난해 3월 네이버로부터 1천억원을 투자받았다. 네이버는 지분 8.5%를 획득하며 2대 주주로 올랐다. SM엔터도 SK텔레콤과 지난해 9월 상호 출자를 진행했다. SM엔터는 SK텔레콤의 자회사 아이리버에, SK텔레콤은 SM의 콘텐츠 제작사 SM C&C에 각각 2대 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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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3대 기획사는 이미 시장에서 지위를 확보한 상태로, 콘텐츠 제작사들이 그들과 제휴하기엔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여러 업체들과 규합해 규모를 키우는 것도 방법"이라며 “CJ ENM 입장에서는 빅히트 엔터의 역량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로 확장하는 실험을 하는 것이고, 이에 성공할 경우 빅3 업체들보다 우위를 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CJ ENM 관계자는 “CJ ENM의 매출은 80%가 티브이엔, 엠넷 등 방송에서 나오고 있고, 스타를 육성하는 영역은 아예 다른 영역”이라며 “여러 기획사의 아이돌들을 섭외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을(乙)이 되기도 하는데 빅3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건 어렵지 않을까”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