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폴더블폰은 '펴는 폰'이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화면전쟁과 갤럭시F

데스크 칼럼입력 :2018/11/07 17:07    수정: 2018/11/08 16:3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의 문법을 바꿨다. 단말기 성능에서 생태계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앱스토어가 아이폰 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난 아이폰의 진짜 중요한 혁신은 ’가상 키보드’라고 생각한다. 그 결정 덕분에 스마트폰은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콘텐츠 소비 기기로 생각하는 순간 '화면크기' 고민이 시작된다. 어느 정도가 최적일까? 물론 클수록 좋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휴대성이란 또 다른 장점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2007년 맥월드에서 아이폰을 소개하던 스티브 잡스. 그 무렵 유행하던 키보드 장착형 스마트폰을 조롱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스티브 잡스는 휴대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잡스 시절엔 3.5인치 폰을 고집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패블릿을 내놓을 때도 4인치폰을 고수했다.

왜 그랬을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스마트폰은 어차피 TV 같은 스케일을 줄 순 없다. 차라리 해상도로 차별화하는 게 낫다.

둘째. 더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태블릿, 즉 아이패드)을 사면 된다.

이 전략에 따라 애플은 2010년 아이폰4 때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또 2012년 내놓은 아이폰5은 세로 길이만 살짝 키웠다. HD 콘텐츠 최적화를 강조한 전략이었다.

■ 화면 키우기 주도한 삼성, 폴더블폰으로 '화룡점정' 성공할까

삼성전자는 달랐다. 2011년 5.3인치 갤럭시 노트부터 화면 크기로 승부했다. 당시로선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큰 화면이었다. 패블릿으로 불렸던 ‘큰 화면 폰’은 사실 적잖은 모험이었다.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에 밀릴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도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화면 전쟁’에서 스마트폰이 태블릿에 승리했다. 이젠 애플조차 ’6인치 폰’ 대열에 가세했다. 이 대목은 삼성이 이뤄낸 중요한 혁신이다.

삼성이 2013년 선보인 갤럭시 라운드도 마찬가지다. 화면을 조금이라고 크게 하려는 시도였다. 물론 이 제품은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사진=씨넷)

이런 배경을 깔고 보면 “삼성은 왜 스마트폰 화면을 휘려는 걸까”란 질문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몇 년째 계속된 ‘화면 전쟁’의 일환일 수 있단 얘기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폴더블폰은 폰을 접는다는 개념보다 펼친다는 데 더 큰 의미와 가치가 있다.”

펼친 폰의 장점은 뭘까? 미국 씨넷이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대형 화면에서 좀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화면을 분리한 뒤 멀티태스킹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다.

한쪽 디스플레이를 가상 키보드, 다른 쪽은 입력창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같은 콘텐츠를 양쪽 화면에 띄운 뒤 마주 앉아서 즐길 수도 있다. 보던 영상을 끊지 않고 통화를 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다. 베젤리스 폰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들을 오히려 과도기 제품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디스플레이를 자주 휘는 게 만만한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디스플레이가 파손될 수도 있다.

중국 로욜(Royole)이 접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출시했다.(사진=로욜)

배터리와 부품 처리도 고민거리다. 한쪽에 배치할 경우엔 폰이 불균형스러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선보인 로욜은 디스플레이 수명 문제는 플라스틱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유리만큼 인기있는 부품은 아니다. 또 로욜은 배터리는 오른쪽, 다른 부품은 왼쪽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불균형 문제를 해결했다.

과연 삼성이 내놓을 폴더블폰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8일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갤럭시F 소개 행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 "폴더블폰은 접는 폰이 아니라 펴는 폰이다"

전문가들은 갤럭시F가 7.3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8150 프로세서에 내부 저장용량은 512GB란 설이 유력하다. 마이크로SD 카드로 저장공간을 보충할 수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고동진 삼성 IT-모바일(IM) 부문장은 지난 10월 미국 씨넷과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우리가 폴더블폰을 팔기 시작할 땐 틈새 시장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장은 확대될 것이다. (소비자들이) 폴더블폰을 필요로 할 것으로 낙관한다.”

고동진 사장의 이런 장담이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할까? 8일 새벽 열리는 갤럭시F 공개 행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8일 행사에선 딱 부러진 대답을 듣긴 힘들지도 모른다.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답보다는 더 많은 질문거리를 던져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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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삼성이 폴더블폰에 왜 애착을 갖는지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답을 찾기 위해선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삼성은 왜 스마트폰을 펴려는 걸까?”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