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魔의 7나노'…파운드리 시장 판 흔들린다

2위 美GF '개발 중단'…삼성對TSMC 양자구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8/30 17:17    수정: 2018/08/31 14:56

10나노미터(nm) 이하 미세공정에 돌입한 글로벌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생산) 업계 판도가 기술 한계에 부딪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점유율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가 7나노 미세공정 전환 프로젝트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글로벌 최대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기술 개발에 차질을 겪고 있어, 미세화 경쟁이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양자 대결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는 최근 자사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인 7나노 공정 개발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공정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이윤이 남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업계는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의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자사 일부 엔지니어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 6월에도 자사 글로벌 인력의 약 5%인 900여명을 정리해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구조조정 사유에 대해선 "인력을 감축하는 것일 뿐, 첨단 기술 프로젝트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대만 TSMC에 이어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한 업체다. 그러나 1·2위 간 격차는 상당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조사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0.4%였고, 글로벌파운드리는 9.9%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 2016년 말부터 진행된 10나노공정 이후 기술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렇게 되면 파운드리 업계는 7나노 공정 개발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TSMC의 2파전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소수점 이하 숫자는 반올림. (자료=지디넷코리아)

현재 7나노 공정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업체는 업계 1위인 TSMC다. TSMC는 지난 2분기부터 7나노 공정을 대량 생산체제로 전환했다. TSMC의 7나노 공정은 모바일 디바이스 외에도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크 프로세서, 게임, 그래픽처리장치(GPU), 필드 프로그래머블 게이트 어레이(FPGA), 암호화폐, 자동차, 인공지능(AI) 등이 타깃이다.

TSMC는 미디어텍, 하이실리콘, 퀄컴 등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업체) 고객사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7나노 공정 기술을 통한 대량 생산체제로 접어들었다. 이어 자일링스, 엔비디아 등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도 TSMC의 7나노 공정을 채택했다.

이 회사가 7나노 공정을 통해 양산하는 하이실리콘 '기린 980' 시스템온칩(SoC)은 오는 4분기부터 중국 화웨이의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공급될 예정이다. TSMC의 7나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출하율도 연말께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4위인 삼성전자도 지난해 10월 10나노 2세대 공정을 기반으로 한 8나노 파운드리 공정 개발을 마치고 하반기부터 7나노 공정 제품의 시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이 공정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처음 적용키로 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양산에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32나노와 14나노, 10나노 공정을 연이어 최초로 양산해내면서 초격차 전략을 구사해왔지만 7나노 제품 양산만큼은 TSMC에 양보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미지 센서 사업 등 파운드리 고객사 기반을 다변화해 시장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전망이 좋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31일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매출 98억 달러에 이어 올해는 100억 달러 이상을 달성하겠다"며 "2021년께 파운드리 사업부 거래처를 2배로 확대해 연평균 10% 이상 성장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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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7나노 공정을 적용한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이에 업계는 삼성전자가 앞서 기대한 대로 연내 TSMC에 이어 파운드리 시장 2위로 도약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올해 안으로 시장 2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메모리 초호황으로 벌어들인 돈을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하고 있고, 초(超)미세공정 수요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