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천하…우리는 왜 실패했을까

[조중혁 칼럼]퍼가기 vs 가두기…규제도 발목

전문가 칼럼입력 :2018/10/23 14:14    수정: 2018/10/24 10:52

조중혁 IT칼럼니스트
조중혁 IT칼럼니스트

인터넷의 모든 것이 유튜브로 향하고 있다. 이미 유튜브에서 검색을 하는 경우는 흔해졌다. 최근 들어선 SNS, 메신저 등 인터넷 핵심 서비스의 기능들까지 조금씩 잠식해 가고 있다.

유튜브 세상이다. 결론은 모두가 아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렇게 중요한 유튜브가 우리를 잠식해 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우리는 왜 실패했는가?

우리나라 업체들이 유튜브보다 더 빨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화질도 더 좋았다. 유튜브의 경우 최대 320×240, 400K의 저급 동영상 화질을 제공한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이미 1280×960, 1500K의 HD급 화질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용자 인터페이스(UI) 편의성도 더 뛰어났다. 유튜브가 제공하지 않는 사이트별 코드 자동 생성 퍼가기,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퍼가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도 있었다.

■ 유튜브, 플래시 지원 주효…네트워크 비용 감당능력도 승부 갈라

유튜브가 첫 발을 내디딘 것은 2005년이었다. 반면 국내 업체인 판도라TV는 한해 전인 2004년에 이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기에는 유튜브측에서 판도라TV에 찾아와 기술을 배워갔다.

물론 판도라TV 홈페이지에 있는 것처럼 세계 최초 서비스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당시 해외에서는 유튜브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해외 서비스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가 크게 주목받으며 인기를 얻은 덴 기술적 특이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초창기 동영상 사이트들은 윈도 동영상 기술을 사용했다. 그 무렵 윈도 동영상 기술은 사실상 인터넷 동영상 표준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유튜브는 최초로 플래시 기술을 사용했다. 당시 전 세계 컴퓨터의 90% 이상이 이미 플래시가 설치되어 있었다. 따라서 플래시 기술 덕분에 유튜브에선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유튜브는 또 당시로선 보기 드물게 ‘퍼가기’ 기능을 지원했다. 그 무렵 미국에선 아직 페이스북이 인기를 얻기 전이었다. 당시 인기 절정의 SNS ‘마이스페이스’는 동영상을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유튜브에 올린 뒤 마이스페이스로 퍼가는 사용자들이 매우 많았다. 초기 유튜브 동영상의 70%가 마이스페이스에서 재생된다는 통계도 있었다. 그 무렵 국내에서는 싸이월드가 끝물이었다. 네이버는 다른 사이트에서 퍼오는 것을 지원하지도 않았다. 즉 동영상 전문 사이트가 커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운영 비용이었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반신반의했다. 제 아무리 구글이라고 해도 네트워크 비용과 스토리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구글이 검색에서 버는 돈을 모두 유튜브에 투자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전체적인 운영 비용이 1/10로 줄어 든 지금도 구글은 정확한 유튜브의 비용 구조를 공개하지 않는다. 광고 수익에 대해서 공개할 뿐 이 돈을 벌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사용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아직도 비용의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하의 구글도 이 정도인데 당시 우리나라 업체 중에 동영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없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 네트워크 비용이 높았다. 당시 해외 네트워크 비용만 ‘1기가 동시접속 시 1억원’이었다. 해외에서 동시에 몇 명만 동영상을 보아도 1억원에 비용이 청구되었다. 우리나라는 해외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회선이 총 48.6기가 밖에 없어 특히 해외 네트워크 비용이 높았다. 당시 네이버도 동영상에 집중하기에는 자본력이 부족했다.

인터넷 실명제 등 초기 규제도 국내 업체들 발목 잡아

열악한 국내 광고 시장도 문제였다. 그 무렵 한국은 IMF를 막 벗어난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은 열악했다. 지금은 동영상 광고가 이미지 광고보다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받지만 그때는 아직 시장 시작기라 동영상 광고라고 특별히 더 많은 돈을 받지 못했다.

광고주들에게 동영상 광고가 이미지 광고보다 효과가 더 좋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이터를 쌓기 전이었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구조였다. 네트워크 비용과 서버 비용을 지급하지 못하는 회사가 속출하였다. 수익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변했지만 그 때 유튜브는 광고를 맨 끝에 노출했다. 반면 국내에선 대부분의 업체들이 광고를 앞에 붙이는 정책을 도입해 사용자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다. 비용도 줄여야 했다. 동영상을 보는 모든 사람의 컴퓨터에 P2P 프로그램을 설치해 네트워크 비용을 줄이려고 했다. 하지만 이 두가지 모두 사용자의 큰 저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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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부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당시에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국내 주요 사이트는 모두 실명제를 도입했는데 유튜브는 '한국'으로 지역설정을 할 경우 동영상을 올릴 수 없게만 처리했다. 하지만 지역 설정을 ‘전체’로 변경할 경우 동영상 올리기가 가능해 인터넷 실명제를 벗어났다.

언론과 블로거들의 큰 관심을 받아 몇 주간을 매일 같이 주요 뉴스로 다루어 졌고 유튜브는 돈 한푼 안 들이고 전 국민이 아는 주요 동영상 사이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사용자 사이에서는 유튜브는 대한민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유지역으로 인식되면서 사이버 망명 열풍까지 불러오며 급성장할 수 있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