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폴더블폰, '파괴적 혁신' 위해 답해야 할 질문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앱 전환·배터리 등 해결과제

데스크 칼럼입력 :2018/11/09 16:53    수정: 2018/11/10 21:1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07년 아이폰 출시에 버금가는 파괴적 혁신이다.” (블룸버그)

“모바일 컴퓨팅 분야에서 과감한 새 단계를 보여줬다.” (엔가젯)

삼성전자가 7일(현지시간) 폴더블폰을 공개한 뒤 외신들이 내놓은 평가다. 외신들은 혁신이 실종된 모바일 시장에서 폴더블폰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이날 삼성이 공개한 폴더블폰은 기대 이상이었다. ‘스마트폰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과장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삼성 개발자회의(SDC)는 공식적인 제품 출시 행사가 아니다. 이날 삼성이 공개한 것은 폼팩터였다. 흐릿한 조명으로 형태만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 폰에 대해 많은 외신들이 파괴적 혁신을 주도할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사진=씨넷)

외신들의 칭찬 역시 이런 점을 전제로 깔고 있다. 블룸버그는 “제조사들이 제대로 만들 경우(if manufacturers can handle it right)”란 조건을 달았다. 엔가젯 역시 “아직 칭찬하거나 비난하긴 이른 시점이지만”이란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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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삼성이 ‘2007년 아이폰 출시에 버금가는 파괴적 혁신’을 몰고 오기 위해선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할 필요가 있다. 외신들의 칭찬 역시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 하에 나온 평가다.

■ 부품 좌우대칭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첫 번째 질문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도록 얇게’ 만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날 공개 영상을 유심히 보면 삼성 폴더블폰은 꽤 두꺼워보인다. 날렵한 요즘 스마트폰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폴더블폰이 출시될 땐 최신 갤럭시폰 수준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 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수 만 번 접었다 폈다 할 디스플레이 안정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삼성보다 한 발 앞서 폴더블폰을 내놓은 중국 로욜은 이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로욜의 플렉스파이(FlexPai)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가 이그러지는 허점을 드러냈다. 반면 삼성의 폴더블폰은 이 부분에선 로욜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정도론 콧대 높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힘들다. 접었다 폈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다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그 부분 역시 삼성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 폴더블폰은 접으면 4.6인치, 펼치면 7.3인치다. 접을 땐 스마트폰, 펼치면 태블릿인 셈이다. 폴더블폰을 만족스럽게 사용하기 위해선 접었을 때나 펼쳤을 때 앱 구동에 큰 차이가 없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태블릿에서 스마트폰 앱을 구동시킨다고 가정해보라. 혹은 그 반대 경우를 한번 상상해보라. 순간적으로 2배 가깝게 확대된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생각처럼 간단하진 않다.

삼성 폴더블 폰. (사진=씨넷)

어느 정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책정할 것이냐도 관심사다. 최근 애플은 노골적으로 고가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다. 아이폰XS 맥스는 이미 200만원 대로 치솟았다.

과연 삼성은 엄청난 공력이 들어갈 폴더블폰 가격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할까? 엔가젯은 최소 1천500달러는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배터리는 디스플레이와 함께 폴더블폰을 지탱하는 양대 기둥이다. 따라서 배터리 문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용량. 엔가젯은 7.3인치 화면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선 최소 4,000mAh 용량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문제는 그럴 경우 몸체를 날씬하게 만들기 만만치 않단 점이다.

둘째는 좌우 대칭 문제다. 접을 수 있는 건 디스플레이다. 내부 부품을 좌우대칭으로 배치할 순 없다. 따라서 균형을 맞추는 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중국 로욜은 이 문제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좌우무게를 맞추기 위해 배터리를 한쪽에 배치하고, 나머지 부품을 반대쪽에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좌우 무게가 살짝 다르단 지적을 면치 못했다.

중국 로욜의 폴더블폰. 접을 때 다소 이그러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씨넷)

과연 삼성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역시 최종 출시 제품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의 관심사다.

좀 더 근본적인 질문도 있다. “왜 폴더블폰을 써야 하는가”란 존재론적 질문이다. 블룸버그는 “태블릿이 스마트폰에 밀려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폴더블폰이 필요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까”란 질문을 던졌다.

과연 삼성은 쉽지 않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까?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출시 행사는 밋밋한 편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파괴적 혁신이 끝나고 점진적 개선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폴더블폰은 잔잔하던 호수에 조약돌을 던진듯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단 얘기다.

■ 첫 단추 잘 꿴 삼성 폴더블폰, 파괴적 혁신 주역될까

흔히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주도했던 아이폰 출시 행사를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으로 간주한다. 워낙 인상적이었던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 데뷔무대가 완벽했던 건 아니다.

애플 행사 준비팀은 스티브 잡스가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오류 수정하느라 바빴다. 오히려 스티브 잡스가 무사히 시연을 끝낸 게 ‘천운’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행사 도중 와이파이가 제대로 안 돼 와이파이를 꺼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2007년 맥월드 기조연설을 통해 아이폰을 소개하던 스티브 잡스의 모습.

지금 기준으로 보면 오리지널 아이폰은 투박한 제품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점을 빼면 완성도 높은 제품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팔린 것도 아니었다. 첫 해 판매량이 고작 200만대 남짓한 수준이었다. 얼리어답터들이나 관심 갖는 정도였단 얘기다.

삼성의 폴더블폰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많다. 블룸버그는 아예 "초기 이용자들이 기꺼이 '모험'을 감행할 정도 이점만 있으면 된다"고 전망했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려면 몇 년이 더 필요하단 얘기다. 그 때까지 초기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지 않을 정도 기술력이면 충분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만큼 파괴적 혁신은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성공했을 땐 달콤한 과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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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폴더블폰 행사를 보면서 던져본 질문들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