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동산 담보 대출 위해 사물인터넷에 주목

금융입력 :2018/08/27 15:21

국내은행들이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에 주목하고 있다.

27일부터 중소 및 영세기업들의 자금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동산(動産)담보대출의 표준약관 개정안이 본격 시행돼, 국내은행들은 동산 담보에 대한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사물인터넷을 눈여겨 보고 있다.

땅이나 공장부지, 아파트 등 이동이 어려운 부동산 담보에 비해 동산 담보는 움직일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담보 관리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대출 담보가 된 기계나 공구 등이 사라질 경우 은행은 대출 손실을 입게 된다. 기계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몰래 팔아버버리고 대출 상환을 하지 않는 사고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은행은 동산 담보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2013년 10월께 은행권에서 동산 담보가 사라져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금융사고가 벌어진 적이 있다.

이에 은행들은 사물인터넷을 접목해 동산 담보의 위치와 훼손 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 분실 등의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동산 담보대출이 실행된 후 담보가 된 기계나 공구의 상태나 존재 유무를 일정 주기마다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동산 담보 대출과 사물인터넷을 접목시킨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5월 '스마트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내놨다. 기계나 선반 등에 사물인터넷 칩을 심거나 부착해 실시간으로 담보물의 이동 여부와 훼손도를 은행 직원에게 알려준다. 지난 24일 누적 대출금액은 185억원을 돌파했다.

IBK기업은행의 기업고객부 관계자는 "영세업체의 자금 조달 애로를 해소해야 한다는 시대적 화두에 사물인터넷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융복합한 개념"이라며 "기계·기구 등 담보물에다가 사물인터넷 칩을 부착해 이동이 있거나 훼손됐을 때 영업직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해준다. 극단적인 예지만 야반도주를 하기 위해 밤중에 기계를 빼는 경우를 막을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사물인터넷과의 연결이 초창기인만큼 보완점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기계의 위치를 바꾸는 이동인지, 아니면 정말로 기계를 팔려고 하는 이동인지에 대한 구별은 아직 어렵다"면서 "기술 발전을 통해 조금씩 해결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IBK기업은행은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동산 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을 최대 60%까지 높였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동산 범위가 넓은 NH농협은행도 사물인터넷 기술을 눈여겨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기계나 공구, 재고 자산 외에도 농축산물을 담보로 취급하고 있어서다. 내부 규정에 따르면 개별 농축산물은 생년월일과 원산지 등이 확인 가능한 소(牛)나 돼지고기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는 돼지, 쌀, 냉동 농축산물을 담보로 대출을 시행한다.

NH농협은행 측은 "돼지나 소의 귀에 칩을 꽂아서 원산지를 추적한다. 동산 담보대출의 담보 관리를 위한 사물인터넷 접목도 이런 방식으로 갈 것으로 본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온 것이 없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도 IBK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동산 담보대출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세 은행들은 모두 사물인터넷 단말기 도입, 네트워크 구축 등을 이행할 업체들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사물인터넷 칩을 담보물에 부착한 뒤에 은행에 알려주는 인프라 네트워크를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해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안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 업체 선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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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담보대출이란?

동산 담보대출은 2012년 8월 은행권 공통으로 시행됐다. 움직일 수 있는 기계나 재고자산 등을 담보로 나가는 대출을 의미한다. 올해 금융위원회 등이 매출이 적거나 신용도가 낮은 영세·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동산 담보대출의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는 모든 동산이 담보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담보인정비율을 개별 은행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표준약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약관에 따르면 무동력 자산뿐만 아니라 자체 동력이 있는 물건도 동산 담보가 될 수 있으며 원재료 외에 반제품, 완제품 등을 담보로도 대출이 가능하다. 담보인정비율은 원칙상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지만, 60% 상한 선 내에서 운영할 수 있다. 기존 담보인정비율은 최대 4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