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가격논쟁'에 기름 부은 애플의 고민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장기성장 엔진 어디에

데스크 칼럼입력 :2018/09/20 11:07    수정: 2018/09/20 16:3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호 선장' 팀 쿡이 스마트폰 가격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쿡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ABC 간판 프로그램인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최근 불거진 아이폰 가격 논쟁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그가 내세운 논리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아이폰은 그 정도 값을 할 정도로 충분히 혁신적인 성능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통신사 보조금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실부담 금액은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루 부담 금액이 1달러에 불과하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동원했다.

독설을 퍼부었던 스티브 잡스와 달리 팀 쿡은 비교적 진중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논쟁을 촉발할 발언을 가급적 삼가하는 편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팀 쿡의 그런 특성을 감안하면 아이폰 가격 관련 발언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할부 보조금을 동원한 설명은 조금 궁색해 보인다.

그런 논리라면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도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이용하면 매달 부담하는 금액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논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팀 쿡은 왜 논리 비약까지 감수하면서 아이폰 가격 공방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걸까? 이 질문 속에 팀 쿡의 고민이 담겨 있다. 여전히 아이폰이 회사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책임지는 상황에선 구매자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수익을 뽑아낼 수밖에 없는 게 애플의 현재 상황이다.

■ 10년째 애플 이끄는 아이폰…스마트폰시장은 포화 상태

그 전략을 극명하게 보여준 게 지난 해 출시한 아이폰X다. 당시 애플은 처음으로 아이폰 1천 달러 시대를 열었다.

덕분에 1년 전 628달러였던 아이폰 평균가격이 728달러로 껑충 뛰었다. 판매량 증가보다는 가격 증가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꾀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아이폰 매출이 20%나 늘어나는 성과로 이어졌다.

사실 애플은 최근 몇 년 동안 줄곧 이런 전략을 써왔다. 2016년 아이폰7 때도 전년보다 100달러 가량 인상했다.

애플은 아이폰XR과 XS, XS맥스를 내놓은 올해도 이런 전략을 밀어부쳤다.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XR 가격은 아이폰8와 8플러스 중간 수준이다. 작년 최저가 모델보다 50달러 가량 올렸다. XS맥스 최고 모델은 1천500달러 수준에 이른다.

한정된 이용자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수익을 뽑아내려는 전략인 셈이다. 팀 쿡이 “따지고보면 아이폰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다”고 항변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애플이 혁신보다는 가격 인상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이번에도 반복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또 “이런 전략은 오늘도 성공하고, 또 내일도 통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오랜 기간 장기 성장을 보증해줄 안정적인 전략은 못된다”고 꼬집었다.

팀 쿡은 애플을 ‘1조 달러 기업’으로 키워냈다. 애플을 미국 문화의 아이콘 반열까지 올려놨다. 이 정도만 해도 스티브 잡스 못지 않은 공을 세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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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관리형 CEO’인 팀 쿡의 고민은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잘 나갈수록 주주들과 월가 전문가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팀 쿡은 10년 째 아이폰이 책임지고 있는 애플의 매출 구조를 혁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기반을 다질 여유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팀 쿡이 이례적으로 “아이폰은 비싸지 않고”고 항변하는 건 이런 상황 때문은 아닐까?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