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레드햇, 한 지붕에서 잘 살 수 있나

[이슈진단+]IBM, 레드햇 인수...시장 전망(중)

컴퓨팅입력 :2018/10/29 16:42

IBM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회사 레드햇을 34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IBM은 레드햇과 손잡고 리눅스, 컨테이너, 쿠버네티스, 멀티클라우드 관리, 클라우드 관리 및 자동화 부문의 핵심기술 리더십을 공유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IBM은 레드햇을 통해 세계 선두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제공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레드햇은 더 큰 시장 기회를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오픈소스SW에 올인해 온 레드햇과, 상용SW를 공급하는 동시에 그 기반 기술의 주요 오픈소스SW 프로젝트를 지원해 온 IBM의 결합은 일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한 지붕아래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 선도란 목표를 이루려면, 중복된 양사 SW제품 역할, 상이한 파트너 생태계 조율, 두 조직간 문화 충돌 가능성도 최소화, 이런 숙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IBM이 레드햇을 340억달러에 인수했다.

■ 제품 중복 해결돼야

IBM과 레드햇은 클라우드 솔루션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위한 고유 SW스택을 제공해 왔다. SW스택에는 전통적인 운영체제(OS)와 미들웨어뿐아니라 가상화 기술에 기반한 SW정의스토리지, 서비스형 플랫폼(PaaS), 서비스형 모바일백엔드(MBaaS), 컨테이너플랫폼, 서버리스컴퓨팅플랫폼이 포함된다. 이가운데 중복되는 구성요소를 양사가 어떻게 정리할지는 미지수다.

IBM은 미들웨어 '웹스피어'와 컨테이너플랫폼 '쿠버네티스', IBM클라우드에 통합된 PaaS '블루믹스', MBaaS에 해당하는 'IBM클라우드 MPaaS', SW정의 스토리지 'IBM엘라스틱스토리지'를 제공한다. 각 구성요소는 레드햇의 '제이보스', '오픈시프트컨테이너플랫폼'과 연초 인수된 코어OS '테크토닉', '오픈시프트', 레드햇에 인수된 '피드헨리(FeedHenry)', '셰프(chef)'와 '글러스터(gluster)'에 대응한다.

웹스피어와 제이보스는 과거 각자 입지를 다져온 생태계에서 역할을 분담한다 치더라도, 나머지 구성요소는 클라우드 및 컨테이너 솔루션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시장에 대응해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즉 IBM과 레드햇 인수가 결정된 현재는 물론이고 한 식구가 된 이후에도 실제 고객 수요를 놓고 집안 싸움이 연출될 소지가 있다.

IBM은 IBM클라우드라는 통합 브랜드에 오픈스택 기반 서비스형인프라(IaaS)와 클라우드파운드리 기반 PaaS 블루믹스, 컨테이너플랫폼 쿠버네티스 등의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레드햇의 자체 오픈스택 배포판, PaaS 기술인 오픈시프트, 오픈시프트컨테이너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양사 기술간 상호호환을 기대할 수 없는 체계다.

양사가 점진적 또는 부분적 기술 통합을 추진할 여지는 있다. 레드햇과 충돌하지 않는 IBM의 서버리스컴퓨팅 서비스 '클라우드펑션'과 서버리스플랫폼 '오픈위스크'가 그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IBM의 파워 유닉스에서 돌아가는 '파워리눅스', 메인프레임에서 제공되는 'z/OS'는 레드햇의 '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와 역할분담이 가능할 전망이다.

■ 문화-생태계 충돌 없을까

특정 벤더 솔루션 구성의 변화는 내부에서 그 솔루션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구성원들과, 솔루션을 고객에 제공하는 파트너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양사 솔루션의 IBM에 재무적 종속기업이 될 레드햇 내부 조직과 IBM의 문화가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IBM에 인수당하는 입장인 레드햇의 구성원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무엇보다 레드햇의 오픈소스 중심 문화가 관리 위주의 IBM 문화와 충돌을 일으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짐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CEO는 내외부의 문화 충돌 우려를 달래는 입장을 내놨다.

짐 화이트허스트 CEO는 "인수합병 완료 후 IBM 내에서 별개의 사업부로 남게 될 것"이라며 "오픈소스 혁신에 대한 확고한 헌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BM은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는 레드햇의 광범위한 생태계를 유지하기로 독립성을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IBM이 오픈소스 중심의 문화에 익숙하다는 반응도 있다. IBM은 대형 IT업체 중 제일 먼저 대규모로 리눅스에 투자를 단행한 회사다. 최근에도 오픈스택, 도커, 쿠버네티스, 오픈위스크, 서버사이드 스위프트, 하이퍼렛저 등 수많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IBM에 인수된 이후 레드햇 OEM 및 ISV 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될지는 의문이다.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서로 불편한 관계에 놓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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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햇은 오픈소스SW 솔루션을 주특기로 하는 회사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시장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서버 및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시장에서 HPE나 델EMC같은 IBM 경쟁 업체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하드웨어 업체들 입장에서도 기존 레드햇과의 협력은 문제될 게 없었지만 IBM이 레드햇의 주인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레드햇의 RHEL를 OEM으로 공급하던 서버 업체나 다른 인프라 솔루션 업체 입장에서 IBM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물론 레드햇은 IBM과 합병 후에도 지금처럼 독립적인 조직으로 남는다고 예고됐지만, 여러 회사들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춰 온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IBM이 레드햇을 통해 오픈소스SW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생태계 입지를 키우려 할수록 레드햇에 부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