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화웨이 5G-애플 아이폰 닮은꼴

데스크 칼럼입력 :2018/10/11 08:20    수정: 2018/10/11 08:20

“KT가 금단의 사과를 깨물었다.”

“쇼옴니아는 홍길동폰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다.”

“아이폰 쇼크다.”

약 10년 전인 2009년 11월 KT가 애플의 아이폰을 전격 도입키로 한 이후 한동안 통신업계에 회자되던 얘기다.

당시 KT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따라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2G 시장에서는 2위에 머물렀지만 3G에선 1위로 도약하겠다는 게 KT의 포부였다. 이를 위해, KT는 3G 서비스에 ‘쇼(Show)’란 대중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경쟁사가 설비투자가 끝난 2G에 안주할 때 서둘러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3G에 올인했다. 그리고 화룡점정을 찍은 게 ‘아이폰’의 도입이었다.

이미 해외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의 원조 격인 아이폰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국내에선 ‘터치폰’이 대세였던 시기였다. 소비자들은 서양의 신비로운 문물에 열광했지만 국내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던 삼성전자는 공황 상태였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고 당시 KT의 전직 임원들은 “아이폰 출시를 조금만 늦춰달라는 삼성전자의 파상공세가 무서웠다. 도입까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때문에 당시 삼성전자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는 각각 ‘T옴니아’와 ‘오즈옴니아’란 이름을 붙여줬지만 KT의 쇼옴니아는 별도 명칭 없이 ‘SPH-M8400’이란 모델명으로 출시했다. 쇼옴니아가 아버지(삼성전자)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폰으로 불린 이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T의 아이폰 도입은 삼성전자에 충격 요법이 됐고 전화위복이 됐다. 삼성전자는 불과 2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애플을 누르고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삼성전자가 조기에 안착하고 현재의 위상을 만들어내는데 보약이 된 셈이다.

최근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경쟁 구도를 지켜보고 있으면 10년 전 아이폰 쇼크가 오버랩 된다. 논란의 초점은 세계적으로 화웨이 통신장비의 보안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우리 역시 이러한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기에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수혜를 우리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에 줄 수 있느냐는 애국심에 대한 호소도 한 몫하고 있다.

지난달 SK텔레콤이 5G 장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화웨이를 제외하고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3개 사업자를 선정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작용했다.

하지만 화웨이에 대한 보안 이슈 제기는 상호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파이브 아이즈에 속한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같은 동맹에 속한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다른 입장이다. 오히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화웨이와 5G에서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의 보안 이슈를 무역 전쟁을 치루고 있는 미·중 간 5G 시장에 대한 패권 경쟁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화웨이는 엔비디아, 인텔, 퀄컴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프로세스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특히, 우리의 경우 이미 통신 3사가 화웨이의 유선 통신장비를 도입해 사용 중이고 LG유플러스는 무선인 4G에서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보안에 대한 문제제기는 논리상 맞지 않다. 무선의 경우에도 기지국까지는 유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안 문제제기에 편승해 국내 제조사를 키우자는 논리가 설득력이 높다. 하지만 아이폰 쇼크를 통해 학습한 경험은 과연 그러한 결정이 국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다.

호주 정부가 화웨이의 입찰 참여를 금지시킨 것을 두고 호주 학계에서는 “5G 통신비를 상승시킬 수 있고 5G의 출시를 지연시킬 수 있다”면서 “5G 출시 비용이 20~30% 증가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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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은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러 통신장비 회사를 동일 선상에서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KT가 아이폰 도입 때와 같이 혁신 경쟁의 불을 당길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