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인텔 CPU 가격에 뿔난 소비자들

[기자수첩] '용산 프라이스' 정말 있나요?

기자수첩입력 :2018/08/06 16:20    수정: 2018/08/06 17:44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 기사(▶ 관련기사 : 인텔CPU 대란 오나 "웨이퍼 없어 못만든다") 이후 관련 업계 종사자와 만날 때마다 최근 급격히 오른 인텔 프로세서 가격이 도마에 오른다.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코어 i5-8500은 6월 말 대비 5만원이 올랐고, 오버클러킹이 가능한 코어 i7-8700K 역시 6만원 이상 올랐다. 상위 제품인 코어 i5-8600과 하위 제품인 i5-8500의 가격 차이가 사라지는 현상마저 나타날 정도다.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각양 각색이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인텔, 혹은 특정 유통업체와 결탁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PC 업그레이드를 단념한 기자도 피해자라면 피해자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PC 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인텔 프로세서 가격이 하필이면 7월 초, 그것도 기사가 나간 시점 이후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용산전자상가의 PC 하드웨어 유통 구조는 복마전에 가깝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제품 가격이 바뀌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런 근간을 부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유통되는 PC 하드웨어 시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인다.

환율이면 환율, 수급 문제면 수급 문제 등 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는 조그만 소문이라도 표면화되는 순간 가격이 요동친다.

공급이 정상화되고 환율이 안정되어도 한 번 오른 가격이 다시 내려오는 기적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되는 주요 인텔 프로세서 가격에 거의 변화가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1년 태국 홍수로 인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대란, 혹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계속된 그래픽카드 수급난 때도 양상은 비슷했다.

소비자들은 이런 현상을 가리켜 '용산에서나 통할 가격 책정 방식'이라는 의미로 '용산 프라이스', 혹은 일선 상인들을 비하하는 별칭을 더해 '××× 프리미엄'이라고 비난한다.

물론 일선 상인들도 할 말은 있다. 수입사나 총판이 정해 주는 가격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무슨 힘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파악한 PC 하드웨어 시장의 구조는 복잡하기 그지 없다. 다년간 관련 업계를 취재해 온 기자는 물론 현업 종사자도 고작 몇 개 문장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취재에 응한 다수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각 유통사나 수입사가 가격 결정에 가장 큰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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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텔 프로세서 가격 상승은 프로세서 유통에 관여하는 세 회사 중 한 회사가 먼저 주도하고 다른 두 회사도 이를 따라갔다는 게 유통가에 퍼진 정설이다.

각 유통사, 수입사에 독자를 대신해 묻는다. 언제까지 '용산 프라이스'를 고집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